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맨, 이색 Email ID 열전
홍보맨, 이색 Email ID 열전
  • 최지현 기자 (jhchoi@the-pr.co.kr)
  • 승인 2011.09.09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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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응용·모범생·기호파·자포자기형…

 

평범한 아이디(ID)는 가라~?
대외 발언은 물론, 복장, 매너 등 자신의 존재 자체가 홍보와 직결되는 홍보맨. 이들의 정체성과 관계되는 것으로 이메일 아이디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이런 발상에 착안, 국내 기업 홍보실 직원들의 아이디를 들여다 봤다. 전경련이 발간한 2011년 한국 주요기업 홍보네트워크 책자를 참고했다.

240여개에 달하는 주요 기업 홍보담당자들의 이메일 아이디를 검토한 결과, 자신의 이름 약자를 아이디로 만든, 좋게 말해 스탠더드 한 형식이 대부분이었다. 그렇지 않은 나머지 이색 아이디들의 경우 가치표출형, 이름응용형, 재치파, 자포자기형 등 대략 7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었다. 기업단위별로는 두산건설과 롯데그룹이 발군의 개성과 스타일을 자랑했다.



‘가치표출’형
가장 많은 아이디가 결집된 유형은 ‘가치표출’형이었다. 인생에 대한 자신의 신조와 의지, 소망을 아이디에 담아 표출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iwill@(농심 윤성학 과장), destiny@(비씨카드 홍보부 정택식 계장), romantist@(애경그룹 홍보실 강지성 주임), faith@(CJ오쇼핑 홍보팀 손성욱 대리), yytrust@(CJ제일제당 홍보팀 김용렬 대리), freewill@(SK건설 홍보실 박수균 부장), hope@(STX조선해양 정유미 과장) 등은 의지, 믿음, 소망, 운명, 로맨스 등 형이상학적 가치를 드러낸 경우다.

문장 형식의 비전도 있었다. 세상과 신에 대한 단말마의 외침일까. ohmygod@(동부화재해상보험 홍보파트 전영수 대리), 어느 멋진 날에 대한 기대가 담긴 듯한 onefineday@(SK그룹 브랜드관리실 나윤아 매니저), whenidream@(신세계 경영지원실 홍보 담당 장대규 과장). 나는 너고 너는 나라는 불교의 원융무애 사상을 떠올리게 하는 imyou@(SK그룹 브랜드관리실 하석 매니저) 등이다.

ㆍ ‘이름응용’형
‘이름응용’형은 한결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자신의 이름 중 한 글자나 성을 재밌게 응용한 ‘마니’ mani@(대구은행 이정만 차장), ‘도월드’ doworld@(롯데상사 기획인사팀 김병도 사원), ‘나재팔’ najaepal@(롯데쇼핑 홍보실 나재웅 담당), ‘하하우종’ hahawoojong@(삼성에버랜드 인사지원담당 커뮤니케이션팀 하우종 과장) 등이다.

영어 뜻으로 바꾼 케이스도 있다. ‘실크(명주)리’ silklee@(삼양사 홍보팀 이명주 부장), ‘스톤(석)’ stone9@(삼환기업 홍보팀 장만석 부장), ‘스윔(수영)장’ swimjang@(CJ E&M 전략지원팀 장수영 대리), ‘파라다이스(낙원)’ paradise@(신용보증기금 홍보실 정낙원 과장), ‘푸른 참치(모 참치 브랜드에 대한 오마주?)’ bluetuna@(서브원 업무지원팀 이동원 대리), ‘스프링(春)’ spring@(신동아건설 홍보팀 이재춘 과장) 등이다. 응용의 극한을 시도한 ‘다라다라다라(달)’ daradaradara@(CJ그룹 그룹홍보실 전순달 과장)도 눈에 띈다.

ㆍ ‘추상파’
소수의 ‘추상파’도 놓칠 수 없는 유형. shwlffk@(금호타이어 커뮤니케이션팀 노승호 사원), rnsdls11@(롯데쇼핑 홍보실 김민석 책임), rtsrts@(쌍용건설 홍보팀 류탁수 과장) 등 의미와 정체가 불명한 기호와도 같은, 불규칙한 영문자들의 나열을 통해 범접할 수 없는 추상적 분위기를 연출했다. 의도와 의미 등은 굳이 물어보지 않았다.

