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인상이 곧 패션”
“좋은 인상이 곧 패션”
  • 강주영 (kjyoung@the-pr.co.kr)
  • 승인 2010.06.04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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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꽁지머리…핑크 와이셔츠에 은색 넥타이 매치

 

‘海東찻집’-. CRM 컨설팅업체 ‘커스토머인사이트(Customer Insight)’ 사장실에 들어서자 해동찻집이라고 적힌 나무 문패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순간 코끝을 자극하는 씁쓸하면서도 향긋한 냄새. 익모초차다. 정해동 대표는 간단한 인사와 함께 “시원한 차 한 잔 드세요. 갈증 해소에 그만이죠”라며 얼음을 동동 띄운 차를 건넸다. 방 한쪽엔 한약재가 종류별로 쌓여 있다. 정 대표는 월요일마다 직원들을 위해 차를 끓이고, 손님도 차로 맞는다. 사장실 벽에 ‘해동찻집’이라고 써붙인 까닭을 알만도 했다. 차 맛 이상으로 그의 ‘꽁지머리’가 인상적이다. 머리 묶는 고무줄 하나에도 신경 쓰는 이색 패셔니스타다.

강주영 기자 kjyoung@the-pr.co.kr


 

검은색 정장을 말쑥하게 차려 입고 분홍빛이 은은하게 감도는 와이셔츠에 은색 넥타이를 매치한 정해동 대표. 은색 머리 고무줄이 눈길을 끈다. 은색 넥타이를 맸기 때문에 머리끈도 은색으로 코디했다는 점이 신선하고 재미있다. 정 대표가 은색 머리끈을 고른 이유에 대해 먼저 얘기하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칠 뻔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머리끈에 자꾸 시선이 간다.

정 대표는 머리를 단정하게 묶고 양복을 깔끔하게 입었는데도 어딘가 2% 부족하게 느껴졌던 자신의 코디네이션을 넥타이와 머리끈의 색깔을 맞추면서 완성했다. 노란 넥타이엔 노란 머리끈을, 빨간 넥타이엔 빨간 머리끈을 매는 것은 그가 오래 전부터 지켜온 자신만의 코디철칙(?)이다. 넥타이와 머리끈의 색깔을 맞추는 것만큼이나 철저하게 지키는 패션법칙이 또 있다. 신발과 허리띠 역시 같은 색으로 매치하는 것. 그의 패션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조목조목 뜯어 보지 않으면 이 같은 사실을 쉽게 알아채기 힘들다. 작은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 쓰는 그의 모습에서 업계 사람들로부터 멋쟁이로 회자될 만한 패션 센스가 엿보인다.

 

넥타이-머리끈 같은 색깔로

‘꽁지머리’로 통하는 정 대표가 머리를 기르게 된 이유는 멋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멋 낼 시간이 없어서’였다. 1996년 미국 일리노이주 명문 노스웨스턴대 석사과정에 진학하려고 ‘열공’하다보니 헤어스타일 관리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이듬해 목표한 대학원에 입학해서도 머리 손질할 틈 없이 공부에 전념하면서 장발을 유지, 그때의 스타일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15년 가까이 긴 머리를 묶고 다니면서 꽁지머리는 그의 캐릭터가 됐다.

정 대표는 독특한 헤어스타일로 두 아들의 친구 사이에서 인기스타로 떠올랐던 적도 있다. 유학 시절 미국에서 자란 두 아들은 귀국한 뒤 학교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어가 서툴단 이유로 또래와 잘 어울리지 못했던 것. 정 대표가 아들의 학교를 찾은 어느 날 그를 본 아들의 친구들이 “누구 아빠냐” “왜 머리를 묶고 다니냐”며 관심을 보였다. 그날 이후 두 아들에게 친구가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꽁지머리가 아들의 학교생활을 돕는 데 크게 한몫한 셈.

