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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진단 ②] 기술로 한층 교묘…기업도 타깃
[가짜뉴스 진단 ②] 기술로 한층 교묘…기업도 타깃
  •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 승인 2018.03.2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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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성 안고 타깃그룹 세분화…평판 훼손, 경제적 이득 노리기도
국내에서 가짜뉴스(fake news)라는 말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며 각계 논의로 이어진지도 1년여가 흘렀다. 가짜뉴스의 진화 양상과 문제점, 대응방안 등을 심층취재했다.

① 내 맘에 안 들면 가짜뉴스?
② 기술로 한층 교묘…기업도 타깃
팩트체크 되고 있나

[더피알=서영길 기자] 정치권을 떠나 사회 각 분야에서 특정한 목적을 갖고 의도적으로 만들어지는 가짜뉴스 자체도 크나큰 문제다. SNS를 타고 급속도로 확산되던 텍스트 기반의 ‘널리 알려주세요’식의 지라시성 가짜뉴스는 이제 옛말이다. 수법이 더 정교해지고 타깃에 맞게 세분화되는 추세다.

편집툴 등을 이용해 교묘하게 내용을 조작한 가짜뉴스를 sns나 모바일을 통해 퍼뜨리는 행위도 빈번하다.

허광준 전 오픈넷 정책실장은 “초기 노인층 위주로 SNS 메시지를 통해 확산되던 텍스트 기반 가짜뉴스가 노출도나 확산력이 많이 떨어진 건 사실”이라며 “최근엔 가짜뉴스 내용에 공들인 관련 사진을 첨부해 신뢰도를 끌어올리려는 시도가 눈에 띈다”고 전했다.

그 이유에 대해 허 전 실장은 “아무래도 단순 텍스트보다는 한 장의 사진이 가짜뉴스를 진짜로 믿게끔 하는데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라고 보면서 “사진이나 동영상 등의 편집 툴 기능이 빠르게 발달하며 가짜뉴스를 더 쉽게, 더 그럴싸하게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가짜뉴스가 나돌던 초기에도 내용과 관련된 사진을 첨부해 신뢰도와 파급력을 높이려는 시도는 있어왔다. 하지만 오래 전 사진을 현재 일어난 사건인 양 은근슬쩍 끼워 넣거나, 사진의 특정 부분을 발췌해 교묘하게 내용을 조작하는 등의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이후 해외에선 동영상 가짜뉴스도 등장했다. 지난해 6월 국제 해커조직 어나니머스는 “미국 나사(NASA·항공우주국)가 외계인과의 접촉에 대해 곧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는 내용의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그러나 이 영상 속 가짜뉴스는 나사 책임자가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한 발언을 교묘하게 짜깁기 한 것으로, 마치 외계 생명체를 곧 발견할 것처럼 오인하도록 조작한 것이었다. 어나니머스라는 이슈메이커와 그럴 듯한 내용까지 삽입된 가짜뉴스는 결국 영국 유력 일간지에도 보도되며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이튿날 가짜뉴스로 판명됐지만 해당 영상의 조회수는 100만이 훌쩍 넘은 뒤였다.

앞으로가 더욱 문제다. 불행히도 기술의 빠른 발달이 가짜뉴스 정교화에 한 몫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내후년 쯤 선보일 ‘위조현실(Counterfeit Reality)’은 실존하지 않는 것을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사진과 영상, 문서나 소리를 디지털 기술로 만들어내는 것을 가능케 한다. 의도성을 갖고 가짜뉴스를 만드는 이들이 이 기술을 동원해 원하는 자료를 마음껏 만들어 넣을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엔비디아의 인공지능이 18일에 걸쳐 저해상도 이미지로 만들어 낸 실사에 가까운 이미지들.

가짜뉴스의 타깃이 되는 건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특정 기업에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는 소비자나, 악의를 품은 경쟁사들이 기업을 공격하는 데 있어 가짜뉴스를 활용하기도 한다.

일례로 우리은행은 새해 벽두부터 가짜뉴스로 곤혹을 치렀다. 지난 1월 2일 오전 우리은행 본사에 경찰의 압수수색이 있었고, 우리은행이 중국의 모 투자은행을 통해 30억원을 북한에 송금한 사실을 한 재미교포가 국정원에 신고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또 이튿날 오후부터 우리은행 송금 책임자가 소환조사 될 예정이며 이 사건이 청와대와 연관돼 있다고 밝힌 검찰 관계자의 발언까지 인용했다. ‘단독’이라는 표기로 주목도를 높였고, 내용도 기사체를 본떠 상당히 구체적으로 적시한 관계로 SNS에서 사실인 것처럼 빠르게 확산됐다.

