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8-07-18 19:21 (수)
‘벤모’는 페이팔의 구원투수 될까
‘벤모’는 페이팔의 구원투수 될까
  • 임준수 micropr@gmail.com
  • 승인 2018.04.02 10: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준수의 캠페인 디코딩] 모바일 P2P 결제로 밀레니얼 세대 공략 잰걸음…美 금융사 연합군과 격돌
페이팔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 벤모(왼쪽)와 미국 금융사들이 연합해 만든 젤.

▷꽃길 걷던 페이팔 앞에 놓인 도전에 이어…

[더피알=임준수] 잘 나가던 페이팔(Paypal)이 이베이와의 오랜 동맹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투자자들의 동요를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모바일 P2P(개인 대 개인) 결제라는 젊은층에게 어필하는 새로운 핀테크로 금융 거래 시장의 주도권을 잡아나가려는 페이팔의 전략적 행보가 주목된다.

올해 2월 23일 미국 주요 경제케이블 뉴스인 CNBC는 모바일 결제 앱 ‘젤(Zelle)’이 출시 1년도 안 돼 벤모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약 750억 달러의 거래액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젤은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JP모건체이스 등 미국 내 대형 금융사들이 연합해서 만들었다.

페이팔 측이 지난 1월에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벤모에서 이뤄진 거래는 약 350억 달러(약 37조6000억원)인데, 젤을 통한 거래는 두 배 넘는 약 750억 달러(약 80조원)로 나타났다.

중요한 점은 이 뉴스 보도에 있어서도 CNBC가 인터뷰한 사람이 페이팔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빌 레디였다는 점이다. 레디 COO는 자신들이 미국 대형 은행과 신용카드 회사들에게 새로운 비즈니스를 가져다주고 있다며, 페이팔의 벤모는 은행의 적이 아니라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말로 금융계의 기존 지배 세력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앵커는 인터뷰 말미에 송곳 같은 질문을 던진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애널리스트 중 한 명인 톰 브라운이 젤이 결국 ‘벤모 킬러’가 되리라 전망했다면서 이미 수백만의 고객이 젤을 이용하는 거센 도전을 어떻게 방어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레디 COO는 경쟁 서비스의 이름을 전혀 언급하지 않으면서 페이팔이 6년 전 벤모를 시작할 때 이야기를 한다.

“당시 사람들은 페이팔이 왜 P2P 결제에 뛰어드는지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이렇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현실이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모바일 P2P 송금 시장은 아직도 무한한 성장가능성이 있기에 여러 업체가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벤모는 특히 소셜 차원의 결제에서 차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죠.

캠페인 샅바싸움

언론을 통한 이 같은 홍보활동을 넘어 벤모와 은행연합 측은 광고 캠페인을 통해서도 격돌하고 있다.

올해 1월 그래미 시상식 중계 때 체이스은행은 전쟁고아에서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의 발레리나가 된 미켈라 드프린스를 등장시킨 ‘미켈라의 방법’ 광고를 내보냈다. 체이스 앱의 ‘퀵 페이 위드 젤(QuickPay with Zelle)’로 모바일 송금이 얼마나 쉬운지를 알려주기 위한 것이다. 광고는 내레이션을 통해 두 개의 그랜드 피아노 사이에서 미켈라 드프린스가 우아하게 공중도약(발레 용어로 즈테)하는 사이에 친구에게 송금을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반전이 있다. 내레이터는 “광고에서는 그렇게 ‘즈테-잉’하면서 송금할 수 있지만 실생활에서 진짜 송금하는 장면은 다음과 같다”고 말한다.

거실에서 건너편 소파에 앉아 있는 언니에게 “내가 얼룩지게 해서 망친 스웨터값 물어줄게”라고 미켈라가 말하자 “무슨 스웨터?”라는 반응이 돌아온다. 그때 바로 언니의 스마트폰으로 미켈라가 보낸 돈이 도착한다. 얼마나 빠르게 송금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체이스는 TV광고 외에도 친구나 가족에게 돈을 보낼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재미나게 표현한 20개의 GIF 파일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파했다. 물론 밀레니얼 세대를 염두에 두고 만든 캠페인물이다. 브랜드 인지도 측면에서 앞서고 있는 페이팔이 구사하는 브랜딩 전략은 ‘구글해봐’ ‘카카오톡해’처럼 ‘벤모로 돈 보내다’라는 동사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벤모는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는 물론이고 옥외광고 등을 통해 이른바 ‘블랭크 미(Blank Me)’ 캠페인을 벌였다. 예를 들어 ‘너희가 서로 _____ 할 때, 너희는 진짜 친구인지 알 수 있다(You know you’re real friends when you _____ each other)’와 같이 빈칸을 남겨두고 그 안에 들어갈 단어가 ‘Venmo’라는 점을 주지시킴으로써, 젊은이들 사이에 벤모가 동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자연스레 깨닫게 하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시카고, 마이애미, 내슈빌, 댈러스와 같은 주요 도시의 술집, 레스토랑, 대학가에 옥외광고도 걸었다. 한 광고판에는 “헤이 데이빗, 고등학교 프롬 때 티켓 값으로 켄드라에게 빌린 돈 아직도 안 갚았다며. 약해 보여”라고 적혀 있다.

심지어 마이애미 비치에서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 뒤로 지나가는 보트 위에도 벤모의 빈칸 넣기 광고판을 띄웠다.

특히 젊은층에게 화제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선정적 연상을 일으킬 수 있는 문구도 일부러 내보냈다. 예를 들어 “어색하게 만들지 말고 바로 _____ 해줘(Let’s not make it awkward, just _____ me)” 또는 “오늘 밤 잘못된 사람과 _____ 하면 아침 되면 후회할 거야(If you _____ the wrong person tonight, you’ll regret it in the morning)” 등이다.

벤모를 동사로 만들기 위해 페이팔이 전개한 온·오프라인 캠페인. 출처: 애드위크

물론 벤모는 캠페인을 벌이기 전부터 이미 젊은층 사이에서 동사로 인정받는 추세였다. 언론보도에서도 벤모는 종종 동사로 등장한다. 2017년 3월 LA타임스 기사를 보면 “점점 많은 밀레니얼들이 서로에게 벤모하기 시작하자, 은행들도 자신들의 앱으로 반격을 시작하다(As millennials ‘Venmo’ each other money, banks fight back with their own mobile app)”라는 내용이 있다.

같은 해 7월 뉴욕타임스 기사에서도 “나는 너에게 벤모 할거야(I’ll Venmo you)”나 “그냥 벤모해(Just Venmo me)”처럼 젊은층에서 벤모가 동사처럼 이용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특정 브랜드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동사로 사용될 정도면 브랜드에 대한 인지를 넘어 정서적 유대와 높은 충성도가 싹트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거대 금융기관들이 연대해 만든 젤이 월가의 분석가가 말했던 것처럼 ‘벤모 킬러’가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2020년 이베이와의 결별로 인한 수익 감소를 상쇄할 만큼 벤모가 효자 노릇을 할지 여부도 페이팔의 미래와 관련해 중요한 관전 포인트이다.

*전체 내용은 더피알 매거진 2018년 3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구독신청 바로가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