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R은 더 이상 서브 전략이 아니다
CSR은 더 이상 서브 전략이 아니다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8.05.0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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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에 살아남으려면 주주가치 극대화 → 이해관계자가치 극대화로 패러다임 전환해야

브랜드 평판이 숫자로 연결되고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이나 명성관리가 이미지 제고를 넘어 실제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착한’ 수식을 단 기업 매출이 오르는 반면 ‘찍힌’ 기업은 고전을 면치 못한다. 증권사들은 투자자에게 환경·사회·지배구조 같은 비재무적 정보 제공에 나서고, 기업들도 지속경영보고서를 내놓으며 정직한 기업임을 어필하고 있다.

➀ 평판이 돈을 만들고 있다
➁ ‘착한 등급’ 하락에 주가도 하락
➂ CSR은 더 이상 서브 전략이 아니다

[더피알=박형재 기자] 사람들은 점점 더 사회공헌에 열심인 기업을 원하고 있다. 기왕이면 좀 더 나은, 좋은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 지갑을 여는 것이 자신의 소비 활동에도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3년 닐슨이 발표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글로벌 소비자 보고서’에서 돈을 좀 더 지불하더라도 환경보호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 제품을 구매하겠다고 응답한 수치는 50%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4년 같은 조사에서는 55%, 2016년에는 66%로 눈에 띄게 증가했다.

CEO를 평가하는 잣대도 바뀌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2015년 10월 ‘올해 최고의 CEO’를 발표했는데, 당시 화제가 된 것은 누가 1등이 됐느냐보다 전년도 최고의 CEO로 뽑혔던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87위로 추락했다는 사실이었 다. 아마존의 재무 평가는 여전히 1등이었으나 2015년 조사에 처음 포함된 비재무적인 기준(환경·사회·지배구조)에서 800위권 밖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기업이 사회에 기여하는 가장 대표적이면서도 직접적인 방법은 사회공헌이다. 그러나 예전의 김장 담그기나 연탄배달 식의 봉사활동 수준에서 벗어나야 한다. 물론 이런 봉사와 나눔도 의미는 있지만, 사회적으로 커다란 임팩트를 주긴 쉽지 않다. 이제는 기업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사회공헌이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중요한 포인트는 우리 회사 업의 특성을 나타내는 기획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창업자의 사회공헌 철학이 녹아있으면서 사회적 니즈가 강한 사회공헌 상품을 개발해야 차별화할 수 있다.

카처 직원들이 세계문화유산 중 하나인 미국의 러시모어산 조각상을 청소하고 있다. 카처공식블로그.

이러한 좋은 사례가 독일의 글로벌 청소장비 기업 ‘카처’다.

이들은 본업인 청소 능력을 뽐내기 위해 최적의 봉사 활동을 고민했다. 그리고 마침내 세계문화유산 청소라는 독특한 사회공헌을 생각해냈다. 1980년 브라질의 리우 예수상 청소를 시작으로 이집트 피라미드 같은 세계문화유산을 청소 하며 단박에 명성이 급상승했다. 이집트에 있는 맴논의 거상을 청소할 때는 “3000년 만에 첫 목욕을 한다”는 언론 표현이 세간의 시선을 끌었다.

일본의 편의점 프랜차이즈 ‘로손’은 2013년 10월부터 지역 시청과 연계해 로손 주차장을 건강검진 장소로 활용하고 있 다. 시 당국이 건강검진 버스를 특정일에 로손 매장으로 보내면 주민들이 검진을 받는 방식이다. 주민들은 멀리 떨어진 보건소까지 찾아가지 않아서 좋고, 로손은 이미지가 좋아지니 일석이조다. 편의점은 건강검진과 아무 상관없지만 지역 주민들이 자주 찾는다는 점에 착안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냈다.

한국에서도 남다른 사회공헌으로 호평 받은 기업들이 제법 있다. 남 모르는 선행으로 ‘바보LG’라는 별명을 얻은 LG그 룹은 2015년부터 국가와 사회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이웃 들에게 LG의인상과 상금을 전달해왔다. 매일유업은 1999 년부터 19년째 손해를 감수하고 신진대사에 이상이 있는 환아들을 위한 특수 분유를 생산하고 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자체 조사 결과 기업 호감도 형성 요인 으로 제품이 70%, 사회공헌이 30%로 나타났다”면서 “사회 공헌은 기업 이미지 향상은 물론 매출과도 직간접적 영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강조했다.

7가지 체크포인트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들이 추가로 알아야할 체크포인트는 뭐가 있을까.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한 핵심 내용들을 되짚었다.

첫째, 사회공헌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글로벌 기업의 경우 CSR 및 ESG 정보를 투자자들이 구체적으로 요구하는데다 정부 규제도 강화되는 추세다.

둘째, 착한 기업 이미지는 식품업체 같이 저관여 제품을 다루는 기업일수록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브랜드 평판이 매출에 주는 영향이 고관여 제품보다 크기 때문이다. 예컨대 3000원짜리 과자와 3500원짜리 과자의 경우 소비자가 나쁜 기업 상품을 불매할 가능성이 높지만, 3000만원 자동 차와 3500만원 자동차의 경우 영향력은 작아진다.

셋째, 기업의 긍·부정 이슈는 주가와 비례하지 않는다. 다만 이슈 유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주가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는 오너이슈나 경영진 교체 ·공장 화재 발생 등주요 생산시설 피해 ·정부의 강력한 과징금 · 예상 밖 규제로 해외진출 계획 무산 등이 있다. 이런 사건들은 매출과 직결되니 주가가 요동친다. 반면 제품에 이물질이 발견돼 리콜하거나, 기업 내 성희롱 이슈 등은 주가 하락이 오래가지 않는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는 “아주 단순하게 생각하면 돈하고 연관되는지, 아닌지만 보면 된다”면서 “해당 이슈가 투자가치에 영향을 주거나 예측불가능성을 키울 경우 주가가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넷째, 진짜 착한 게 아니라 ‘착한척’ 하는 기업은 나중에 역풍이 분다. 기업이 선한 의도로 CSR을 시작했더라도 중간에 흐지부지되면 소비자에게 더 큰 실망감을 줄 수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과 비즈니스 모델을 다룬 ‘빅프라핏’의 저자 신현암 박사는 “연구 결과 기업 캠페인은 최소 7년 이상 해야 소비자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선다. 특히 일반 기업 CEO 교체 주기는 3년 정도인데, 전임자의 유산일지라도 기 업에 필요한 CSR이라면 긴 호흡으로 가져가는 것이 좋다” 고 조언했다.

다섯째, PR과 IR(기업의 투자자 대상 홍보활동)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김감래 연구원은 “기업이 공유가치 경영을 하거나 사회적가치를 강조할수록 점점 PR과 IR의 교집합이 많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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