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은 승리를 위해 변화가 필요했다”
“평창은 승리를 위해 변화가 필요했다”
  • 오장환 (thepr@the-pr.co.kr)
  • 승인 2011.07.29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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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의 ‘평창 프레젠테이션’ 성공 4대 포인트

 

“New Horizons(새로운 지평).”

어떻게 보면 너무나 평범하고 일반적인 단어일지 모르나, 그건 분명히 우리만이 말할 수 있는 명확한 비전이었고, 강력한 무기였다. 그리고 평창은 승리를 위해 변화가 필요했다.

관점의 변화

프레젠테이션(PT)은 설명이 아닌 설득이다.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닌,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함으로써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나와 같은 생각, 내가 하지 못했던 생각들을 주입시켜 공감을 이루는 설득 과정인 것이다. 성공의 첫 번째 포인트는 듣는 사람으로의 관점 변화이다.

2014년 동계올림픽 도전 때 총회 PT에 다뤘던 메시지를 정리해 본다면, 1)선수중심의 경기여건 2)다음세대를 위한 올림픽 : 드림프로그램 3)동계스포츠 확산 명분 4)올림픽 유산적 가치 5)평화와 화합에 기여 6)정부 및 국민의 전폭적 지원이었다.

우리의 메시지는 평창만이 할 수 있는, 차별화된 메시지가 없었다. 있다 하더라도 그 점을 부각시키지는 못했었다. ‘선수중심의 경기여건’ 은 모든 경쟁 도시들이 시간차로 앞다퉈하는 이야기였고, ‘동계스포츠 아시아 확산 명분’ 도 구체적인 설득 논리, 방법론도 없었다. 또한 평창만의 메시지였던 ‘올림픽 개최를 통해 남북한 평화에 기여하겠다’ 는 것 역시 스포츠와의 연계성이 미흡해 오히려 반대급부를 부각시키는 결과를 낳기까지 했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있는 사실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춰 차근차근 설명하는 데에 주력했을 뿐, 듣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부각시킬 것은 부각하고 포장 할 것은 포장하는 데에 미흡했었다.

따라서 2018년 동계올림픽 PT에서는 이런 시행착오를 최대한 범하지 않기 위해 주력했다. 먼저 메시지의 우선순위부터 재조정이 필요했다. 기술적 평창의 강점인 ‘콤팩트 베뉴 콘셉트(Compact Venue Concept)’ 와 ‘드림프로그램(Dream Program)’ 등은 “New Horizons” 를 뒷받침하는 소재로 활용했고, 보다 큰 메시지인 “왜 평창을 선택해야 되는지, 평창만이 이룰 수 있는 올림픽 가치” 에 철저히 초점을 맞췄다. 예를 들면, 10년간 꾸준히 이어져온 드림프로그램은 ‘평창은 약속하면 충실히 이행한다’ 는 신뢰를 심어 주는 메시지를 뒷받침하는 팩트로 포지셔닝했고, ‘김연아’ 와 ‘토비 도슨’ 을 활용해 ‘새로운 기회를 통해 성취할 수 있었던 개인적 스토리’를 들려줌으로써 평창을 통한 동계스포츠 확산의 가능성을 듣는 이의 입장에서 보다 공감할 수 있게 어필했다.

이런 관점의 변화는 메시지뿐만 아니라 프레젠터의 선정, 표현적인 제작에서도 이뤄졌다. 위원장, 대통령, 대변인을 제외하고는 메시지에 가장 부합되는 인물을 보다 폭넓고 자유롭게 선정 할 수 있었고, 모든 제작물들도 비딩(bidding)에 경험이 많은 해외 올림픽 비드 전문제작사를 활용해 우리의 메시지를 그들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표현해 이해도를 높였다.

우리만의 강력한 명분

앞에서 언급했듯, PT는 설득이고 그 설득에 가장 강력한 것은 진실성이다. 우리에겐 다른 경쟁 도시에서는 말할 수 없는 팩트와 비전이 있었다. 두 번째 성공 포인트, ‘우리만의 강력한 사실적 메시지’ 이다.

