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 걷던 페이팔 앞에 놓인 도전
꽃길 걷던 페이팔 앞에 놓인 도전
  • 임준수 (micropr@gmail.com)
  • 승인 2018.03.29 14: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준수의 캠페인 디코딩] 애플과 이베이의 일격 속 투자자를 안심시켜라
 

[더피알=임준수] 페이팔(PayPal)은 약 2억3000만명의 이용자를 둔 세계에서 가장 큰 온라인 결제 서비스 회사이다. 테슬라 CEO이자 스페이스X, 하이퍼루프를 이용한 초음속 열차 등으로 유명한 일론 머스크가 피터 틸 등과 1998년 공동 설립해 2002년 이베이에 약 1조7000억원에 매각했다.

21세기 들어 전자상거래 및 온라인 송금이 소비자의 삶을 파고들면서 페이팔은 급성장했다. 그 결과 2015년 페이팔은 이베이에서 분사, 독립 기업으로 나스닥에 상장된다. 올해 2월 페이팔의 시가총액은 약 950억 달러(약 100조)로 이베이 시총(442억 달러)보다 두 배 이상 되는 거대기업이 됐다.

계속 꽃길만 걸을 것처럼 보였던 페이팔은 최근 몇 가지 도전을 받고 있다. 우선 모바일 결제 수단에서 점유를 계속 키워가는 애플이란 존재다. 애플은 지난해 애플 ID를 이용한 결제수단에 페이팔을 추가해 줌으로써 페이팔의 실적을 늘리는 데 큰 도움을 줬지만,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결제를 두고는 경쟁 관계에 있다.

두 번째는 이베이와 맺은 주요 온라인 결제 서비스업체 제휴가 2020년 끊어진다는 점이다. 이베이는 페이팔의 2017년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지난 1월 말, 2020년 페이팔과의 제휴가 종료되면 암스테르담에 본사를 둔 금융 기술 벤처 기업인 애드옌(Adyen)을 주요 지불업체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베이가 유럽계 작은 벤처 기업으로 갈아타리라고 예측한 투자자나 분석가들은 많지 않았기에, 같은 날 페이팔은 월가의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 결과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2020년 이베이와의 결별 소식에 급락했던 페이팔 주가 흐름.

이베이로부터 불의의 일격을 당한 후 페이팔은 투자자를 안심시키고 지속성장이 가능하다는 점을 알리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PR 행위는 회사의 중역들이 주요 투자자, 월가의 분석가 그리고 주요 뉴스 매체와의 접촉을 늘리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눈여겨볼 점은 페이팔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존 레인니가 블룸버그TV, 월스트리트저널 등과 가진 인터뷰다.

2월 4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앵커는 페이팔 거래의 몇 퍼센트를 이베이가 차지하는지, 또 이베이와의 결별로 향후 생겨날 손실을 어떻게 보충할 계획인지를 물었다.

이에 대해 레이니 CFO는 현재 이베이에서 일어나는 페이팔 거래는 전체의 13%를 차지하지만, 다른 거래 영역의 평균 성장률이 23%인 데 비해 4%로 매우 더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베이 비중이 훨씬 더 작아질 수밖에 없다며 이베이와의 결별 발표로 인한 투자자의 동요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또 하나 흥미로운 발언은 시장은 이베이 결정을 예측하지 못했지만 페이팔 측은 이미 예상하고 대비를 해왔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베이와의 제휴 종료가 다른 의미에서 페이팔이 이베이 경쟁사들과 자유롭게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낼 기회라는 점도 강조했다.

전략적 인터뷰

월스트리트저널과 2월 19일 가진 특별 인터뷰는 성장가도에 있는 페이팔이 직면한 위기요인에 대한 회사의 인식과 지속성장을 위해 밀레니얼 세대 소비자에 소구하는 전략을 듣는 자리였다.

가장 중요한 질문은 애플 페이나 월마트 페이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와 어떻게 경쟁하느냐는 것이었다. 비접촉 방식의 미국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약 75% 점유율을 확보한 애플 페이는 페이팔 성장 잠재력에 부정적 요인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이에 대응하는 페이팔의 전략은 투자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정보일 수밖에 없다.

레인니 CFO는 이 부분에 대해 아주 영리한 답을 내놓았다. 페이팔은 플랫폼으로부터 자유롭기에 연계 금융기관과 관계없이 어떤 운영체제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 것. 또한 그런 호환성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구체적인 실익으로 지난해 중국 바이두사와 체결한 제휴협약을 언급했다.

“바이두 웰렛을 사용하는 1억5000만명의 중국인들은 전 세계적으로 페이팔과 연계된 1700만 판매자의 전자상거래망에서 쇼핑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향후 3~4년 안에 국경을 넘는 모든 통상의 약 40%가 중국과의 거래에서 이뤄질 것이기에 이번 제휴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경쟁 관계에 있는 ‘애플 페이’라는 단어를 한 번도 쓰지 않으면서 애플 페이의 한계를 지적하는 한편, 미국 내 전자결제 서비스 업체 중 중국발 최대 수혜자는 페이팔이 될 것이라고 은근히 과시하는 효과를 준 것이다.

물론 이 답변은 현재 중국 시장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은 알리바바사의 알리페이와 텐센트사의 위챗페이가 각각 54%, 37%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바이두 웰렛은 겨우 0.4% 점유율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제공하지 않는다.

페이팔 cfo 존 레인니의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 화면 캡처.

페이팔 입장에서 이베이와의 제휴 만료는 수익 감소 측면에서 더 큰 문제다. 페이팔의 CEO 댄 슐먼 씨는 앞서 월가의 분석가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베이와의 관계 변화는 “관리 가능”하며 페이팔의 새로운 전략과도 부합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예상되는 손실을 메울 실질적 대안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려주지 않으면 앞으로도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는 힘들 것이다.

월스트리트 기자가 “밀레니얼 세대와 더 젊은 세대(Z세대)는 어떻게 잡습니까?”라고 물었을 때, 레인니 씨는 자연스럽게 ‘벤모(Venmo)’로 화제를 옮겼다. 벤모는 2013년 페이팔이 약 8억 달러(약 8600억원)에 인수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 앱으로 가족이나 친구, 지인들 간의 소액 송금을 가능하게 해준다. 현재는 미국에서만 서비스되고 있다. 2016년 기준 벤모를 통한 거래액은 약 19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인지 CFO는 이베이가 빠져나갈 자리에 벤모를 슬쩍 밀어 넣는다. 이런저런 복잡한 수치로 상황을 설명하기보다 대체제를 명확하게 각인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벤모가 좋은 예입니다. 많은 사례에서 이 (젊은) 세대들은 지불의 경험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하는 것을 즐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 10월에는 더 많은 가맹점과 비즈니스 모델에 벤모가 이용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벤모는 페이팔의 구원투수 될까로 이어집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