앞서 우리은행이 ‘인공기 달력’ 논란에 휩싸인 점을 감안할 때, 최초 유포자는 인공기 사건을 탐탁지 않게 여긴 인물로 추정된다. 인공기 달력 논란은 우리은행이 제작한 올해 탁상달력 10월면에 태극기와 인공기가 함께 걸려있는 어린이 그림이 삽입되며 문제가 불거졌다.

한 블로그에 올라온 우리은행 관련 가짜뉴스. 인공기 달력 논란 내용도 함께 링크돼 있다.

이처럼 마음에 안 드는 기업의 평판이나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하는 데 가짜뉴스는 더 없이 좋은 무기로 악용된다. 결국 우리은행은 가짜뉴스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되자 사건 발생 이틀 만에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당시 우리은행 관계자는 그 이유로 “기업평판 및 기업가치 훼손이 우려됐다”는 입장을 내놨다.

기업 관련 다소 황당한 가짜뉴스도 있다. 지난 2월 말 유포된 가짜뉴스의 타깃은 삼성전자였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준비한 반도체 생산라인 기공식에서 대형 축하 현수막이 거꾸로 펼쳐지며 시작됐다. 당시 현장을 동영상으로 찍고 있던 한 누리꾼은 이를 SNS에 올렸고, 진기한 풍경을 본 누리꾼들은 이를 퍼 날랐다.

그로부터 몇 시간 뒤 SNS 메신저를 중심으로 해당 이벤트를 준비했던 삼성 담당 직원 뿐 아니라 해당 직원을 뽑은 인사팀장까지 해고됐다는 가짜뉴스가 나돌았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그런 일(해고)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엔 ‘바이럴 마케팅을 노린 삼성의 의도된 실수였다’는 가짜뉴스가 확산되며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가짜뉴스의 먹잇감은 기업을 넘어 공기관으로까지 확대됐다. 그 대상은 서울시로, 시는 올 상반기 중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시 금고를 관리할 은행을 선정할 계획을 갖고 실행에 옮기는 중이었다. 31조원대의 서울시 곳간 열쇠 주인을 정하는 입찰이다 보니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역시 가짜뉴스가 등장했다.

해당 가짜뉴스를 요약하면 ‘정부가 복수 금고를 권장하고 있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여기에도 “행정안전부가 2014년 관련법을 개정해 최대 4개까지 복수로 금고 은행을 지정하도록 했다”는 등의 그럴싸한 근거가 붙었다. 이런 주장은 시 금고 은행을 여러 개로 쪼개 복수의 은행이 나눠 맡게끔 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기존 시 금고 은행을 견제하는 곳에서 퍼뜨리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경제적 이익을 위해 만들어낸 전형적인 가짜뉴스인 셈이다.

개헌 관련 속보 타이틀을 달고 카카오톡 단체방을 중심으로 회자됐던 가짜뉴스. 확산을 독려하고 있다.


SNS, 커뮤니티 주목

각 분야에서 다양하게 만들어지는 가짜뉴스의 생성 과정을 보면 특정 커뮤니티나 유사 언론 사이트를 숙주로,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등을 통해 확산되는 전형적 메커니즘을 따른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지점이 바로 ‘확산’이다. 가짜뉴스가 파괴력을 가질 수 있는 근간이 급속도로 퍼지는 확산에 있기 때문이다.

결국 소셜미디어 안에서 빠르게 퍼지는 가짜뉴스를 방치하면 이 내용이 돌고 돌며 끼리끼리 소통을 더욱 강화시키는 에코 체임버(Eco-Chamber) 현상으로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기존 언론보도나 정부기관의 공식 발표보다 자신이 믿는 사람에게 전달 받은 소위 ‘카더라 통신’을 더 신뢰하게 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기사의 출처나 정확성보다 자기주장의 근거가 되는지를 기준으로 뉴스를 선택하다보니 가짜뉴스의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미 언론 CNN은 가짜뉴스를 구별하는 데 ‘지나치게 반갑고 믿을 수 없이 기쁜 기사는 의심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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