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8-10-20 15:56 (토)
“인간이 AI에 적응해 가고 있다”
“인간이 AI에 적응해 가고 있다”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8.04.25 16: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T·E·D토크 ①] 내가 보는 4차 산업혁명
아재들은 계속 수다 중. 사진: 이윤주 기자 / 장소 협조: 책과얽힘
아재들은 계속 수다 중. 사진: 이윤주 기자 / 장소 협조: 책과얽힘

[더피알=강미혜 기자] ‘아재신잡’을 표방했건만 당일 얼굴 마주치자마자 “근데 그 컨셉 너무 식상하지 않아?”하는 팩폭에 복잡해진 머릿속.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을 입밖에 꺼냈다가 모든 혁명의 내핵까지 파고들 기세의 두 시간 남짓한 시간을 지나며 머릿속은 물음표, 느낌표, 물음표, 점점점으로 복잡성을 더해갔다.

각 분야 전문가의 방대한 지식의 흐름대로 ‘T·E·D’로 자연 전환된 이날의 토크. 활자의 압박 속에서도 정독을 부탁드린다. 참고로 T·E·D의 의미는 맨 마지막에 나옴. 

참석자 (가나다 순)
박재항 하바스코리아 전략부문 대표
신현암 팩토리8 대표
정동훈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한상기 테크프론티어 대표

강미혜 기자(이하 강): 바쁘신데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평소 가지고 계시던 생각만 살짝 풀어놓으셔도 논문 한 편은 쓸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웃음) 좀 전에 인사 나누면서 나온 말이 요즘 강의나 회의에선 4차 산업혁명 빠지면 얘기가 안 된다고요. ‘내가 보는 4차 산업혁명’으로 토크의 운을 떼볼까요. 제 왼편에 앉아계신 정 교수님부터?

정동훈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디지털 미디어 전공. Comm. & Tech. Lab 소장 겸임하며 융합 커뮤니케이션 고민하는 전문가.
정동훈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디지털 미디어 전공. Comm. & Tech. Lab 소장 겸임하며 융합 커뮤니케이션 고민하는 전문가.

정동훈 교수(이하 정): 엇, 한 선생님부터 시작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웃음) 음.. 저는 일단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를 잘 안 써요. 그나마 *지능정보화 사회라는 용어가 적절한 것 같아요. 분명 기술적 특이점은 인공지능이 보여준 것 같고, 인공지능이 추동하는 사회 변화 또한 있지만, 그것이 이제까지 이야기해왔던 1~3차처럼 시·공간적 혁명 수준으로 갈 것인가를 보면 제 머리는 아닌 것 같거든요. 인공지능이란 것만 싹 빼놓고 본다면 사실 그렇게 큰 사회적 차이 내지는 진보, 발전, 진화를 못 볼 것 같아요.

*지능정보화 사회 - 인간 주도가 아닌 인간과 사물이 함께 지능을 가지고 연결된 사회

박재항 대표(이하 박): 예전에 현대자동차연구소에 있을 때 갑자기 지멘스에서 *인더스트리 4.0이라는 걸 들고 나왔어요. 간단하게 설명하면 예전 우리가 말한 합리화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합쳐져 생산에서 좀 더 진보가 이뤄진다는 거잖아요. 그래서 합리화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이뤄진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용어가 확 업그레이드돼서 4차 산업혁명이 됐어요.(웃음) 사실 바깥(해외)에서는 우리처럼 이렇게 얘기는 안 하는 거 같아요. 혹자는 4차 산업혁명을 키워드로 치면 한국에서는 책이 200~300개 정도 나오는데, 아마존에서는 두세 개에 불과하다고 해요. 그만큼 약간 거품이 좀 낀 게 아닌가 생각해요. 좋은 말이지만 용어 자체가 실제를 압도해버리는 격이라고나 할까.

*인더스트리 4.0 - 기존 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하는 것.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기술을 활용해 생산기기와 생산품 간 상호 소통 체계를 구축한다.

한상기 테크프론티어 대표. 다음 CCO, Opinity AP 대표, 카이스트 교수 등 역임한 테크 소셜컴 전문가.
한상기 테크프론티어 대표.
다음 CCO, Opinity AP 대표, 카이스트 교수 등 역임한 테크 소셜컴 전문가.

