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이름 짓기와 로컬 마케팅
병원 이름 짓기와 로컬 마케팅
  • 유현재 (hyunjaeyu@gmail.com)
  • 승인 2018.03.22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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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재의 Now 헬스컴] 출신 학교·의사 내세운 천편일률식 광고…차별화 전략 필요

[더피알=유현재] 무한경쟁 시대다. 병원도 그렇다. 대형 병원은 물론 중소형 병원과 의원급 등 각자 속해있는 시장의 성격과 주요 타깃, 세부적인 환경들에 따라 경쟁 모습은 천차만별이지만, 상당히 치열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개인 혹은 몇몇이 모여 병원을 오픈하게 되면 그들은 의사인 동시에 경영자가 된다. 오랜 기간 축적한 전문 지식과 의술을 활용해 최상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임무와 함께 근무하는 구성원들에게 지급할 급여와 병원이 사용하고 있는 건물 등에 투입되는 비용, 제반 운영에 필요한 일체의 ‘돈’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들도 소위 마케팅에 둔감해서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질 가능성이 높다.

특정 병원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고 운영되기 위해서는 의사의 실력과 명성을 비롯해 병원 입지와 규모, 보유 의료기기, 전반적인 시설 등 대단히 많은 변수들이 개입된다. 이 가운데 병원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이름’ 또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실제 병원명과 상징물, 컬러의 적용 등 정체성(Identity)을 선정하고 반영하는 간판은 로컬 기반 마케팅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갖는다.

병원 이름과 관련해 자주, 인상 깊게 발견되는 전략으로는 ‘출신교’에 대한 강조가 있다. 원장을 비롯한 소속 의사들의 학교 정보를 직간접적으로 표현해 간판은 물론 인근 지하철역 혹은 버스 정류장 등에 설치된 광고물에 관련 정보들을 제공함으로써 지역민들에게 판단을 유도하곤 한다.

가령 원장이 서울 소재 명문 의과대학으로 판단할 만한 학교의 출신이면 그런 사실을 유추할 수 있는 병원 이름들이 대단히 많다. 서울대학교의 경우 서울이라는 익숙한 도시이름 때문인지, 그렇지 않으면 국립대의 특성을 반영해서인지 상당수 병원 간판에 쓰이는 실정이다. 또 병원이 위치한 특정 구(區) 혹은 동(洞), 인근 지하철역 등의 명칭 뒤로 서울이라는 단어가 붙기도 한다. ‘OO서울내과’ 혹은 ‘OO서울치과’ 등이 풀네임이 돼 학교 마크와 함께 간판에 적용된다.

이런 현상은 특정 과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진료과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고 있다. 유사한 원리로 ‘연세’와 ‘고려’ 또한 개별 병원의 이름에 자주 쓰이며, ‘성모’가 활용되는 배경도 동일한 맥락으로 보인다. 개인적인 관찰에 따른 것이라 구체적인 수치나 비율을 제시할 순 없으나, 이런 병원들은 거의 예외 없이 소속 원장 혹은 의사의 학력과 병원의 이름이 일치된다. 해당 병원들은 이 같은 전략이 주효할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며, 학교 간 서열에 상당히 민감한 우리네 현실에 비춰볼 때 일정 부분 수긍이 가기도 한다.

그럼에도 병원을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로 여러 정보들을 현명하게 소화해내는 내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병원 이름에 특정 학교에 대한 사항이 포함돼 있다고 해서 그 대학 종합병원과 반드시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소속 의사들 모두가 예외 없이 해당 학교 출신이라는 의미도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발 더 나아가 병원명에 원장 등 소속 의사가 근무했던 유수의 종합병원이 암시되는 사례들도 적지 않다. 라디오 혹은 버스 광고를 통해 ‘OO병원 출신의 OOO 원장이 직접 진료! OO **병원!’ 등의 메시지를 제공하는 식이다. 이런 사례들은 다양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관찰되는 대형병원 쏠림현상과 무관치 않은 마케팅 전략으로 읽힌다. 그러나 나와 가족의 건강을 위한 병원 선택은 여타 일반상품의 구매 및 재구매 결정을 위해 하는 일련의 단계들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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