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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커뮤니케이션은 문과가 해야 하나, 이과가 해야 하나
헬스커뮤니케이션은 문과가 해야 하나, 이과가 해야 하나
  • 유현재 hyunjaeyu@gmail.com
  • 승인 2018.05.02 13: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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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 구성의 유의미한 결합, 향후 헬스컴의 중요한 화두될 것

[더피알=유현재] 헬스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정의는 연구자 혹은 실무자에 따라, 그 외 다양한 변수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필자가 수업 시간에 자주 활용하는 시아보(Schiavo, 2007) 정의를 살펴보면 “사회 내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건강증진이라는 목표를 위해 수행할 수 있는 일체의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의 활동” 정도로 통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건강과 관련된 다양한 사안들에 있어 상호소통 혹은 커뮤니케이션이 수행할 수 있는 영역을 매우 포괄적으로 의미하는 것이다.

이 정의에 더해 건강에 있어 매우 핵심적인 그룹의 역할을 덧붙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의사를 비롯한 의료전문가, 보건학자, 식품, 간호, 영양 등 분야 종사자들이말로 건강 및 건강증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고관여 그룹이기 때문이다.

즉, 헬스커뮤니케이션은 ‘헬스’를 직접적으로 책임지는 분들의 영역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면서도, 그들이 행하는 작업에 ‘커뮤니케이션’ 노력이 개입돼 건강증진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분야다.

이 같은 정의로 헬스커뮤니케이션을 보자면 상당히 중간적 위치에 걸터앉아 있다. 최근 각광 받고 있는 융합의 좋은 예가 되는 연구 분야일 수도 있겠으나, 동시에 연구 수행의 주체와 연구의 주제, 대상 또한 상당히 애매할 수 있는 한계점도 분명하지 않을까 싶다.

이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본다. “헬스커뮤니케이션은 과연 문과가 해야 하는가, 아니면 이과가 해야 하는가?” 문·이과 융합이 대세가 되는 4차 혁명이 몰아치는 시점에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헬스컴을 교육, 실행하는 현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화두일 수 있다.

같은 단어 다른 의미

개인적 의견은 ‘가능한 같이하는 것’이다. 어느 한 쪽으로만 치우친 연구가 진행될 경우 그만큼 가치가 감소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만 사용되는 용어 및 통계 결과만으로 채워져 있거나, 건강 관련 정보에서 오류 혹은 오래된 팩트가 포함된 헬스커뮤니케이션 연구들은 의사나 보건학자에게 큰 실망과 거리감만 더해줄 것이다. 반대로 현실에서 발생하는 소통 과정과 상황을 제대로 옮겨내지 못하거나, 전문가들만 이해할 수 있는 용어와 수치, 개념만 가득한 상태의 연구 및 캠페인 등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에게 매우 난감하게 여겨질 가능성이 높다.

사실 ‘헬스’를 업으로 하는 분들과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연구자들이 모여 동일한 주제를 논한다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헬스컴이라는 이름으로 연구를 진행해 최종 발표를 하던 중 ‘실험(Experiment)’을 설명하는 대목이었다.

사회과학 측면에서는 그다지 큰 결함이 없는 2*2 구조의 실험이었는데, 발표를 듣고 있던 현직 의사는 ‘실험’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기 힘든 모양이었다. 의학 연구에서 수행되는 실험에서 기본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통제 등 원칙들이 매우 헐거운 상태라고 판단한 듯했다.

필자는 특정 의문에 대한 만족스런 답을 해줄 수 없었고, 그 분은 고개를 흔들며 퇴장했다. 뒤집어서 생각하면 커뮤니케이션 전공자가 의료계에서 수행되는 헬스컴, 혹은 건강소통과 관련된 연구의 현실성에 대해 난감함을 느끼는 것과 비슷한 감정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보다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헬스커뮤니케이션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어떤 대안이 있을까? 두 가지를 제안한다.

