얼굴 없는 기자 파워블로거
얼굴 없는 기자 파워블로거
  • 이문종 (roy@the-pr.co.kr)
  • 승인 2010.06.0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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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파워블로거 모시기 붐

‘얼굴 없는’기자들이 있다. 다름 아닌 ‘1인 미디어’ 파워블로거다. 언론사에 소속돼 있지 않아 기자 신분증은 없지만 최근 들어 위상을 높이며 기자 못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중에는 연간 수억원을 벌어들이는 ‘전업 파워블로거’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전방위로 소통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이같은 파워블로거들을 나 몰라라식으로 모른 척할 수가 없다. 실제로 공개 또는 비공개로 파워블로거들을 활용해 이미지와 브랜드를 적극 관리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자신이 누구인지 드러내놓고 활동하지는 않지만 거대한 소통의 장, 온라인을 무대로 시시각각 기자 이상의 역할을 하며 주가를 높이고 있는 파워블로거들을 집중 조명했다.

이문종 기자 roy@the-pr.co.kr


각 분야마다 두각을 나타내는 블로거들이 늘기 시작하자 기업들도 이들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특히 소비자 반응에 민감한 기업들은 블로거에 우호적이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애쓴다. 파워블로거는 단순히 소비자 입장을 대변할 뿐 아니라 전문성까지 갖춰 여러모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파워블로거를 서포터즈나 마케팅 채널로 활용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기도 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100여 명의 파워블로거를 초청해 3D TV 신제품 설명회를 진행했다. 블로거 관련 행사로는 제법 규모가 컸던 이 설명회에는 IT 전문 블로거 외에도 사진 촬영 잘하는 요리 블로거, 생활·가사 관련 블로거, 스포츠 블로거, 영화 블로거 등 다양한 분야의 파워블로거들이 초청받았다. 제품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더라도 글을 재미있게 풀어쓰거나 사진을 잘 찍는다면 초청 대상이라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들은 대부분 블로그 서비스 업체로부터 파워블로거 인증을 받은 블로거다. 삼성전자가 눈여겨보는 블로거는 분야에 상관없이 대외적으로 유명한 파워블로거와 아직 파워블로거 반열에 오르지 못했어도 열심히 활동하는 블로거들. 삼성전자는 신제품 설명회나 블로거 간담회 등 이슈가 있을 때마다 홍보실과 관련 부서가 협력해 초청할 파워블로거 대상자를 선정한다. 또 파워블로거에게 일일이 보도자료를 배포하진 않지만, 파워블로거가 관련 자료를 요청해올 경우에는 즉각 지원해 주고 있다.

기자와 동등한 대우

LG전자는 지난 5월 20일 스마트폰 ‘옵티머스Q’ 공식 출시에 앞서 일단의 블로거들을 초청해 의견을 듣는 자리를 열었다. 공식 커뮤니케이션 파트너로 활동 중인 ‘더 블로거’들의 정기모임을 겸한 자리였다. 그에 앞서 3월 25일에도 순전히 블로그 및 트위터로만 신청자를 모집, ‘LG 인피티아 3D TV 발표회’를 진행했다. 특히 보안상 외부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 서초 R&D 캠퍼스에서 100명의 블로거를 초청해 눈길을 끌었다.

LG전자 측은 “블로거 대상 행사를 진행할 때 관련 제품에 대해 꾸준히 포스팅을 하는 IT블로거가 일차적으로 선정되지만, 기능적으로 분석하는 IT블로거 외에도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는 다른 분야 블로거들도 초대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자사 제품 관련 기사를 꾸준히 포스팅하는 약 200명의 파워블로거들의 글을 구독하고 있다.

또 매일 LG전자 관련 포스트를 검색해 모니터링하는 한편, 이들의 의견을 내부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도 파워블로거의 위상이 올라가면서 기자와 동등한 대우를 하고 있다. 업계의 특성상 블로거 전용 행사를 진행하지는 않지만, 신차 발표회나 시승회 때 언론 기자와 함께 초청해 똑같은 기회를 누릴 수 있게 한 것.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블로그의 영향력이 커져 1인 미디어로 대우해주고 있다고 한다.

신제품 출시가 잦은 식품회사들도 파워블로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대상은 2년 전부터 마케팅팀에서 주부 파워블로거들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 제품별로 운영, DIY·요리·육아교육 등 다양한 주제군의 주부 파워블로거 약 20명에게 신제품 출시 때마다 포스팅하는 조건으로 제품을 보내주고 있다. 마케팅 비용이 적게 책정된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리뉴얼 제품이 나오는 식초, 고기양념 등의 제품은 파워블로거를 활용한 마케팅이 비용대비 효과가 가장 크다는 설명이다. 대상은 이들 파워블로거들을 자체적으로 운영 중인 약 10만 명의 체험단(자연주부단) 커뮤니티 세미나와 연말행사에도 초청, 1년에 2회 정도 오프라인 모임을 갖고 있다. 대상은 앞으로 이 모임을 지속적으로 확대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홍보대행사 통해 블로거 관리

최근 한 게임사 기자간담회 자리가 화제를 일으킨 바 있다. 기자뿐 아니라 관련 커뮤니티 운영자 및 블로거들도 초청된 것. 보통 기자간담회는 낮에 진행되는 반면,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은 블로거 초청 행사는 저녁에 진행될 때가 많은데, 이번 기자간담회는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기자들 외에 많은 블로거들이 방문했다. 이 중에는 엄마의 허락을 받아 조퇴를 한 뒤 온 초등학생도 눈에 띄었다.

게임 설명 후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기자와 블로거들의 행동은 극명하게 대조됐다. 평소 궁금한 것이 많았던 블로거들은 사소한 것까지 질문한 반면, 기자들은 내용을 받아 적기 바빴다는 것. 이후 기자들은 보도자료 형식의 뉴스 기사와 간단한 인터뷰를 실었지만, 블로거들은 행사 진행 순서부터 식사 메뉴까지 자세한 후기를 올렸다.

대다수 기업이 파워블로거 노출을 꺼리는 가운데 홍보대행사를 통해 파워블로거를 관리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워블로거 운영 전문 대행사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P대행사 관계자는 “웬만한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파워블로거에게 포스팅을 유도해 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으며 기업이나 제품마다 10여명 정도의 파워블로거를 활용하고 있다”“파워블로거 운영 업무만 하는 전문대행사도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블로그 마케팅 업체 관계자는 “클라이언트(기업)의 요구에 맞게 블로그 마케팅을 진행하기 위해 각 분야에서 수백 명의 파워블로거 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다”“특히 파워블로거가 서포터즈로 활동하게 되면 브랜드에 대한 친밀감과 인지도 상승 그리고 바이럴 마케팅 등의 효과가 좋아 클라이언트들이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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