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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으로 살아가는 금자동이
장난감으로 살아가는 금자동이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8.03.22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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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을 찾아서 ⑨] 금자동이

[더피알=이윤주 기자]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3’에는 대학생이 된 주인공 소년이 자신의 소중한 장난감을 옆집 아이에게 물려주는 장면이 등장한다.

“자, 이제 이 친구들에게 잘 대해주겠다고 약속해줘. 이들은 내게 정말 소중하거든. 날 대신해 그를 잘 보살펴 줄 거지?”

우리는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는다. 이 과정을 지나며 애정을 담뿍 담았던 장난감들과도 자연스레 멀어진다. 어린 시절 아꼈던 인형들은 모두 어디로 간 걸까.

금자동이에는 모인 버려진 장난감들. 사진: 이윤주 기자

금자동이는 우리의 추억이 담긴 것들을 다른 누군가의 것이 될 수 있게끔 해주는 사회적기업이다. 장난감을 재활용하고 고치고 공유하고 다시 새로운 장난감으로 탄생시킨다.

박준성 금자동이 대표에게 인터뷰 요청을 하니 “면이 안 서서 못 하겠다”며 농담반 진담반으로 대답해왔다. 그의 이야기를 자세히 듣기 위해 서울혁신파크를 찾았다.

은평구 불광동에 위치한 서울혁신파크 내 금자동이는 꽤 넓은 평수를 차지하고 있다. 어렸을 적 본 이후 다시 접하기 어려웠던 게임기, 캐릭터인형, 필통 등이 곳곳에 가득하다. 마치 오래된 장난감 백화점에 온 듯했다.

박 대표는 유치원 아이들이 앉을 법한 작은 의자를 권했고, 우리는 장난감 사이에 둘러싸인 채 대화를 시작했다.

돈이 없어 장난감을 못 사는 서울시민은 없을 것이다

금자동이의 슬로건이다. 서울시에 잘 보이기 위해 지었다고 우스갯소리로 말했지만 금자동이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문장이다. 이들이 펼치고 있는 사업의 방향은 크게 세 가지다. 장난감 공유매장, 모두의샵(#‧shop+upgrade) 그리고 장난감학교 ‘쓸모’.

박 대표는 장난감은 아이들을 사회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중간대상이라고 했다. 그러나 요즘은 상술로 변질되고 있다.

“요새는 장난감이 장난감의 역할을 하지 않아요. 대부분 상업적인 욕구나 욕망을 담고 있죠. 만화영화나 캐릭터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있거든요. 아이들이 정말 친구가 필요해서 가지고 노는 게 아니라 상술에 못 이겨 사게 되는 거죠.”

또 다른 문제는 비싼 가격으로 인해 아이들에게 사주지 못하는 가정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가령 유모차 한 대 가격이 보통 백만원이에요. 그런데도 유아용품, 장난감들이 많이 버려지고 있죠. 이것들을 나눌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자 한 게 금자동이입니다.”

이곳 장난감 공유매장에서는 집에서 안 쓰는 물품들을 가져오면 여기 있는 또 다른 물품으로 바꿔갈 수 있다. 팔고, 사고, 교환해가는 자연스러운 물물장터다.

금자동이 매장 전경. 사진: 이윤주 기자

하지만 박 대표가 인터뷰에 응하기 전 난감함을 표했듯 최근엔 큰 고민을 안고 있다. 장난감 사업이 근본적인 도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년간 금자동이를 운영해오면서 지금처럼 저출산문제가 심각했던 적은 없었다. 저출산은 고스란히 금자동이의 위기가 됐다.

박 대표는 “젊은 세대들이 결혼을 안 하거나 애를 안 낳아요. 돈이 없기 때문이죠. 그들이 짊어져야 하는 경제적인 부담이 굉장히 커서 소비를 함부로 못하고요. 저출산과 경기하락. 큰일이에요. 큰일”이라고 혀를 찼다.

“중고가 단순히 생활비를 아낀다는 차원은 아니에요. 중고물품 공유는 굉장히 훌륭한 소비 형태예요. 여러분이 하는 활동은 결국 지구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좋은 활동이라고 외치죠. 그런데 요새 젊은 엄마들은 이런 옛날 방식으로는 설득이 안 돼요. 지금 소비에 대해 굉장히 불안해하죠. 제가 보기엔 가장 큰 원인은 이들을 압박하는 경제적인 원인 때문이에요.”

박 대표가 처음부터 이 일을 염두에 두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건 아니다. 신학대를 나와 목회와 함께 도시빈민운동을 하던 그는 매거진을 통해 영국계 사회적기업인 ‘옥스팜’을 접하게 된다. 중고물품을 재활용해 판매하는 데 매력을 느끼고 그 역시 사업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물품의 속성마다 전문적인 이해가 필요했고, 결국 사이클이 짧고 양질의 것들이 버려지는 장난감‧유아용품으로 범위를 좁혔다. 그렇게 1998년 금자동이가 탄생했다.