한상기 대표(이하 한): 아마존이나 구글 검색 이야기를 많이들 하는데, 유럽에서도 4IR(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이라는 표현을 많이 해요. 다만, 미국에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식으로 쓰기 때문에 잘 안 나오는 거죠. 아마존에서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고 찾으면 굉장히 많이 나와요. 말씀하신대로 우리나라에서 책이 200~300권씩 쏟아지는 이유는 모든 주제에 4차 산업혁명을 붙이는 편집부의 의도에서랄까요?(웃음) 저기 보면 <애버리지 이즈 오버(Average is over)>라는 책이 있는데 원서 표지에는 없는 한국어판엔 역시 ‘4차 산업혁명’이란 말이 붙어 있어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 정보통신기술(ICT)을 플랫폼으로 구축·활용하여 기존 전통적인 운영 방식과 서비스 등을 혁신하는 것.

‘산업혁명이 과연 맞는가’라는 점에 대해선 저도 질문이 있어요. (1,2,3차 산업혁명의 주요 개념과 의미, 그로 인한 사회·경제적 변화, 기술의 진보와 영향을 두루 설명한 뒤) 3차는 애텀(atom·원자)에 있는 현실 세계를 비트(bit·정보전달의 최소단위)의 세계로 바꾸던 시대예요. 대부분을 정보 형태로 변환을 시켰어요. 그런데 4차는 비트로 저장돼 있는 것이 다시 애텀화되는 시대, 그러니까 정보들이 실세계와 결합이 돼서 현실로 나타나게 만드는 기술들이 나오는 거거든요.

대표적인 게 3D 프린터, 프린팅 기술이에요. *아디다스 스피드 팩토리 같은 곳에선 디지털 광합성 방식이라고 산소를 이용해서 그냥 쭉 꺼내요. 생산에 쓸 수 있는 수준에서 어마어마하게 흥미로운 기술이 만들어진 거죠. 이런 변화들이 3차 정보화 시대와 4차 시대의 차이점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산업혁명이라고 하는 건 지난 뒤에 평가하는 거잖아요. 지나는 동안엔 알 수가 없어요. 현재는 변화의 기반 기술도 분명 있는 것 같고, 변화를 위한 어떤 동력도 만들어진 것 같은데 산업혁명 수준으로 갈 거냐는 하는 부분은 조금 더 지켜볼 필요는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아디다스 스피드 팩토리 - 아디다스와 독일 정부, 아헨공대가 독일 안스바흐에 건립한 신발공장. 현재의 신발 제조 방식으로는 직공 600명이 필요했던 것을 단 10명이 연 50만켤레의 운동화 생산이 가능.

박: 그러니까요. 먼저 너무 세게 산업혁명이다 하고 꽝 박아놓으니.. 말씀하신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과 레볼루션(revolution)은 어감도 그렇고 의미가 너무 다른 건데요.

정: 어떻게 보면 마케팅 용어죠.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슈밥 의장(Klaus Schwab·세계경제포럼회장)이 4차 산업혁명이란 화두를 제시하면서 엄청나게 확산됐는데, 사실 다보스도 컨설팅 분야와 연관이 안 될 수가 없잖아요. 무언가 새로운 걸 터뜨려야 하는데 슈밥이 성공한 거? 전적으로 마케팅 용어라고 생각합니다.

신현암 팩토리8 대표. 삼성경제연구소 사회공헌 실장, 수석연구원 등 지낸 경영 전문가
신현암 팩토리8 대표.
삼성경제연구소 사회공헌 실장, 수석연구원 등 지낸 경영 전문가

신현암 대표(이하 신): 혁명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른 건데 세상을 바꿨느냐 그렇지 않느냐로 볼 때, 저는 1차와 3차는 분명 세상을 바꿨다고 봐요. 그에 비해 2차는 상대적으로 크게 바꾸지 못했는데 흥미로운 건 시기적으로 묘하게 재벌 출현과 겹쳐있다는 거예요. 2차 산업혁명의 계기는 전기(電氣)를 사용한 대량생산과 닿아 있지만 철도, 철강 등이 나타나면서 재벌이란 게 등장을 했거든요. 원래 재벌은 세상이 바뀔 때 나와요.

