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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이름 짓기와 로컬 마케팅[유현재의 Now 헬스컴] 출신 학교·의사 내세운 천편일률식 광고…차별화 전략 필요

[더피알=유현재] 무한경쟁 시대다. 병원도 그렇다. 대형 병원은 물론 중소형 병원과 의원급 등 각자 속해있는 시장의 성격과 주요 타깃, 세부적인 환경들에 따라 경쟁 모습은 천차만별이지만, 상당히 치열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개인 혹은 몇몇이 모여 병원을 오픈하게 되면 그들은 의사인 동시에 경영자가 된다. 오랜 기간 축적한 전문 지식과 의술을 활용해 최상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임무와 함께 근무하는 구성원들에게 지급할 급여와 병원이 사용하고 있는 건물 등에 투입되는 비용, 제반 운영에 필요한 일체의 ‘돈’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들도 소위 마케팅에 둔감해서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질 가능성이 높다.

특정 병원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고 운영되기 위해서는 의사의 실력과 명성을 비롯해 병원 입지와 규모, 보유 의료기기, 전반적인 시설 등 대단히 많은 변수들이 개입된다. 이 가운데 병원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이름’ 또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실제 병원명과 상징물, 컬러의 적용 등 정체성(Identity)을 선정하고 반영하는 간판은 로컬 기반 마케팅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갖는다.

딱 보면 원장 출신 학교를 안다?

병원 이름과 관련해 자주, 인상 깊게 발견되는 전략으로는 ‘출신교’에 대한 강조가 있다. 원장을 비롯한 소속 의사들의 학교 정보를 직간접적으로 표현해 간판은 물론 인근 지하철역 혹은 버스 정류장 등에 설치된 광고물에 관련 정보들을 제공함으로써 지역민들에게 판단을 유도하곤 한다.

가령 원장이 서울 소재 명문 의과대학으로 판단할 만한 학교의 출신이면 그런 사실을 유추할 수 있는 병원 이름들이 대단히 많다. 서울대학교의 경우 서울이라는 익숙한 도시이름 때문인지, 그렇지 않으면 국립대의 특성을 반영해서인지 상당수 병원 간판에 쓰이는 실정이다. 또 병원이 위치한 특정 구(區) 혹은 동(洞), 인근 지하철역 등의 명칭 뒤로 서울이라는 단어가 붙기도 한다. ‘OO서울내과’ 혹은 ‘OO서울치과’ 등이 풀네임이 돼 학교 마크와 함께 간판에 적용된다.

병원 광고를 위해 소속 의사들의 면면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자료사진) 해당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이런 현상은 특정 과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진료과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고 있다. 유사한 원리로 ‘연세’와 ‘고려’ 또한 개별 병원의 이름에 자주 쓰이며, ‘성모’가 활용되는 배경도 동일한 맥락으로 보인다. 개인적인 관찰에 따른 것이라 구체적인 수치나 비율을 제시할 순 없으나, 이런 병원들은 거의 예외 없이 소속 원장 혹은 의사의 학력과 병원의 이름이 일치된다. 해당 병원들은 이 같은 전략이 주효할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며, 학교 간 서열에 상당히 민감한 우리네 현실에 비춰볼 때 일정 부분 수긍이 가기도 한다.

그럼에도 병원을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로 여러 정보들을 현명하게 소화해내는 내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병원 이름에 특정 학교에 대한 사항이 포함돼 있다고 해서 그 대학 종합병원과 반드시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소속 의사들 모두가 예외 없이 해당 학교 출신이라는 의미도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발 더 나아가 병원명에 원장 등 소속 의사가 근무했던 유수의 종합병원이 암시되는 사례들도 적지 않다. 라디오 혹은 버스 광고를 통해 ‘OO병원 출신의 OOO 원장이 직접 진료! OO **병원!’ 등의 메시지를 제공하는 식이다. 이런 사례들은 다양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관찰되는 대형병원 쏠림현상과 무관치 않은 마케팅 전략으로 읽힌다. 그러나 나와 가족의 건강을 위한 병원 선택은 여타 일반상품의 구매 및 재구매 결정을 위해 하는 일련의 단계들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병원 입장에서도 외적 요소에 대한 고민은 현실적으로 중요하고 핵심적인 의사결정임이 틀림없다. 이 관점에서 병원의 이름과 아이덴티티 설정에 있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을 짚어보면 대단히 상식적인 원칙들이다.

