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업 살리는 ‘사회공헌맨’ 의 결정적 차이
[기고] 기업 살리는 ‘사회공헌맨’ 의 결정적 차이
  • 온라인뉴스팀 (thepr@the-pr.co.kr)
  • 승인 2011.07.13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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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미 열린의사회 기획홍보실장

 

 

겨울의 초입인 11월 말, 강원도 시골 복지회관의 이른 아침. 다들 ‘추워, 추워’ 를 입에 달고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봉사 준비에 한창이다. 어디선가 “와” 하는 작은 함성이 들려 우르르 몰려가니 누군가 피워놓은 모닥불이 제법 힘찬 기세로 훨훨 타오르고 있다. 불가에 모여 추위를 녹이는 표정들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이때 불길 옆으로 검은 재를 잔뜩 뒤집어쓴 남자가 쑥 고개를 내민다. “안녕하세요? 저 홍보실 000대리입니다”

필자가 기억하는 가장 인상적인 사회공헌 담당자와의 첫 인사다. 자매결연 마을에서 어르신들과 봉사단이 추울까봐 잔가지와 나무토막을 주워 눈물을 흘려가며 불을 피워내는 일. 그 작은 배려의 차이가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물했다. 적어도 그가 속한 기업의 사회공헌은 이미 성공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홍보실에 사회공헌 영역이 들어온 것은 벌써 오래 전의 일이다. 최근 들어 독립부서로 승격시키거나 총무 파트로 이관해 내부고객 중심으로 운용하는 사례가 많아졌지만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홍보실 조직에 사회공헌(CSR)팀을 두고 있다.

기업마다 사회공헌 어젠더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조직도가 달라지게 마련이지만 사회공헌이 기업의 이미지 개선이나 홍보의 도구를 넘어 해외투자 유치와 대외 신인도까지 결정짓는 전선이 됐음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전사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공헌 담당자는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직업상 기업이나 기관의 사회공헌 담당자들과 자주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며 거기서 얻는 깨달음이 적지 않다. NPO 종사자로서 성공하는 사회공헌 담당자들의 작은 차이들을 정리해 봤다.

 

#. 한 번 더 생각하고

크리스마스 즈음이 되면 얼마 남지 않은 달동네 골목은 기업들과 봉사단체들이 끌고 온 연탄수레로 가득 찬다. 목에 수건을 두르고 얼굴에 숯검정이 묻은 채 활짝 웃는 사진은 너무 익숙하다. 필자의 단체도 연말이 되면 기업들과 이웃돕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그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연탄 대신 온열매트를 나눠드린 일이다.

연탄이 상징하는 따스함이야 연말 아이템으로 딱이지만 문제는 너무 식상하다는 데 있다. 실상을 알아보면 연탄이 최고도 아니다. 저소득층은 대부분 세입자인데 몇 년 전부터 집주인들이 연탄보일러를 기름보일러로 바꾸는 일이 늘어났다. 달동네가 사라지는 대신 임대 아파트가 늘어나고, 단독이라고 해도 가정용 난방유를 쓰는 집이 많아지면서 연탄보다 온열매트를 선호하는 분들이 많다. 난방을 아예 하지 않고 온열매트 하나로 겨울을 나는 노인들도 적지 않다.

역시나 연탄 대신 온열매트를 나눠드리니 어르신들이 그렇게 좋아하실 수가 없었다. 언론사들도 사진기자를 현장으로 보내 연탄 대신 온열매트를 차에 실어 떠나는 장면을 경쟁적으로 촬영해 보도했다. 이는 “올해도 연탄배달이나 하지” 를 “잠깐! 올해는 좀 새로운 게 없을까” 로 한 번 더 깊게 생각했던 사회공헌 담당자의 작은 차이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 차이 덕분에 많은 어르신들이 겨울을 좀 더 따뜻하게 보냈고, 기업 역시도 대내외의 칭찬을 많이 받았음은 물론이다.