뮌헨의 “Festival of friendship”과 안시의 “Snow, Ice & You”, 이 두 경쟁도시의 슬로건은 IOC가 갈증을 내는 미래 비전을 담지 못하고 있다. 왜일까? 그들은 이미 가질 것을 가지고 있어서일까? 아니면 올림픽의 의미를 보다 근원적인 가치에 두고 싶어서일까? 우리는 여기서 중요한 유치 명분의 차이를 찾아볼 수 있다. 두 도시 모두 성공적인 올림픽을 치르는 데에 있어서 손색이 없는 후보 도시들이다. 오히려 경험과 인프라 측면은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다. 하지만 단순히 도시의 발전, 국가 이미지에 대한 긍정적인 부분이 전부였다. 반면 우리는 도시, 국가의 차원이 아닌 대륙, 나아가 동계스포츠 발전을 위한 새로운 대안적 비전을 가졌다. 이것이 가장 명확하고 강력했던 평창만이 말 할 수 있는 “New Horizons” 였다.

평창2018 동계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더 나아가 전 세계 동계스포츠 저개발 지역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는 비전은 분명 동계스포츠의 미래를 걱정하는 IOC위원들의 고민을 덜어주는 뚜렷한 대안이었다. 또한 이 비전은 말뿐만 아니라 달성을 위한 노력의 실체가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더욱 공고히 했다. ‘드림프로그램’, ‘알펜시아 완공’, ‘교통망 구축’ 등 유치 결과와 상관없이 비전 달성을 위한 노력은 IOC위원에게 확신을 심어주는 데 부족한 점이 없었던 것이다. 공유할 수 있는 비전과 명확한 노력의 실체, 이미 우리는 메시지에서 다른 경쟁도시 보다 우월했다.

차별화된 커뮤니케이션 전략

유치의 과정은 긴 레이스이다. 총회 PT 외 대륙을 순회하며 9개의 공식 프레젠테이션 기회가 주어진다. 뮌헨은 초기부터 기선제압을 위해 가장 공격적인 전략으로 나왔다. 첫 공식 경쟁 무대였던 ANOC (멕시코, 아카풀코)에서 보여 준 뮌헨의 프레젠테이션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카트리나 비트를 중심으로 한 완벽에 가까운 프레젠터들의 기량, 엄청난 제작비를 들인 듯 한 화려한 영상들, 분명 뮌헨의 데뷔 무대는 압도적이었다. 토마스 바흐의 파워와 카트리나 비트의 매력, 뮌헨이라는 잘 발달된 인프라 등의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데에 주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우리는 뮌헨의 전략과 차별화해 단계적으로 우리의 메시지를 보여줬다. 각 대륙별로 메시지를 차별화했고, 카트리나 비트의 대세적 분위기를 한방에 날려줄 우리의 히든카드 ‘김연아 선수’ 의 참여 시기에 대해 고민을 거듭했다. 과거의 스타와 미래를 짊어질 젊은 스타의 대결, 그것은 단순한 나이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김연아 선수는 인기 있는 스포츠 선수의 의미를 훨씬 넘어선, 우리의 비전인 ‘New Horizons’ 의 살아 있는 증거였기 때문에 평창 승리의 필살기였다. 때문에 우리는 유치 과정 중반을 터닝 포인트로 잡았다. 그 전의 대륙별 PT에서는 뮌헨의 물량공세에 근소한 차이로 뒤지는 분위기였지만, 런던에서 열린 ‘스포츠어코드’부터 분위기는 반전되기 시작했다. 세계 피겨 선수권대회의 급작스런 일정변경으로 김연아 선수의 공식 PT 데뷔 무대는 연기될 수밖에 없었지만, 영상 속 등장으로도 큰 화제가 됐다. 또한 새롭게 준비한 우리의 영상도 감성과 메시지를 잘 엮어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반면 뮌헨은 ANOC에서 보여 준 PT의 반복으로, 더 이상 대세를 만들어 내는 데 힘이 부치는 모습이 역력했다. 평창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5월 스위스 로잔에서 벌인 ‘테크니컬 브리핑’ 에서 IOC 위원들을 대상으로 김연아 선수를 포함, 프레젠터들의 완벽한 PT와 또 한 번의 업그레이드 된 영상으로 최고의 평가를 얻으며 평창 대세의 분위기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실로 김연아 선수의 활약은 눈부셨다. 모든 매체는 새로운 프레젠터로서의 김연아에 주목했고, 카트리나 비트는 더 이상 화제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이런 뮌헨의 위기감은 더반 총회 PT때에 확인할 수 있었다. 카트리나 비트를 주인공으로 뮌헨의 축제와 즐길 거리에 대한 영상, 베뉴 설명 영상 등 모두 평창의 복제품인 듯한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왔다. 분명한 ‘물타기’였다. 이미 그들은 자신들의 뒤쳐짐을 스스로 인정한 모양새가 돼버렸다.