농업혁명 때는 왕이 탄생했고, 그 다음 산업혁명 시절엔 부르주아가 등장하고, 3차 *MITS에선 드디어 지식이란 게 하나의 권력으로 부상한 겁니다. 그래서 1, 2, 3은 (세상을 바꾼 혁명의 개념으로) 일리가 있는데 아직까지 4는 잘 모르겠어요. 기술적 진보는 분명히 있으나 사회적인 차원에서는 3차의 연장선상인 느낌을 많이 받아요.

*MITS(Micro Instrumentation and Telemetry Systems) - 1974년 최초의 가정용 컴퓨터 앨테어 8800을 만든 곳.

한: 그런 시각에서 보면 일론 머스크(테슬라·스페이스X CEO)나 제프 베조스(아마존 CEO),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CEO) 등은 새로운 파라오의 등장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재벌까지만 해도 특정 국가나 어떤 안에서의 힘이라면 이제는 글로벌한 수준에서 특정 개인들이 어마어마한 부를 갖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걸 나머지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든 따르며 살아야 되는 거니까.

정: 어느 책에선 더 이상 국가의 파워가 아닌 개인의 파워가 도래 하는 시대가 왔다고 하더라고요. 그 대표적인 예로 19살에 *이더리움을 만든 러시아의 비탈릭 부테린을 들고 있고요.

*이더리움 - 블록체인(데이터 분산저장 기술)을 활용한 화폐. 단위로 이더리움(ETH)을 쓴다.

박재항 하바스코리아 전략부문 대표. 이노션 마케팅본부장, 기아차 마케팅전략실장 등 역임한 광고마케팅 전문가
박재항 하바스코리아 전략부문 대표.
이노션 마케팅본부장, 기아차 마케팅전략실장 등 역임한 광고마케팅 전문가

박: 나중에 지나고 보면 4차 산업혁명이 기계, 인공지능으로 상징될 수도 있겠어요. 예전 80년도에 타임지에서 *올해의 인물로 컴퓨터를 선정했듯이 말이에요. 실제 광고 쪽에는 사람 대신 인공지능이나 기계가 하는 역할이 되게 많아졌어요. 크리에이티브 자체도 그렇고 그것들(!)이 정말 여러 가지를 많이 해요. 거기에 옛날 삼성 같은 곳에선 관상쟁이가 신입사원 최종면접에 배석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인공지능이 개입하고 있는 실정.

*올해의 인물(기계) - 미국의 시사 주간지 타임이 1982년 올해의 인물로 사람이 아닌 컴퓨터(computer)를 선정. 기계가 세상에 미친 영량을 인정 받음.

한: 서류전형에서 시작해서 지원자 면접을 볼 것인가 말 것인가 판단을 AI 소프트웨어가 하고 그러는 거죠.

정: *얼굴 인식 기술이 있으니까.

*얼굴 인식(Face Recognition) - 사람 얼굴의 대칭적인 구도, 생김새, 머리카락, 눈의 색상, 얼굴 근육의 움직임 등을 분석해 얼굴의 특징을 알아내는 작업. 정지된 얼굴뿐 아니라 얼굴 요소의 움직임과 근육의 변화도 파악하는 방향으로 진화 중.

박: 맞아요. 그걸로 이모션 트래킹(emotion tracking·감정추적)이라고 해서 말로 표현하지 않은 감정의 반응을 보는 거죠.

한: 그게 제 전공이잖아요.(웃음) 사람의 감정인식은 아직도 굉장히 어려운 영역이에요. 관련해 많은 연구가 있었고 기업들도 뛰어들었지만 대부분 다 실패했어요. 사람 감정의 그 미묘함을 컴퓨터가 따라잡기는 한계가 있어요. 우린 굉장히 오랜 경험이 축적된 진화의 결과물이니까. 지금 얘기되는 건 약간 과장돼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정: 인간이 갖는 미묘한 감정이란 게 장점도 크지만 편견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데, 그걸 기계가 보완해 준다고 봐요. 제 수업시간에 MIT 미디어랩에서 나온 (얼굴 인식) 기술을 학생들에게 보여준 적 있는데, 성과물을 보니 사람의 판단보다 더 정확했어요. 물론 내부로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한: *어팩티브 컴퓨팅(Affective Computing)이라고 하는 건데요. 그걸 기반으로 회사도 만들어졌지만 거의 망했어요. 정 선생님이 말씀하신 대로 (기계가) 편견에서부터 중립적일 수 있다는 면은 저는 반만 맞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AI 사이언티스나 엔지니어들은 그걸 코딩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서양인의 얼굴 표정과 감정 표현에 익숙해져 있거든요. 그래서 동양이나 흑인, 아랍인들한테 적용하면 전혀 안 맞아요. 그게 생각보다 굉장히 더 편견을 많이 내포하고 있어요. 이 문제는 사실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인정하고 있기에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굉장한 사회적 이슈에요. 하다 보니 이야기가 좀 많이 번졌네요? 강 기자가 원하는 대로?(웃음)

