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에서 블로거 기자로
블로거에서 블로거 기자로
  • 이문종 (roy@the-pr.co.kr)
  • 승인 2010.06.03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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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는 일상입니다. 그리고 일상을 담는 그릇입니다.”
블로그 미디어 네트워크 기업인 태터앤미디어의 카피에서 보듯이 블로그는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으며 생각을 자유롭게 담을 수 있는 인터넷 공간이다. 2002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블로그는 대형 포털 서비스 업체의 가세로 전성기를 맞게 된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0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2009년 자신의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는 고등학생은 79.1%, 대학생은 85.2%로 조사됐으며, 직접 블로그를 운영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의 블로그를 이용한다는 비율은 고등학생이 93.4%, 대학생이 91.9%로 나타났다. 블로그 열풍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국내에서도 각 분야마다 전문성을 갖춘 파워블로거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바라보는 시각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신문에 기고하고 방송에 출연하는 파워블로거들도 잇따르고 있다. 또 포털 사이트나 인터넷 미디어에 콘텐츠를 제공하는가 하면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책을 집필하곤 한다. 자신의 블로그 주제와 연관된 기업으로부터 마케팅 제의가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활동을 하는 파워블로거만 해도 수백명이 넘으니 바야흐로 파워블로거 전성시대라 할 만하다. 특히 ‘둥이맘 문성실’이나 ‘당그니의 일본표류기’ 등 스타급 블로거들의 블로그는 어지간한 커뮤니티 사이트보다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부수입도 만만치 않아

블로거를 대상으로 한 ‘체험단’이나 ‘간담회’는 이제 낯설지 않다. 블로거 체험단은 출시 전 제품을 미리 사용해 보는 것은 물론 언론 보도자료보다 앞서 다양한 정보를 제공받기도 한다. 시장에 선보이기 전 고객의 반응 및 결함 점검을 위해 행해지는 것이니 만큼 기업들은 블로거의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또 블로거 간담회는 기자 간담회와 다르게 활발하게 진행되는 것이 특징. 3년째 블로거 간담회를 진행해온 IT제품 제조사 관계자는 “기자들을 상대로 한 간담회는 주로 기업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으로 끝나는 반면 블로거들은 자신들의 견해를 거침없이 늘어놓으며 열띤 토론 형식의 간담회로 진행된다”고 전했다. 기자는 기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대중에게 전달하려는 성향이 강하고, 블로거는 소비자의 일원으로서 기업과 직접 소통하려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취미로 시작한 블로그지만 부수입도 만만치 않다. 이미 미디어로 대접받고 있는 블로거들은 일간지, 방송, 전문 매체에 기고를 하거나 포털 등에 콘텐츠가 게재돼 수입이 발생하기도 한다. 애드센스, 애드클릭, 기타 배너 등의 광고 수익과 스폰 등 부수적인 수입 경로도 있어 블로거가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할 동기를 부여한다. 심지어 블로그 활동으로만 수익을 창출해내는 전업 블로거도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

블로그가 이미 미디어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해내고 있지만, 이를 기반으로 한 언론사가 등장하고 있다. 특히 기존 언론사가 블로거와 협업을 통해 새로운 유형의 콘텐츠를 생산하기로 해 눈길을 끌고 있다.

 

파워블로거를 객원기자로

한겨레는 지난 5월 파워블로거 6명과 함께 자동차 전문 블로그 ‘카페테리아(Carfeteria)’를 오픈했다. 윤형철, 민준식, 김용로, 강성환, 최욱, 이진혁 등 평소 블로고스피아(블로그 세계)에서 명성을 떨친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기에 시작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아이디 ‘inha96’을 사용하는 독자는 “한겨레가 타 신문사에 비해 자동차 섹션이 부족했는데 카페테리아를 오픈해 반갑다. 앞으로 재미있는 기사를 기대하겠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카페테리아는 6명의 파워블로거가 객원기자로 각자 맡은 분야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한겨레측은 “블로거들을 신문 제작의 한 주체로 참여시키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블로거와 기자들이 힘을 합치면 새롭고 깊이 있는 새로운 유형의 기사들을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파워블로거의 사회적 책임

하루에 블로그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네이버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하루에 650만 명이 블로그를 방문해 1억이 넘는 페이지뷰가 발생한다고 한다. 여기에 다음 블로그, 티스토리, 야후 블로그, 이글루스 등 다른 블로그 서비스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몇 배나 많은 수치가 나올 것이다. 이렇듯 블로그가 양적, 질적 팽창을 맞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 영향력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특히 미디어의 역할을 하는 블로그들이 늘어나면서 블로거들의 사회적 책임론이 대두되기도 한다.

A씨는 평소 재치 넘치는 문장과 성실한 포스팅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맛집 블로거다. A씨는 우연히 눈에 띈 음식점에 들어가 평소 하던 대로 내부 풍경을 커다란 DSLR 카메라로 담아낸다. 갑작스런 A씨의 행동에 음식점 주인은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될 것을 우려해 A씨를 제지하고, 약간의 언쟁이 있은 후 A씨는 기분 나쁘다며 나가 버린다. 이후 집에 도착한 A씨는 다녀온 음식점에 대해 서비스가 나쁘다는 일방적인 악평을 블로그에 올린다. 평소 블로그를 즐겨보던 독자들은 A씨를 위로하며 지인들에게 해당 음식점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겠다고 다짐한다.

 

위 사진은 내용과 관련없습니다.

 

이같은 사례는 얼마전 음식점 관계자가 커뮤니티 사이트에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블로그가 아무리 생각을 마음대로 올릴 수 있는 곳이라지만, 블로거의 책임이 뒤따르지 않으면 횡포가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 단적인 예.

또 블로그의 방문자수로 부가적인 수입이 발생하다보니 방문자수를 늘리기 위한 다양한 편법이 생겨나는 것도 문제다. 잘못된 정보로 유혹하거나 검색 결과 상위에 노출시키기 위해 어뷰징을 하는 등 어떻게든 방문자부터 모으고 보자는 식의 블로그 운영이 그것이다. ‘블로그로는 전혀 수익을 내지 않겠다’고 선언한 파워블로거도 많지만, 반대로 용돈벌이나 해보자는 식의 블로거 또한 적지 않다.

 

이문종 roy@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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