타깃의 성향과 메시지의 노출 시점, 그리고 변화, 평창은 긴 유치과정 속에서 끊임없이 진화했고 발전했으며 지루하지도, 단순하지도, 무리하지도 않으며 자연스럽게 IOC 위원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는 데 성공했다.

전 국민의 유치 열망

올림픽은 단순한 스포츠 경기가 아니다. 올림픽을 유치하는 건 유치위와 소수의 관련 인사가 하는 일이지만, 올림픽을 치르는 것은 지역민, 전 국민들의 몫이다.

‘그들은 우리를 환영할까’ ‘올림픽 시즌 동안 경기장을 오가다 마주치는 그 나라 사람들이 어떤 태도로 대할까?’라는 의문은 IOC 위원이 아니라도 한 개인으로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근본적인 의문일 것임에 틀림없다. 밴쿠버에서 개막을 앞두고 반(反)올림픽 데모가 도시 곳곳에서 벌어졌다. 그때 IOC 위원들은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IOC 위원이라면 그 당혹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럴 가능성이 있는 도시에 올림픽을 주고 싶을까? 해답은 뻔하다. 우리에겐 그 어떤 경쟁도시도 따라올 수 없는 도민, 국민들의 지지가 있었다.

실사단 방문 시 2014명이 만들어 낸 하모니는 그 자리에 있던 IOC 멤버들을 인간적으로 감동시켰다. 그리 화려하지도, 아주 세련되지도 않았지만 최고의 감동은 진심 어린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걸 어김없이 보여 준 사례다. 우리에게는 지지율보다 더 중요한 한 사람 한 사람의 강한 열망이 있었고, 결국 그 열망이 승리를 이끌어 낸 원동력이었다. 또한 이런 열망은 우리의 가장 약점인 ‘Full stadia’ 를 해결 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었다. 월드컵의 새로운 응원문화를 만들어 냈듯이 동계올림픽 유치 열망은 곧 경기장을 꽉 채우는 스포츠팬으로 변할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 줄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됐던 것이다. 


이렇듯 올림픽 유치라는 과정은 하나만을 잘해서 될 수 없는 것이며, 또한 다 잘한다고 될 수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세계에서 가장 좋은 천혜의 지리적 조건만 가지고 있던 안시, 어느 하나 빠지는 것 없었던 뮌헨, 과연 그럼 평창은 무엇을 가지고 승리할 수 있었을까?

세 번의 도전 경험, 끊임없이 노력해 만들어 놓은 성과들, 과감한 투자 및 정책적 지원, 유치 관계자들의 헌신, 이 모든 것들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잘 어우러졌기 때문이었다. 동계올림픽 유치를 원하는 진심이 담긴 마음, 그 마음이 있었기에 이해, 소속, 국적을 넘어서 교감하며, 한 목표만을 향해 함께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New Horizons’ 는 이미 전 국민의 마음속에 자리 잡아 동을 틔우고 있었다.

 


오장환

제일기획 국장(수석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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