“당시에는 침대 같은 큰 물품을 배달할 때는 길한 날짜를 받아서 배송해야 했고, 유모차를 팔 적에는 유모차의 주인이었던 아이의 이력을 뽑아줘야 했어요. 혹시 죽은 아이의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죠.”

생활비 90% 줄이기

새 물품이 잘 팔리면 덩달아 중고의 소비율도 높아진다. 모든 건 경제적인 여건에 달려있다는 결론. 소비자들의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상한 사업이 바로 ‘모두의샵’이다. 생활비를 90% 줄여보자는 슬로건도 내걸었다. “너무 크게 줄이는 것 아닌가”라는 물음에 박 대표는 “슬로건은 슬로건일 뿐”이라며 웃었다.

모두의샵은 글자 그대로 모두를 위한 가게다. 위탁을 받아 판매해주는 대신 금자동이는 약간의 수수료를 뗀다. 한 마디로 위탁판매용 공유매장이다. 제품은 굉장히 좋은데 판매루트가 없어서 고전하고 있는 사회적기업, 재활용 제품들을 매장에 들여놨다. 컴퓨터, 자전거부터 가전제품, 어른 옷 등 다양한 물품을 판매 중이다.

이 사업이 궁극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건 ‘미니멀라이프’이다. 물건을 잔뜩 사서 쌓아놓지 말고 덩치를 줄여 생활의 비용도 줄이자고 외친다.

“교육이나 주택문제는 해결할 수 없어요. 구조가 너무 강건하잖아요. 그런데 이런 생활소비 문화운동은 가능하다고 봐요. 앞으로는 돈 많이 벌어서 경쟁력 있게 살아야지가 아닌 가난해도 행복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가야 해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게요. 가난해도 주눅 들지 않는 성찰이 있어야 해요.”

레고의 시대 ‘환경’을 외치다

인터뷰 도중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난 박 대표는 리모콘으로 조종되는 빨간 레이싱 자동차 장난감을 들고 나타났다.

“제가 들고 있는 이 장난감이 거의 90%가 플라스틱일거에요.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돼야 하는데 이건 안 돼요. 왜냐면 보시다시피 고무, 쇠 등의 복합 물질로 만들어졌기 때문이죠. 제가 우리나라에서 장난감을 제일 잘 분해하는 사람인데요, 장난감 하나를 분해해서 플라스틱 1kg를 만드는데 30분 걸려요. 그러면 그 1kg 당 가격은 얼마일까요?”

장난감을 분해하는 학생. 사진: 이윤주 기자

입을 열기도 전에 박 대표가 먼저 답을 했다. “50원이요.” 결국 그가 30분 일해서 번 돈은 과작 50원이 되는 셈. 재활용보다 버려지는 장난감이 많은 이유다. 이러한 불균형은 고스란히 환경 문제와 직결된다. 1년간 버려지는 장난감은 240만 톤. 그렇게 10년 뒤 지구는 멸망할 것이라는 박 대표의 경고가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

“지구는 어른들이 깨끗하게 쓰고 다시 물려줘야하는 곳이에요. 환경은 자본의 논리로 가면 안 되거든요. 돈이 안 되잖아요. 30분에 50원 버는데 어떻게 사업을 하겠어요. 그럼 대책은 뭐가 있을까요. 금자동이라는 회사는 이 사회적문제를 가지고 어떻게 밥을 먹고 살까요?”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만든 사업이 장난감 학교 ‘쓸모’이다.

이목을 끌기 위해 우선 고장 난 장난감을 산더미처럼 쌓아서 ‘장난감 무덤’을 만들었다. 재단을 만들고 국화꽃도 가져다 놓았다. 그 앞에서 사람들이 자기가 함부로 버린 장난감에 대해 회개하고 반성하면 그 안에 있는 장난감을 마음껏 가져갈 수 있게 했다. 그렇게 장난감들은 또 한 번 재활용이 됐다.

또 하나는 플라스틱은 플라스틱대로, 고무는 고무대로 분리해놓은 부품을 이용해 새로운 작품이나 장난감을 만들었다. 이런 기법을 오토마티슴(automatisme‧이성, 미학적, 윤리적인 선입견 없이 무의식중에 사고의 진실을 기록하는 것)이라고 한다.

박 대표는 벽에 줄지어 전시돼 있는 장난감을 들고 설명을 시작했다. 이들은 부품을 이용해 사람들이 새롭게 창조한 것이다. 박 대표가 예시로 든 작품은 상당히 난해한 모습이었다. 여러 부품들이 층층이 겹쳐져 있고, 제일 밑에는 두꺼비가 목을 매달고 있었다.