“좋아하는 개량한복까지 입으면 대부분 예술가로 오해해요. 도예가 아니면 서예가, 음악가나 화가로 보죠. 한의사냐는 사람도 있어요. 꽁지머리와 개량한복에 대한 선입견 때문인가 봐요. 수염까지 기르면 비즈니스 하는 사람이 아니라 예술가처럼 보일까 봐 깨끗하게 면도하고 옷차림에도 신경 씁니다. 비싼 옷으로 꾸미기보다 단정하고 깔끔한 의상으로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게 패션 아닐까요.”

정 대표가 패션과 처음 인연을 맺게 된 때는 19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으로 의류업체 ‘동일레나운’에 입사했다. 입사한 지 일주일도 안 된 신입사원 시절 세계적인 모피회사 ‘사가’(Saga)의 국내 패션쇼에 투입돼 런웨이 뒤 모델들이 옷을 함부로 다루지 못하도록 관리하는 일을 맡으면서 패션을 접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패션은 그의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의류회사에 다니면서도 생기지 않던 패션에 대한 관심은 광고회사(나라기획, LG애드)와 PR회사(메리트커뮤니케이션즈, 인컴브로더)에 다니며 조금씩 싹트기 시작, 2003년 1월 1일 지금의 회사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꽃을 피웠다. 클라이언트와 대화할 때 자신의 말에 대한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헤어스타일과 의상, 액세서리에 신경 쓰면서 알아주는 멋쟁이로 거듭났다.

 

넥타이만 110개…크리스마스 전용 넥타이도

정 대표가 가장 신경 쓰는 패션 아이템은 넥타이. 갖고 있는 넥타이 수만 해도 자그마치 110개나 된다. 명품 브랜드도 여러 개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로 출장 가면 들르는 아울렛에서 몇 만원 안 되는 저렴한 가격에 사온 것들이다. 선물 받은 넥타이도 많은데, 주로 튀는 디자인이다. 강렬한 색상이나 범상치 않은 무늬의 넥타이를 선물 받으면서 그것들을 소화하려다 보니 패션에 더욱 신경 쓰게 됐다.

“대학 1학년 때 처음으로 맸던 넥타이는 오래됐지만 당시 추억 때문에 버리기 아깝습니다. 남대문 시장에서 산 수제 넥타이는 비싸진 않지만 지구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이기에 보관 중이죠. 20년째 일 년에 딱 한 시즌만 매는 넥타이도 있습니다. 녹색 바탕에 빨간색과 노란색 줄무늬가 있는 넥타이인데, 크리스마스 2주 전부터 크리스마스 때까지 매일 매는 ‘크리스마스 시즌용’입니다.”

정 대표는 스스로 코디한다. 정장을 처음 갖춰 입기 시작할 때에는 아내로부터 ‘테스트’를 받았지만 요즘은 알아서 잘 입는다. 비즈니스 하면서 여러 해 동안 옷차림에 신경 쓰다 보니 이젠 옷 고르는데 도가 텄다. “영국식 스타일을 좋아한다. 짙은 감색이나 네이비블루의 콤비 더블재킷에 체크바지, 굵은 스트라이프가 있는 파란색이나 노란색 셔츠를 즐겨 입는다”“겨울이 되면 두꺼운 검은색 모직코드에 새빨간 목도리를 자주 두르고 다닌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웬만한 스타일리스트 못지않은 패션 감각이 묻어난다. 가끔씩 셔츠를 직접 염색해 입기도 한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문 저널리스트로 ‘통합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IMC’ ‘광고보다 빠른 세일즈 프로모션’ ‘마케팅 PR’ ‘MPR 광고보다 강한 PR’ 등의 책을 쓴 정 대표는 현재 모교인 중앙대에서 강의한다. 바쁜 시간을 쪼개 강단에 서는 이유는 학생들에게 IMC를 제대로 가르쳐야겠다는 의무감 반, 선배로서의 책임감 반 때문. 그는 전경련, 대한상의, 흑자경영연구소 등에서도 일 년에 한두 차례 강의하면서 CRM, CEM, IMC 등을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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