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광고감독이 웹툰작가로…‘발암일기’ 뒷이야기
현직 광고감독이 웹툰작가로…‘발암일기’ 뒷이야기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8.04.24 10:3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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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절한 광고현장 속 피어난 암 한송이’?!! 일년간 연재하며 업계 에피소드·개인 투병과정 유쾌하게 풀어내

* 주의 해당 기사에는 광고감독의 발암일기 일부 내용과 작품 컷이 포함돼 있으니, 스포일러를 끔찍히 싫어하는 분들이라면 만화를 먼저 정주행할 것을 권장합니다.

[더피알=박형재 기자] 리얼한 광고감독의 세계와 그보다 더 현실적인 암 투병기를 그린 웹툰이 있다. 네이버 베스트도전에 연재 중인 ‘광고감독의 발암일기’가 그것.

현직 광고감독이 웹툰을 그린 것도 신선하지만, 갑상선 암에 걸린 자신의 상황을 웃음으로 풀어내 더욱 시선을 붙잡는다. 주인공은 갑작스런 병에 좌절하기보다 7cm나 튀어나온 목젖(?)을 주변에 자랑질하기 바쁘다.

어느날 갑자기 갑상선암 판정을 받은 30대 광고감독의 웃픈 스토리가 웹툰작가로 변신한 그의 손에 의해 다시 작품에 고스란히 담겼다.

웹툰은 제목처럼 광고감독의 일상을 그려내고 있다. 정신 없는 광고 촬영 현장은 물론 대행사와의 밀당, 반복되는 영상 편집의 고통, 숨막히는 광고주 시연, 온에어 후 내일은 없다 식으로 달리는 뒤풀이까지...

그런데 열심히 일한 대가로 주어진 건 ‘갑상선 암’.

그래도 갑상선 암은 착한 암이래.
착한암.
착한데, 암이긴 암.
착한데, 조폭이긴 조폭.

암도 걸렸는데 간단히 맥주나 한잔하자.
의사 때문에 나중에 못먹으니까.

#암스타그램은 별로 안쓰지 않을까?
오오오 역시!
SNS에 진짜 암환자가 하는 암스타그램은 없어!
헤헤헤 내가 써야지

황당할 정도로 초긍정 유머코드를 자랑하는 광고감독 겸 작가 겸 주인공인 그는 “처절한 광고현장 속 피어난 암 한송이! 광고감독의 웃픈 일상, 어떻게든 살아본다”며 웹툰을 시작하게 된 이유를 밝히고 있다.

지난해 3월 12일 첫 선을 보인 이후 1년여 동안 총 21회까지 연재했으며, 평균평점 9.77을 기록하며 나름 작품성을 인정받는 중이다.

실제로 “잘 몰랐던 광고현장을 알게 돼 재밌다”, “광고기획자가 꿈인데 조금이나마 광고기획자의 삶을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슬픈상황인데 유쾌하고 긍정적인 마인드시네요” 등 호평 일색이다.

작가를 수소문해보니 꽤 화제가 됐던 이마트의 <나의 소중한 세계> 광고를 연출한 서준범 감독이다. 나름 업계에서 이름 있는 광고감독이 바쁜 시간을 쪼개 왜 웹툰작가로 변신하게 됐는지 그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 엑스라지픽처스(XL PICTURES) 서준범 감독

“웹툰 그리다 새로운 직업병이 생겼어요”

현직 광고감독이 웹툰을 만든 게 신기합니다. 왜 하셨나요?

원래 꿈이 방송국 PD, 영화감독, 만화가 등등 다양했어요. 갑상선암이 죽을 병은 아니라지만, 그래도 큰 수술을 앞두고 걱정이 되더라고요. 조금이라도 미련이 남는 건 다 해봐야겠다 싶어서 웹툰에 손을 댔죠. 2017년 2월 27일 갑상선암 수술을 받고 20여일 뒤 퇴원했는데, 병원에서 태블릿PC로 만들었어요.

그림 실력이 상당하신데요?

10화까지는 직접 다 그렸고, 그 이후는 그림작가를 구했어요. 그 무렵 회사를 따로 차려서 도무지 시간이 안나더라고요. 그림작가에게 제 그림체를 훈련시킨 다음 부탁하고 스토리나 연출은 제가 맡는 식으로 협업하고 있죠.

웹툰에 다양한 광고업계 에피소드들이 나오던데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주님’이라 불리는 광고주도 심심찮게 등장하던데 부담스럽진 않았는지 궁금해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웹툰이지만 광고 메시지 등 특정 기업을 떠올릴만한 내용은 다 각색했어요. 불편하다는 반응은 별로 없고 대체로 재밌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회의 중 재밌는 상황이 있으면 이것도 웹툰 소재로 써달라거나, 나도 캐릭터로 출연시켜달라 이런 요청도 들어오고요.

