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그리고 더반의 홍보대사들
김연아 그리고 더반의 홍보대사들
  • 김주호 (thepr@the-pr.co.kr)
  • 승인 2011.08.1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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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호의 스포츠


평창이 세 번의 도전 끝에 2018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했다. ‘새로운 지평(New Horizons)’ 의 슬로건 하에 아시아 동계스포츠 확산과 새로운 스포츠마케팅 시장 창출이라는 과제를 내건 평창은 경쟁 도시인 뮌헨과 안시를 누르고 개최도시로 선정됐다. 63:25:7이라는 압도적 표차로 거머쥔 승리였다. 평창의 승리 뒤에는 여러 요소가 있지만 김연아를 필두로 한 한국 홍보대사들의 노력을 높이 살 수밖에 없다.

올림픽 유치에서 홍보대사는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내는 역할이 중요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홍보관이나 코리아하우스에서 IOC위원들을 만나고, IOC 현장실사나 프레젠테이션에서 직접 베뉴를 설명하며 유치 당위성을 설득하는 핵심적 역할을 맡기도 한다.

평창의 대표적인 홍보대사는 단연 밴쿠버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다. 김연아는 로잔 테크니컬 브리핑, 토고 아프리카 ANOC회의, 더반 총회 PT 등에 프레젠터로 나선 것은 물론, 각종 브로슈어와 홍보영화 등에 모습을 보였다. CNN에도 출연했고, 더반 IOC총회 기간 중 현지신문에 기고도 했다. 1990년생, 21세인 김연아는 2010년 밴쿠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다.

이에 비해 뮌헨의 홍보전도사로는 피겨의 전설 카트리나 비트가 활약했다. 카트리나는 1965년생으로 46세이며 1984년과 1988년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다. 그녀는 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을 맡아 토마스 바하 IOC 부위원장과 함께 활동했다. 언론 인터뷰도 공격적으로 했고 IOC위원들도 적극적으로 만났다.

결과는 김연아의 완승이었다. 독일은 카트리나 비트의 적극적인 행보로 초기 여론을 주도했지만, 반복하면 할수록 새로운 메시지를 던져주는 데에 한계를 보였다. 반면 현역선수인 김연아는 세계선수권 출전으로 로잔에서 첫 프레젠테이션에 나서는 등 유치전에 늦게 합류했다. 그런데 이것이 오히려 IOC위원들에게 신선한 인상을 남긴 것 같다. 올림픽 자산(legacy)의 전형으로서 ‘새로운 지평(New Horizons)’ 의 메시지를 강조한 김연아는 평창의 젊은 세대들을 위한 올림픽의 꿈을 보여주는 데 효과적이었다.

프레젠테이션, 홍보영상, 인터뷰…전방위 활약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의 숨은 주역으로는 프레젠테이션 스피커로 나선 미국의 토리노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토비 도슨도 빠질 수 없다. 토비 도슨은 3살 때 미국에 입양돼 스키를 배우고 미 대표로서 프리스타일 스키인 모글로 올림픽에 출전한 인물. 한국 이름은 김봉석(김수철)이다. 유치위는 미국인이지만 한국의 뿌리를 가진 그를 홍보대사로 임명하고 프레젠테이션에 활용함으로써 한국이 추구하는 동계스포츠 확산이나 드림 프로그램 등에 대한 메시지를 반복해 설명할 수 있었다. 자크 로게 위원장이 나중에 인터뷰를 통해 토비의 스피치가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할 정도였다.

프레젠터는 아니지만 한국 대표단으로 이상화, 모태범, 이승훈 등 밴쿠버의 영웅들도 동계스포츠 확산을 홍보하는 역할을 했다. 이들은 우리나라가 쇼트트랙에 치우치지 않고 스피드, 피겨 등 다양한 종목으로 스포츠가 변화·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더반 빙상장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포토 세션을 갖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물론 IOC선수위원을 지낸 전이경을 비롯해 최민경, 김소희 등 전통적 강세종목인 쇼트트랙 선수들도 한국의 경기력을 홍보하는 일선에 섰다.