혼합과 지피지기

첫 번째는 연구팀 구성에 있어 ‘문·이과 혼합형’ 선호다. 그래야만 연구 수행 과정에서 매우 치열하지만 건강한 논의와 합의가 가능해진다. 필자가 담당했던 ‘한국형 담뱃갑 경고그림 연구’를 예로 들 수 있다.

연구팀은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필자와 의사, 보건학자, 그리고 금연과 관련된 사안을 세부전공으로 하는 국제 보건 전공자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최종적으로는 경고그림을 실제로 제안해야 하는 만큼 시각 디자인을 전공한 중견 전문가도 영입했다. WHO가 제시하고 세계인들이 대체로 동의하는 금연경고 이미지들 외에 혹시 우리 한국인들에게만 특별히 어필할 수 있는 비주얼 및 개념이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빅데이터 전문가도 포함시켰다.

흡연 폐해 경고 그림이 부착된 담배가 편의점에 진열돼있는 모습. 뉴시스.

연구진의 첫 만남은 말 그대로 대혼란이었다. 문과와 이과, 디자인과 사진을 전공한 사람들, 데이터 사이언스를 공부한 사람들이 한데 모여 담뱃갑 경고그림을 논의하는 ‘기가 막힌 상황’이 연출됐다. 책임연구원이자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필자가 중재자 역할을 했고, 결국 수개월의 논쟁과 합의 끝에 나름대로는 만족할 수 있는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융합’ ‘OO 혁명’ 등 거창한 개념을 적극적으로 내세우지는 않았지만 돌이켜보니 매우 효과적인 연구팀이었다. 성과물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청중에서 나오는 질문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도와가며 대답했음은 물론이다.

두 번째는 최소한의 ‘지피지기’다. 고유의 영역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는 노력은 기본이고, 주변 영역에 대해서도 겸손하지만 적극적인 관심을 두라는 의미다. 최근 커뮤니케이션 전공자들로 구성된 광고학회, 광고홍보학회에서는 보건학을 비롯해 기존에 매우 상이한 영역으로 여겨지던 분야에서 대중적으로 활용되는 통계기법 R을 연구하고 실습하는 세미나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 같은 ‘특별한 모임’은 방학 기간을 이용, 강의실을 빌려 집중적으로 실습하는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참여에 필요한 비용을 십시일반으로 모아 통계 전문가를 섭외, 비교적 시간이 넉넉한 기간에 따로 모여서 배우고 연습하는 것이다. 아직 많지는 않아도 일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익숙한 SPSS(사회과학통계패키지)가 아니라 R 등을 활용한 연구를 수행해 발표하기도 한다.

이 도전을 시도한 연구자들의 공통된 의견은 “시야가 넓어지는 것 같다” “보건학, 의학에 있어서 작지만 실제적인 이해도가 생기는 것 같아 기분 좋다” 등이다. 예전에는 찬찬히 읽어내기도 힘들었던 의료·보건 분야의 보고서와 논문들이 실제적으로 이해되고 있다는 의미였다. 물론 연구들의 핵심적 함의까지 모두 파악하는 일은 요원하지만, 적어도 헬스컴 분야의 연구자로서는 매우 중요한 도전이라는 생각이다.

문과, 이과, 예술계 등으로 분야와 사람을 구분하는 방식은 전혀 미래지향적이지 않다. 그보다는 의미 있는 주제와 연구가 떠오르면 가장 합리적인 선에서 뭉쳐서 서로 논쟁하고 합의하고 최적의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어야 한다.

헬스커뮤니케이션은 전통적으로 다학제적(multidisciplinary)이라는 말로 정의되는 신흥 영역임에 틀림없다. 다학제적이란 말의 업그레이드가 바로 융합(convergent)일 것이다. 연구진 구성의 융합이 온전한 화학적 결합을 의미하지는 않겠지만, 매우 유의미한 물리적 결합이야말로 향후 헬스컴에 있어 매우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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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경나 2018-05-07 03:45:20
안녕하세요 교수님
칼럼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