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츠의 ‘PDM’이 주는 시사점
덴츠의 ‘PDM’이 주는 시사점
  • 신인섭 (1929insshin@naver.com)
  • 승인 2018.03.26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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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섭의 글로벌PR-히스토리PR] 5가지 ‘R’ 충족, 데이터에 달렸다

[더피알=신인섭]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면 광고(廣告)와 홍보(弘報)란 말이 일본에서 시작되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을 것이다. 정확한 연도는 아니나 1880년대에 일본에서 나왔다. 그리고 광고는 이제 한자문화권 공통어가 됐고, 홍보는 한국에서 PR이란 말과 같이 혹은 대신 쓰이게 됐다.

pr(public relations)과 광고(廣報)가 동의어라고 풀이한 일본 덴츠광고사전.

일본의 이런 재주는 더 있다. 공영방송 KBS에서도 버젓이 사용되는 CM, CF는 각각 커머셜 메시지(Commercial Message)와 커머셜 필름(Commercial Film)의 머리글자를 따온 것으로 역시 일본에서 유래했다.

이밖에도 일본식 영어 낱말은 찾아보면 꽤 많다. 해일이란 우리말은 영어로 쓰나미(Tsunami)인데, 해안(津·진)을 뜻하는 일본어 쓰(tsu)와 파도(波·파)의 나미(nami)가 합쳐진 것이다. 두부는 일본말 ‘토후’가 그대로 영어(Tofu) 쓰인다.

그러니 ‘일본은 없다’는 주장보다 여전히 일본이 남아있다는 말이 더 맞는 셈이다. 그리고 광고 산업에도 일본은 있다.

뒤범벅된 세계 광고시장

광고시장 규모를 국가별로 보면 일본이 중국에 2위를 뺏긴지도 몇 년이 됐다. 2017년 기준으로 미국 광고비는 대략 2000억 달러로 압도적이고 그 뒤를 중국(93억 달러)과 일본(44억 달러)이 잇고 있다. 한국은 13억 달러로 세계 8위이다.

1990년대 중반 등장해서 세계인의 일상을 뒤바꾼 인터넷은 국가별 구분 없이 광고산업 전체를 디지털 시대로 몰아넣었다. 약 5900억 달러(636조) 규모의 세계 광고시장에서 신문이 1위이던 때는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이야기이고, 오랫동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TV도 올해는 인터넷에 그 자리를 내줄 전망이다.

현재 디지털 광고는 세계 광고비의 약 38%를 차지한다. 금액으로는 약 2240억 달러에 이른다. 미국에서는 2년 내 이용자 맞춤형인 프로그래매틱(Programmatic) 광고가 디지털 광고의 8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술의 급진전으로 이제 광고는 소비자가 있는 장소와 시간에 소비자가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만큼 과학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이용자 맞춤형 프로그래매틱 광고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시간과 장소 등 양적인 자료는 찾아낼 수 있으나 소비자가 원하는 메시지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어려운 숙제이다. 물론 구글과 페이스북 등은 이용자 데이터를 분석한 알고리듬을 통해 원하는 메시지(광고)가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기술을 어느 정도 갖추었다. 다만, 소비자가 어떤 상태에서 어떤 기분으로 광고를 보고 있는가를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아직 미결의 장(章)이다. 인공지능(AI)이 이 문제를 해결할 날이 오면 전통에 갇힌 광고회사는 문을 닫게 될 것이다.

복잡다단한 디지털 생태계에서 광고가 성공하려면 5가지 ‘R’을 충족해야 한다. △정확한 사람(Right Person) △정확한 시간(Right Time) △정확한 장소(Right Place) △정확한 콘텐츠(Right Contents) △정확한 피드백(Right Feedback)이다. 이중 네 가지는 어느 정도 해결되었으나, 콘텐츠 문제는 커뮤니케이션을 업으로 삼는 모든 이들에게 엄청난 압박감을 주고 있다.

‘브랜드 리프트 체커’의 역할

일본 최대의 광고회사 덴츠는 ‘피플 드리븐 마케팅(People Driven Marketing·사람 주도의 마케팅)’이라는 말로 이 같은 도전에 마주서고 있다.

PDM 실천의 일환으로 덴츠는 작년 12월 초에 브랜드 리프트 체커(Brand Lift Checker)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구글이 2010년대 초 브랜드 리프트(Brand Lift)를 발표한 내용을 더욱 발전시킨 것으로, 영문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덴츠가 한 일은 체커(Checker)를 더했을 뿐이다. 이 서비스는 과연 어떤 것인가?

브랜드 리프트 체커는 PDM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한 가지이다. 그 특징은 (1)TV 등 전통매체용으로 개발한 영상광고를 디지털용으로 고칠 경우 (2)디지털 매체용으로 개발한 영상광고를 (전통 및 디지털) 매체 모두에 사용할 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최적의 영상광고’를 제작하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체크할 항목 가운데는 <최초 1초 이내에 브랜드 이름이 나타난다>, <저명한 인사가 출연한다> 등 자동 판별이 가능한 항목 외에 <감동적> <귀여운>과 같이 사람이라야 판별 가능한 항목도 포함한다. 매체계획에서 사용하는 PDCA(Plan Do Act Check) 개념을 크리에이티브와 활성화(Activatio) 분야에도 응용한다.

구글이 창안한 것에 기초해 CM 노출과 비노출 2개 그룹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광고효과 측정방법까지 응용한 덴츠의 브랜드 리프트 체크가 나오기까지 엄청난 사전 조사와 실행 노력이 있었다.

일본에 진출한 구글은 물론 페이스북, 아마존, 야후 등과 함께 일본의 전자상거래업체 라쿠텐(樂天)이 가지고 있는 관련 데이터를 모두 조사하고 협조를 받았다. 말하자면 이 체커는 일본 마케팅 연구의 진수라고도 볼 수 있다. 178가지 체크 항목은 약 3000개의 영상광고 조사에서 추려낸 것으로 데이터 과학자(Data Scientist)와의 협력을 통해 얻었다고 한다.

브랜드 리프트 체커 서비스를 소개한 덴츠 보도자료 일부.

브랜드 리프트 체커는 앞으로 광고회사가 광고주를 찾아갈 때에는 데이터로 ‘무장’한 전략 담당자와 크리에이터가 동행해야만 설득이 용이할 것이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다른 에이전시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예산은 고정 내지 줄이면서 해달라는 업무 요청은 늘어가는 근래의 환경에서 새로운 전환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12년 전 서울에 진출해 광고대행과 통신 업무를 시작한 덴츠(1901년 창립)의 숨은 힘은 바로 이것이다. 구글의 아이디어에서 착안해 일본에 진출한 여러 미국 기업과도 협업해 가면서 자기 나름대로 독특한 문제 해결책을 찾아내는 끈질긴 노력이다.

신인섭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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