연예인으로는 유일하게 정준호가 대표단에 합류해 홍보대사로 활동했다. 또 더반에는 가지 않았지만 조수미, 송일국, 최윤영, 안재욱 등도 평창의 홍보대사였다. 이들은 주로 국내에서 동계올림픽 유치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 내는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더반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도시였던 뮌헨은 대표단에 베켄바우어를 포함시켰다. 축구선수지만 워낙 세계적 스타이기 때문에 IOC위원들에게도 익숙할 것이다. 카트리나 비트 대 김연아로는 승부가 기울어진다고 생각을 했을까? 아마도 독일월드컵 조직위원장을 맡았던 그의 이력을 충분히 활용하려 했던 게 아닌가 싶다. 이와 함께 독일은 NBA에서 10번이나 올스타에 선정된 디르크 노비츠키 등 125명의 스포츠 선수를 홍보대사로 임명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노련함과 경험, 지명도의 카트리나 비트·베켄바우어 카드는 신선함과 젊음을 내세운 김연아·토비 도슨 카드에 무릎을 꿇었다고 할 수 있다.

홍보대사는 더반에서뿐만 아니라 여러 올림픽 유치전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됐다. 런던올림픽 유치에서는 축구선수 베컴이, 소치동계올림픽 당시에는 테니스 선수 샤라포바가 홍보대사로 활약했는데 IOC위원들의 관심을 끄는 데 효과를 봤다. 평창도 한때 이탈리아 스키 영웅 알베르토 톰바를 홍보대사로 선정, 경기장을 소개하는 영상에 활용한 바 있다.

지명도 보다 메시지 전달력 앞서야

유치전에서 홍보대사는 단순히 홍보대사의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프레젠테이션까지 겸하는 강력한 역할을 맡기도 한다. 김연아 선수처럼 피겨선수가 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서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카트리나 비트도 마찬가지다. 떨어지긴 했지만 박지성 선수도 우리나라의 월드컵 유치의 프레젠터로 나선 적이 있다.

따지고 보면 프레젠터로 나서는 사람 모두가 홍보대사다. 다만 유치전에서는 국제적인 인지도를 가진 스포츠 스타가 홍보대사로 더 적합할 뿐이다. 베켄바우어처럼 하계종목의 축구선수가 동계올림픽 유치에 프레젠터로 나선 것은 이같은 지명도를 활용하려는 전략일 것이다. 한편 스포츠 선수가 아닌 예외도 있다. 일본은 2016년 동경올림픽 도전 시 일본의 배우 겸 코미디언인 하자마 감페이가 요트를 타고 세계 일주를 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홍보대사는 아니지만 국가 홍보의 선봉장은 국가수반이다. 대통령, 총리 등의 현장 활동 여부가 유치에 중요한 요인이 된다. 이번에 이명박 대통령도 남아공을 방문해 적극적인 유치활동을 펼쳤고 이것이 득표에 주효했다. 이 대통령은 프레젠터로도 직접 참석 했다. 독일에서는 국제적 영향력이 있는 메르겔 총리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국가상징에 불과한 크리스티안 볼프 대통령이 뮌헨유치단장을 맡은 것이나 프랑스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이 불참하고 프랑스와 피용 총리가 온 것도 되새겨 볼일이다. 런던과 파리가 2012년 올림픽 유치를 두고 경합할 때는 시락과 블레어의 대결이었는데 블레어가 승리를 했다.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월드컵과 올림픽 두 개를 다 유치하는데 앞장섰고, 푸틴도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유치의 주인공이었다.

홍보대사는 스포츠 스타로서의 지명도를 활용하는 것도 좋지만, 결국은 메시지 전달로서의 적합성이 더 중요하다. 이것이 평창 유치를 현장에서 함께하며 필자가 지켜본 홍보대사 활용에 대한 교훈이라고 할 수 있다.

김 주 호

제일기획 마스터

(Experience Marketing 그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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