버려진 장난감 부품으로 만든 '삶의무게' 작품. 사진: 이윤주 기자

“이건 조금 슬픈데요. 중2짜리 애가 만든 ‘삶의 무게’라는 작품이에요. 심장이 머리 위에 올라와있고요. 여러 가지가 자기를 짓누르는 거야. 너무 힘들어서 목을 매고 있죠. 그런데 두꺼비 손에는 엄마 사진이 있어요. 삶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힘을 내야지 해서 뒤꿈치로 열심히 힘을 줘서 앞으로 가고 있는 거라고 설명하더라고요.”

이런 표현 활동은 장난감이기에 가능하다. 글을 써봐라, 흙으로 만들어보라고 했으면 표현하지 못했을 것을 장난감이 주는 따뜻함으로 만들 수 있었다는 것. 박 대표는 “완성된 장난감만 가슴이 뛰는 게 아니라 부서진 장난감도 똑같은 작용을 하더라”고 덧붙였다.

오토마티슴은 1만원부터 8만원까지 체험비를 내야하는 유료프로그램으로 지난 10년간 약 30만명이 거쳐갔다.

“요즘은 레고의 시대라고 해요. 매뉴얼대로, 잘, 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장난감 학교에서는 이 세 개를 다 부정해요. 그냥 너만의 작품을 만들라고 하죠.”

이러한 활동이 심리적으로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다보니 사회적인 이슈가 있었을 당시 어려움을 겪은 이들에게 치료약이 되기도 한다. 2009년 쌍용자동차 대량해고 사태 당시 충격 받은 가족들이 6개월간 참여하기도 했고, 노동자 심리치유 박람회 프로그램으로 참가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나이가 들수록 아이가 되는 치매노인이나 직업훈련이 필요한 장애인들에게도 좋은 도구가 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장난감 원리가 교육용 콘텐츠가 될 수도 있다. “이 전기자동차와 테슬라 자동차의 구조가 똑같아요. 책으로 보는 것보다 이것처럼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는 교과서가 없다고 봐요. 뜯어서 이게 왜 움직일까를 배울 수 있는 거죠. 유레카 아니겠어요?”

박준성 대표의 아내가 만든 자신의 모습의 장난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이윤주 기자

“장난감이 싫지만 그래도…”

땅을 더럽히는 쓰레기가 교육의 재료가 되고 사회적기업가에겐 수익창출의 기회가 됐다. 박 대표가 말하는 사회적기업이란 돈이 안 돼서 기업이나 나라에서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일을 미션으로 삼아 이익과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회사다. 물론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 역시 “대기업도 창출하지 못한 이익을 어떻게 만들겠느냐”고 반문하면서도 “금자동이는 장난감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였고, 이 장난감 학교 프로그램이 전국으로 퍼지면 쓰레기 문제는 해결될 수 있어요. 이제는 이런 노하우를 사회가 받아 안고 사회에 적용하는 단계로 만들어야 해요”라고 강조했다.

1년간 버려지는 장난감 240만 톤. 사진: 이윤주 기자

사회적기업으로서 지속가능성은 계속해서 고민할 수밖에 없는 주제다. 대부분의 사회적기업들은 초기엔 외부지원을 받아 힘을 얻고 그 이후에는 자립을 꾀한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직접 지원을 받는 순간부터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다소 강하게 말했다.

“정부가 사회적기업을 도와주려면 (인력비용 대신) 제품의 우선구매와 R&D(연구개발)를 할 수 있는 기반 사업들을 지원해주는 게 나아요.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회사구나 하는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푸시를 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뭐 이윤을 많이 창출하지 않아도 사회적기업가들은 버티면서 갈 거라고 생각해요.”

정부의 지원을 받진 않았지만 지금의 금자동이를 있게 한 데에는 많은 이들의 도움의 손길이 있었다. 한번은 장난감 학교 ‘쓸모’를 막 시작할 당시였다. 아이템은 좋은데 좀 도와줘야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어 박원순 시장에게 무작정 메일을 보냈다. 놀랍게도 박 시장은 그날 저녁 자신의 페이스북에 ‘헤이리에 장난감학교가 있다’는 정보와 함께 홍보를 해줬다.

“효과가 엄청났죠. 아무래도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니까. 그 외에도 서울에서 하다가 불이 났는데, 고객이었던 어린이집 원장님이 덜컥 1000만원을 주면서 돈 생기면 갚으라고 한 적도 있어요.”

혹시 장난감과 함께 지내오면서 생긴 직업병도 있지 않을까. 예상 밖의 이야기가 돌아왔다.

“전 장난감 되게 싫어해요. 20년 동안 보면 장난감이 좋을 리 없지.” 장난감에 질색하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박 대표는 이렇게 덧붙였다.

“장난감은 가능하다면 버리지 말고 모았으면 좋겠어요. 한 군데 모이면 어마어마한 관광단지가 될 수 있어요. 마치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나온 하울의 방처럼요. 버려지는 자원이 특화된 장소에서 모이는 장난감 테마파크를 꿈꾸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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