*어팩티브 컴퓨팅(Affective Computing·감성 컴퓨팅) - 인간과 기계 간의 인터페이스(Human-Machine Interface)를 인간의 의도에 따라 감성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

요즘 아이들은 알렉사(Alexa)가 이해하기 좋은 말과 표현, 단어를 선택하고 있다.
요즘 아이들은 알렉사(Alexa)가 이해하기 좋은 말과 표현, 단어를 선택하고 있다.

박: AI 판단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 문제는 기계의 말에 사람들이 막 따라간다는 거예요. 예전 면접을 볼 때엔 ‘얘 얼굴을 보니까 좀 사기꾼이야’ 정도로 얘기됐다면, 지금은 ‘얼굴 표정이 이렇게 바뀌는 사람은 78% 사기꾼이에요’ 하고 딱 나와버리니까 그대로 믿는 거죠.

한: 어떻게 보면 AI에 인간이 적응하는 건데요, 그 관점에서 현재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 뭔지 아세요? 요즘 애들이 *알렉사(Alexa)가 이해하기 좋은 말과 표현, 단어를 선택하기 시작한다는 거예요. 걔(알렉사)가 부족한 앤데 오히려 아이들이 걔한테 적응을 하기 시작하는 거야.(웃음)

*알렉사(Alexa) - 아마존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플랫폼이다. 아마존의 AI스피커 에코(Echo)에 가장 먼저 적용됨.

신: 어떻게 보면 알렉사는 지금 시대 라틴어를 잘 하는 썸바디(somebody)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왜 몽테뉴(프랑스 철학자)가 그랬다고 하잖아요. 태어난 건 프랑스인데 가정교사 붙여서 라틴어만 사용하면서 컸다고. 알렉사로의 적응은 일종의 현대판 라틴어 교육인 거네요.

정: 너무 초기 부분에서 일반화시키는 거 아닐까요? 결국 서바이벌하는 기술은 *NB유저가 택한 거잖아요. 혹자는 앞으론 구글이나 아마존의 알고리듬이 만들어 놓은 하나의 정답대로 사람들이 쫓아갈 거라고 보기도 하는데 저는 동의하지 않아요. 인간의 선택의 방향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NB유저(NB User-newbie·초보자) - 인터넷 게시판이나 커뮤니티의 신규 이용자.

한: 저는 반대 입장인 게 기술이 사람의 행동을 변화하게 해요. 실제 SNS를 쓰면서 아이들의 언어, 단어 사용이 달라졌어요. 문자를 보내면서 띄어쓰기를 안 하고 말을 줄여나갔고, 140자(트위터 글자수 제한)에 맞춰 짧게 표현하기 시작했어요. 기술의 제약이 그런 행동의 변화,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요.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박: 그 말씀을 들으니 생각나는 게 요즘 가구배치를 어떻게 하는지 아세요? 로봇청소기가 청소하기 좋게 한 대요. 기계를 더 잘 써먹자고 하는 건데 어느 순간 우리가 얘(기계)를 잘하게 하려고 막 애를 쓰고 있다니까요.(웃음) 얼마 전 아들은 왓챠(watcha. 영화 별점 자료 제공 추천 사이트) 얘기를 하더라고요. 왓챠를 보면 자기가 영화에 매길 예상 평점이 나오잖아요, 근데 영 별로라고 생각됐던 영화인데 왓챠에선 자기가 줄 점수가 꽤 높게 나온 거야. 그러니까 ‘좋은 작품인데 내가 잘못 본 건가’ 하고 자기 생각을 점수에 맞추게 됐다고 해요.(웃음)

<계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