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인 동서가 전하는 말
프랑스인 동서가 전하는 말
  • 김광태 (thepr@the-pr.co.kr)
  • 승인 2011.09.08 12: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광태의 홍보 一心

[더피알=김광태] 며칠 전 프랑스에서 사촌제부인 ‘스테판’ 이 한국에 왔다. 처제가 유학시절 만나 결혼한 사이로, 파리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해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프랑스인이다. 현재는 프랑스 몇 개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교수다. 한국에 와 공부를 하거나 장기간 거주한 적은 없지만 그의 한국어 실력은 한국인 빰칠 정도로 유창하다.

한국에 대한 애정도 매우 깊다. 한국인과 결혼하고 오랫동안 한국과 한국어를 공부해 온 자연스러운 결과일까? 이번 그의 한국일정은 성균관대 불문과에서 한국 국가 이미지에 대해 자신이 연구한 내용을 발표하기 위해서였다. 아무튼 그를 만나자마자 제일 먼저 묻고 싶었던 것은 때마침 화제가 되고 있는 프랑스에서의 K-pop 열풍이었다.

그에 따르면 K-pop 열풍은 대단하다고 한다. 물론 문화의 콧대가 높기로 유명한 프랑스 기성세대들 간에 그것도 음악이냐며 평가절하하기도 하지만 젊은이들 사이에 불고 있는 열풍은 그야말로 거역할 수 없는 하나의 물결로 쉽게 사그라들 유행은 아니라고 그는 단호히 말한다.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그 자신도 그 열풍 안에 있다고 한다.

그의 한국어 클래스 수강생이 40명에서 200명으로 급증했고, 늘어난 80%가 대부분 K-pop 때문이라고 지원동기를 밝히고 있단다. 그들은 한국 대통령과 삼성 회장이 누군지에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한국은 K-pop 나라이고, 갖고 싶은 한국제품은 삼성이란다. K-pop에서 비롯된 일련의 한국열풍에 그 자신도 많이 고무돼 있었지만, 밖에서 한국을 공부하는 학자로서 그가 생각하는 한국 이미지에 관한 몇가지 충언은 내게 매우 인상적이었다.

우선 그는 한국인의 브랜드에 대한 사대주의적 태도를 지적했다. 선진 제품 브랜드에 대한 무조건적인 선호와 자기 제품에 대한 비하의식이 보인다는 것이다. 같은 제품의 경우 자기가 보기엔 루이뷔똥보다 한국산 품질이 더 좋은데 왜 프랑스 브랜드에 기가 죽는지 모르겠단다. 지금의 한국제품 수준이라면 명품으로서 한글브랜드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든다면 ‘ㄹ’ 같은 브랜드로, 외국인 입장에서 보면 아주 이색적이고 신비감이 넘칠 수 있다고 한다. 지금 흔히들 사용하는 영문 브랜드는 이미 보편화돼 명품 브랜드로 자라잡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한다. 한국인의 고집과 혼을 담은 고유브랜드로 고급화 전략을 시도할 때라는 지적이다. K-pop에서 봤듯 이젠 유럽인이 거꾸로 한글 브랜드 명품을 사재기할 날도 먼 미래가 아니라는 것이다.

스스로 위축되지 말고 어깨 쫙 펼 때

두 번째는 프랑스인을 상대로 광고를 하는데 비용을 줄이기 위해선지 제발 러시아 여자를 모델로 삼지 말아달라는 주문이다. 한국인 입장에서는 다 같은 서양 여자겠지만 프랑스인에게는 절대 혼동할 수 없는 차이란다. 러시아산이 싸구려라는 인식이 있는데 한국산도 싸구려로 대접 받으면 되겠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프랑스에 한국제품 옥외광고판이 많은 데 유독 한국식당이 몰려 있는 곳에 많단다. 이건 필요에 의한 광고라기보다 회사의 높으신 분들이 이곳에서 식사를 많이 하기에 그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광고가 아닌가 의심스럽단다.

세번째는 한국 언론사들도 글로벌 시대에 맞춰 기업들처럼 특파원도 현지인으로 채용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이다. 그 이유는 그 나라 문화와 정서도 모르면서 어떻게 그 나라 소식에 대해 정확한 취재와 보도가 이뤄지겠느냐다. 대부분 한국 특파원들의 경우 일정기간이되면 본국으로 돌아가는데 그간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는 대부분 사장되고 후임자는 다시 제로에서 시작한다. 초기 정착의 어려움은 특파원이 교체될 때마다 매번 반복된다. 이게 왠 낭비냐는 것이다. 이젠 한국 국력이 신장돼 프랑스인 중에도 한국을 공부한 사람이 많이 있단다. 이들 중 특파원을 선발한다면 취재나 경비 등 여러 가지로 더 많은 도움이 될텐데 왜 안하는지 모르겠단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보기에 한국인은 세계 어느 나라 사람들과 비교해 봐도 머리가 좋고, 순발력, 추진력, 부지런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사대주의에서 오는 왜소감, 열등감에서는 벗어나지 못하는 것같단다. 유럽에선 한류가 일기시작하고 한국을 동경하며 배우려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왜 작아지느냐다. 이젠 어깨를 쫙 펴고 자부심과 긍지를 가져야 할 때라는 것이다.

한국문화가 좋아 한국여자와 결혼했다는 그. 그래서 K-pop 열풍이 누구보다도 반갑고 한국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더욱 염려하고 연구하게 된다는 그. 그래서 자신있게 “대~한민국!” “대~한민국!” 을 연호했지만 와인보다 좋다고 마신 ‘소폭’ 몇 잔에는 그만 잠이 들어 버렸다….


김광태

(주)온전한커뮤니케이션 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