 

 

#. 먼저 몸을 낮추며

도움을 주는 입장에 서있다 보니 사회공헌 담당자는 자칫 ‘갑’ 의 함정에 빠질 수도 있다. 수혜자들이 당연히 기뻐하고 고마워해야 하며, 홍보에도 협조해 주겠지 하고 미뤄 생각하는 것은 일종의 오만이다. NPO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기업에서 예산을 집행한다고 해서 NPO를 ‘을’ 로 취급해서는 곤란하다. NPO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존심이 강하며 돈보다는 가치 중심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다. 필자는 아직 진정한 자존심에 자신이 없지만, 주변을 보면 오로지 신념 하나로 밀고 가는 멋진 사람들이 많다.

주도권을 쥐고 있는 사람일수록 상대방을 먼저 배려하고 먼저 챙긴다면 그보다 큰 아름다움은 없다. 농촌의 의료봉사 현장에서 진료를 받으러 온 할머니에게 “찾아와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라며 허리를 푹 숙여 인사하던 해당기업 간부의 모습이 떠오른다. 할머니는 “아이고, 뭔 소린교. 우덜이 고맙지예” 하고 어쩔 줄을 몰랐다. 그 간부의 뒷모습에서 정답을 봤다. “도움을 줄 수 있게 도움을 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바로 이것이다.

 

#. 눈높이 소통을 즐기는

대기업에서 사회공헌을 담당하며 대학생 봉사단을 운영하는 A과장은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며 산다. 그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면 연예인이 아닌지 헷갈릴 정도다. 선글라스라도 끼고 사진을 찍으면 “과장님, 멋져부러용~” “형님, 포스 대박!!” 대학생 팬들이 손발이 오글거리는 멘트를 팍팍 날리며 그를 끝없이 추종한다. 인기 비결이 뭘까. 그의 커뮤니티를 ‘탐사’ 해보니 눈높이를 맞춘 소통에 있었다. 대학생들의 관심사, 유행어도 척척이고 때론 고민 상담까지 해준다. 말투도 동생이나 조카를 대하듯 스스럼없고 코믹한 게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 봉사단이 치열한 경쟁률을 기록하며 언제나 언론의 주목을 받는 이면에는 그의 노력이 단단히 한 몫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또한 그가 전해주는 정보들을 봉사자들이 각종 커뮤니티를 활용해 온라인에 팍팍 전파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홍보효과도 내고 있다. 봉사자 한명 한명을 소중한 친구로 받아들이며 그들의 눈높이에서 꾸준히 소통하고 어울리는 모습. 보고만 있어도 절로 부러워져 할 수만 있다면 대학생으로 돌아가 그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진다.

 

#. 사랑의 노를 젓는 ‘사공’

필자가 속한 열린의사회는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이 국내외 의료혜택에서 소외된 지역을 찾아가 무료진료를 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민간의료봉사단체다. 저개발국에 가보면 충치 하나를 치료하지 못해 생명이 위태롭고, 가벼운 상처 하나가 다리 한 쪽을 썩게 만들어버린 화가 날 정도로 안타까운 현장들이 많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농어촌지역 진료소를 차려놓으면 지팡이 하나에 의지해 절뚝거리며 한 시간이 넘도록 걸어오시는 분들도 많다. 옷차림을 보면 지금이 70년대인가 싶게 너무도 빈한하다. 그들에게 의술이 아닌 인술을 나누며 ‘의료에서 소외받는 사람이 없는 세상’ 을 만드는 것이 우리 단체의 꿈이다.

다른 NPO들도 저마다의 꿈을 갖고 오늘도 수많은 어려움과 싸우고 있다. 꿈을 가능케 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현실이다. 꿈에 힘을 실어 현실로 만들려 노력하는 착한 기업들. 그리고 그 모든 꿈의 설계자이며 실현자인 사공(사회공헌맨)들에게 뜨거운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앞으로도 이 험한 세상의 바다에서 꿈을 현실로 이끄는 사랑의 노를 힘차게 저어주시라.

 


 

 

 

심정미

열린의사회 기획홍보실장

前 세계일보 기자/ 서울시청 대변인실 뉴미디어팀장/

데일리줌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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