ㆍ ‘기호파’
자신의 기호를 드러낸 ‘기호파’로는 ‘샤갈김’ shagal.kim@(삼성전자 홍보팀 김정석 부장), ‘재즈레인’ jazzyrain@(CJ오쇼핑 홍보팀 원지혜 대리), ‘파우스트’ faust@(KT&G CR본부 홍보실 홍보 1부 이원희 과장) 등이 있다.

ㆍ ‘재치파’
자신의 이름과 기업 창구 이미지가 절묘하게 결합된 ‘재치파’도 빼놓을 수 없다.
자신의 성인 ‘노(no)’를 응용한 ‘노가리’ nogary@(동아제약 IR홍보팀 노경석 대리)가 바로 그것. 항상 대내외적 스피치를 담당하는 홍보 업무 특성이 소위 ‘노가리를 깐다’는 표현에 부합하고 있다. ‘빅마우스’ bigmouse72@(부영 홍보부 이동화 차장) 역시 창구의 존재감과 중요성을 표현하는 좋은 사례다.

ㆍ 자포자기형
자포자기 혹은 귀차니즘의 포스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유형도 눈여겨 볼만 하다.
수면에 대한 욕구 표출인지 아니면 ‘ㅉㅉㅉ’ 라는 세상을 향한 조소의 표현인지 알 길 없는 zzz@(롯데제과 홍보팀 정성원 대리). 240여개 기업 홍보 관계자 이메일 중 유일하게 오직 하나의 영문자로만 이뤄진 a@(SK케미칼 기업문화실 최지영 팀장) 등이다.

ㆍ ‘모범생’파
강렬하고 남다른 아이디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홍보맨의 정체성에 충실한 ‘모범생’파 유형도 챙기는 것이 도리.

자사에서 출시하는 대표적인 생수 브랜드 삼다수의 영문명을 그대로 옮긴 samdasoo@(농심 홍보팀 오찬근 부장)를 비롯해 ‘기쁨’이라는 자신만의 가치에 PR인으로서의 존재감을 더한 joypr@(동원F&B 홍보실 박은경 과장), news.lee@(삼성생명보험 홍보팀 이승철 차장), freecomm.yun@(삼성엔지니어링 홍보/IR팀 윤원주 대리) 등이다.

참고로 신한은행 홍보부 처럼 전무 등을 포함한 직원 6명 모두가 pr@라는 하나의 아이디로 창구를 통일한 경우도 있었다.
기업 분야별 특성을 반영한 경우는 dsleetax@(신용보증기금 홍보실 이대성 팀장), strategy@(신한금융투자 전략기획실 신동한 이사), powermoter@(쌍용자동차 홍보팀 황수택 사원), energy@(에너지관리공단 생활실천홍보실 김대룡 실장&우영만 부장) 등이 있었다.

 

기업별로는 두산건설, 롯데그룹 두각
홍보맨 개개인을 넘어 기업별 특징을 살펴본 결과, 두산건설 홍보팀과 롯데그룹 홍보실이 발군의 개성(?)을 자랑했다.

두산건설 홍보팀의 경우 부장을 제외한 직원 4명 전원이 일제히 영문 네임을 사용해 멋진 팀워크를 과시하기도. ‘알라딘’ aladin@(권진희 과장), ‘로미오’ remeo@(김민경 대리), ‘레너드’ leonard@(송병우 과장) 등이다.

롯데그룹 홍보실 역시 이색 아이디 러쉬를 이뤘다. 자신의 성에 과감하게 원더를 붙힌 ‘원더리’ wonderlee@(이창원 상무), ‘배트맨’ batman0890@(송노현 책임), 감상적인 ‘추신, 사랑해요’ pssiloveyou@(박상섭 책임), 만화 곰돌이 푸우에 나오는 당나귀 ‘이요르’ eoyore@(한보영 대리) 등 홍보실 전체가 거침없이 개성을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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