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를 사랑하는 순간 광고는 완성된다
브랜드를 사랑하는 순간 광고는 완성된다
  • 고은아 (admin@the-pr.co.kr)
  • 승인 2010.06.04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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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아 TBWA Korea 제작팀 차장

광고의 시작은 그 제품에 대한 공부다. 어떤 제품인지, 누구를 위한 제품인지, 제품의 특장점은 무엇인지 등의 고민에서부터 광고 아이디어는 출발한다. 제품에 대해 알아가면서 ‘정말 좋은 제품이구나’ 하며 매번 무릎을 탁 칠 수 있다면 좋으련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도대체’ 이런 제품을 ‘왜’ 만든 거야? 라는 볼멘소리와 함께 아이디어 회의는 미궁 속으로 빠지고 마는 게 현실이다. 물론 제품이 정말 변변치 않아서라기보다는 무릎을 탁 칠만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아 괜한 투정을 부리는 것이겠지만.

그래서 광고하는 것이지요

제품을 만든 사람치고 그 제품에 애정 없는 사람이 있을까? 그래서인지 클라이언트는 제품의 수많은 장점을 하나의 광고에 다 넣길 바란다. 그러나 하나만 얘기해도 기억할까 말까인 ‘무관심’ 소비자들에게는 어불성설. 게다가 임팩트 있는 한 가지를 찾다 보면 광고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난해해지는 경우가 생긴다.

얼마 전 1위 브랜드는 아니었지만 디자인, 성능을 두루 갖춘 정수기 광고를 맡았다. 하지만 늘 그렇듯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팩트 중에서 ‘무엇 하나만’ 고르기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아이디어 회의는 길어지고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 소비자의 니즈 등 여러 가지 관점으로 정수기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제 풀에 지쳐 디자인도 별로, 성능도 별로인 ‘그저 그런’ 정수기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에 봉착했을 때 광고하는 사람에겐 생각의 리셋(reset)이 필요하다. 클라이언트에게 하나의 날카로운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생각으로 뒤얽혀 지쳐 버린 머릿속을 비우고 제품 자체에 다시 집중해야 한다. 주변의 영향을 완전히 배제시키고 난 후 맨눈으로 정수기를 다시 보았을 때, 수많은 장점 중에 내가(혹은 소비자가) 이 제품을 사랑하게 된(혹은 될 것 같은) 이유를 찾아낼 줄 알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클라이언트가 광고에 바라는 역할일 것이다.

제품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광고하라, 그러면 소비자도 제품을 사랑하리니

아무리 훌륭한 달변가라 해도 진심이 담기지 않은 연설로는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 수 없는 것처럼, 제품에 대한 진심이 없다면 광고 또한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내가 사랑하지 않는 제품을 무슨 수로 소비자가 사랑하게 만들 수 있겠는가. 광고를 만들다 보면 이런 저런 이유로 제품이나 브랜드가 미워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최면을 건다. 주변적인 요소가 아닌 제품 본질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그렇게 브랜드의 지향점에 공감하고, 제품 그 자체에 눈을 뜨는 순간, 소비자들의 마음을 건드리는 진심 어린 광고는 만들어지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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