병원 마케팅도 ‘20 대 80 법칙‘으로

첫 번째는 누구를 타깃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다. 일반 마케팅에서 흔하게 통용되는 ‘20 대 80 법칙,’ 즉 20%의 충성 고객에 의해 매출의 80%가 창출된다는 원칙은 병원에도 공히 적용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렇기에 초기부터 목표 공중을 명확하게 설정하는 작업은 너무나 중요하다.

두 번째, 설정된 타깃들에게 가장 강력하게 어필할 수 있는 배타적인 가치(Value)와 편익(Benefit)은 무엇이며, 그것을 병원 이름과 포지셔닝 과정에서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다.

병원의 이름과 아이덴티티, 핵심 메시지를 포함한 포지셔닝 요소들이 명확히 정해지면, 세 번째로는 병원이 운용할 수 있는 로컬 기반의 마케팅 수단들이 무엇인지 현실적으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과정이 이뤄져야 한다.

실행이란 간판을 포함해 병원이 위치한 구체적 장소를 배경으로 펼치는 로컬 마케팅일 수도, 인근의 지형지물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POP 수단에 대한 고려일 수도 있다. 타깃팅은 ‘남녀노소 누구나’를 예비 소비자로 설정하는 오류를 막고, 해당 병원이 ‘어떻게든’ 잡아야만 하는 의료 소비자들을 구체적으로 파악해 설정하는 작업이다. 병원 입지나 주변 여건 등의 포괄적인 변수들을 동원해 자주 내원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이런 단계를 거쳐 핵심 타깃층이 정리되면, 병원이 보유한 장점 가운데 과연 어떠한 사항들이 그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 최대한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병원 마케팅도 ‘20 대 80,’ 즉 20%의 충성 고객에 의해 매출의 80%가 창출된다는 원칙이 적용된다. (자료사진)

원장의 학력이나 출신 병원이 가장 강력한 요소라고 보일 수도 있으며, 전형적인 주택가에 자리 잡았다면 장기적 안정감 등을 부여하기 위해 원장의 실명 혹은 성씨를 활용한 병원명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타깃 연령대가 상대적으로 젊고 기성세대에 비해 저관여 방식으로 의료서비스를 찾는 성향을 보인다고 할 경우엔 병원 이름으로 자주 활용되지 않는 감성적 단어, 영어 등의 외국어 또한 고려할 여지가 여지가 생긴다.

물론 진료과에 따른 상이한 전략도 필요하다. 아무리 젊은 계층을 주요 타깃으로 해도 소아과와 산부인과, 내과, 가정의학과 등 고려돼야 할 특수성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동일한 30대 초반의 여성이라도 소아과에는 엄마의 심정으로 방문할 것이고, 내과 혹은 가정의학과에는 지친 맞벌이 여성의 심정으로 찾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병원의 주요 타깃, 핵심 이미지, 컬러와 상징, 간판 등등 아이덴티티 사항이 정리되면, 이를 토대로 최소한의 비용이 투입되는 로컬 마케팅을 고려하는 것이 순서이다. 대부분의 소규모 병원은 장기적이면서 최소 비용이 투자되는 마케팅을 선호하고, 실패의 확률이 가장 낮은 옵션을 선택해 실행하는 방법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다행스럽게도 최근의 홍보환경은 과거처럼 선택지가 좁지 않다. 라디오나 버스, 지하철역 혹은 지하철 내부에 게시되는 광고도 고려 대상이며 웹사이트, 블로그, 여타 SNS 툴도 어렵지 않게 대안이 될 수 있다.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앰비언트 마케팅(Ambient Marketing·흔히 볼 수 있는 익숙한 사물에 아이디어를 더하는 것) 원리를 적용해보는 것도 가능하리라 본다.

지역민들조차 알아보기 힘든 원장님 얼굴사진을 건물 외벽이나 버스 외관에 ‘묻지마’ 스타일로 게시하며 만족할 것이 아니라, 앞서 논의하고 결정한 사항들에 근거해 가장 적확(Optimal)하다고 판단되는 선택지를 골라 수행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실패의 가능성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유현재  hyunjaey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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