심지어 웹툰을 보고 연락주신 대행사와 광고주도 있어요. 한 3편 정도는 웹툰을 계기로 컨택이 됐어요. 예상못한 홍보효과를 본 셈이죠.(웃음) 광고 현장에서 은근슬쩍 다가와 “감독님, 웹툰 봤어요” 커밍아웃(?) 하시면 분위기가 유해지기도 하고 여러모로 좋은 점이 더 많은 것 같아요.(웃음)

제작을 맡긴 광고대행사 담당자의 '쪼임' 전화에 '암' 핑계를 대는 주인공의 뻔뻔함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장면.

불안할 수 있는 암 투병기를 유쾌하게 담아냈는데 현재 건강은 좀 괜찮으세요?

지금은 너무 멀쩡해요. 완치는 아니어서 올해도 방사능 치료를 해야 하는데, 일하는데는 전혀 무리가 없어서 왕성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웹툰을 진행하며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웹툰 작가로서 새로운 직업병이 생겼어요. 예전에는 클라이언트(광고주)와 대행사(광고 제작을 맡긴 협력사)와 만나면서 별일 아니게 지나갔던 것들도 “어, 이건 웹툰 소재가 되겠다” 하면서 세세한 것까지 다 적어놓는 것 같아요.

최근 대행사 미팅 2개가 겹쳐서 30분 만에 잠실에서 한남동까지 가야하는 상황이 생겼는데, ‘사람퀵(오토바이를 이용한 빠른 이동)’이란 걸 처음 알아봤거든요. 그게 5만원인데 저는 덩치가 커서 3만원을 더 받더라고요. 20분 오토바이 타는데 8만원이라 비싸다고 고민하다 타기로 결정한 게 “이거 한번 타면 웹툰 에피소드 한 개 나온다” 였어요.(웃음) 이런 식으로 각종 결정사항에 웹툰이 관여하게 된 것 같아요.

한 에피소드 하단에 깨알 같이 등장한 자기 작품 ppl. 서준범 감독은 이마트 광고 <나의 소중한 세계>를 직접 연출했다.

광고제작자 이야기도 듣고 싶어요.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부심 느끼는 작품을 콕 집어서 얘기해 주세요.

광고 감독으로 입봉한지는 6년째 됐고, 작년 말 엑스라지픽처스란 회사를 세웠어요. 제작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광고는 이마트 <나의 소중한 세계>입니다. 다른 작품들은 인터넷에 회자됐어도 대표작이라고 할 만한 게 없었거든요. 이마트 광고로 각종 수상을 하고, 새로운 회사도 차리면서 제 색깔을 100% 담은 광고들을 펼칠 수 있어 감사해요.

이 질문도 안 할 수가 없네요. 요즘 물벼락으로 대변되는 광고계 갑질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관련 소식을 듣고 굉장히 놀랐어요. 다행히 비슷한 일을 직접 겪어본 적은 없어서 따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일반인 관점에서 상당히 놀랄만한 일인 건 분명한 것 같아요.

웹툰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웹툰을 하면서 광고지망생들의 문의 글이나 연락을 많이 받았어요. 공통적인 고민이 “광고감독이 되고 싶은데, 어디서 어떻게 시작할지 모르겠다”였어요. 제 웹툰을 통해서 그들의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으면 좋겠어요.

광고 감독은 대기업 나와서 엘리트 코스를 밟은 사람만 하는 게 아니라, 어떤 환경에서든 꿋꿋이 노력하는 사람이 하는 일이에요. 실제로 광고감독 보면 전직 래퍼, 시나리오 작가, 뮤직비디오 감독 등 다양하거든요. 저 같은 사람도 광고감독 하니까... 예비광고인에게 웹툰을 통해 “희망을 갖고 좀 더 파이팅합시다”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연재는 언제까지 계속되나요. 만화 속에선 갑상선암 수술을 마쳤는데 이거 끝나면 발암일기도 끝인가요? 아니면 광고감독으로서의 생활이나 애환이 좀 더 나올지?

암 투병 이야기와 광고 일을 5대 5 비율로 진행하려 해요. 아무래도 지금은 수술 시기라 스토리가 암에 집중된 측면이 있는데 광고이야기, 암환자로서 생활 등등 이야깃거리는 무궁무진하죠. 암이 완치 판정을 받으려면 5년 걸리거든요. 적어도 그쯤은 더 하지 않을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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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미소년 2018-04-24 19:11:28
오오오!! 최근에 가장 재미있게 본 광고를 만든 분이 윕툰도 하시다니!!! <나의 소중한 세계>는 단지 재미뿐만 아니라 이마트 고객에 대한 타깃 분석이 너무 완벽히 이루어 졌다고 생각.....했으나 그건 아니었다는 제작 관계자의 전언에 충격을...하지만 작년 최고의 광고였어요! 완쾌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