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냄새 나는 동반자
사람 냄새 나는 동반자
  • 양승덕 (kjyoung@the-pr.co.kr)
  • 승인 2010.06.07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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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덕 - 미디컴 PR2본부 2팀장

대학 시절 기자를 꿈꾸던 때가 있었다. 막연한 동경의 대상이면서도, 정론직필의 호기도 발휘해 보고 싶었다.

하지만 IMF라는 초유의 경제 홍역을 치르면서 인하우스 홍보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래 어쩌면 기자라는 직업은 내 인생에서 영원한 직업적 ‘동반자’였다. 기자와는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이 지켜야 할 불문율이라는 선배들의 우스개 속설을 무시하고, 사람 냄새 나는 인연들을 무수히 맺어오고 발전시켜 왔던 지난 날이었다. 지금은 홍보 에이전시(Agency)에 몸 담고 있지만 그런 관계들은 여전하다.

여러 인연으로 또는 업무상 다양하게 만난 그들은 내게 있어서 ‘치열한 사람’들이었다. 뒤늦게 대학 후배라는 걸 알게 된 모 방송기자는 사회부에서만 잔뼈가 굵은 7년 차로 대한민국의 최근 굵직한 사건사고의 현장은 모두 섭렵(?)한 인물이다.

강호순 사건에서부터 쌍용차 파업현장에 이르기까지, 몇 날 며칠을 씻지도 못하고 현장을 지켰다고 한다. 때로는 기자라는 신분 때문에 욕도 먹고, 때로는 서민의 눈물을 닦아주지 못해 마음 아파하면서도 국민의 눈과 귀가 되기 위해 지금도 현장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내가 만난 기자들 ‘치열한 사람들’

아들을 병원에 입원시키고도 제대로 지켜주지 못했다는 모 일간지 국회출입 기자, 선후배로 만나 여전히 좋은 기사에 목말라 하는 부부 기자, 지금도 전국을 누비며 사진으로 소식을 전하는 세 자녀를 둔 선배 기자, 시위 현장에는 가 본 적도 없던 사람이 방송 민주화를 위해 집회에 앞장서기도 했던 방송국 기자 등 내 기억에 그들 모두는 기자이기 전에 사람이었고, 날카로운 시선을 앞세우기 전에 치열한 고민으로 삶을 한 땀 한 땀 이어가는 프로페셔널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생활의 나이테를 더해 가면서 열정과 예리함이 무뎌질 수도 있고, 생활인으로서 적당한 타협을 미덕으로 여길지 몰라도 내가 만난 기자들은 천성적으로 그것을 거부하기 위해 치열한 자기연마를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지키고 있는 현장 하나, 그들의 촌철살인 문장 하나가 사회적 진보를 일궈 나가는 큰 밑거름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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