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도 모르는 홍보비법 공유하고 싶어…”
“기자도 모르는 홍보비법 공유하고 싶어…”
  • 온라인뉴스팀 (thepr@the-pr.co.kr)
  • 승인 2011.09.2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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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북 펴낸 조경익 서울시 주무관 인터뷰

 

서울시 정책을 홍보하는 공무원이 자신의 경험이 고스란히 담긴 책을 내 화제다. 서울시 대변인실에서 언론담당관으로 재직 중인 조경익(44) 주무관이 그 주인공. 그는 최근 언론을 상대하며 느낀 자신의 홍보 노하우를 ‘기자들도 모르는 49가지 언론 홍보 비밀(도서출판 한울)’ 이란 제목의 책으로 펴냈다.

‘뉴스현장에서 발로 뛴 한 공무원의 생생한 기록’ 이란 부제에서 알 수 있듯 그는 지난 2년간 서울시 홍보 최일선에서 활동하며 느낀 경험을 그대로 책에 녹여냈다.

국방과 외교를 제외하곤 정부 부처의 축소판이나 다름없어 사실상 ‘작은 정부’ 로 불리는 서울특별시. 이처럼 광범위한 서울시 정책을 언론에 홍보하는 일만도 쉬운 게 아닌데 공무원인 그가 어떤 계기로 책을 내게 된 걸까.

기자와의 인간적 신뢰·진정성이 가장 중요

“제 책을 통해 기자는 누구인지, 뉴스는 어떻게 만들어 지는지, 언론보도의 영향력은 얼마나 되는지 간접 체험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2009년 3월부터 시청 대변인실 언론담당관 신문팀에 근무하기 시작한 조 주무관은 직접 기자들과 접촉, 언론홍보 업무를 경험하면서 공무원들도 언론을 배워야 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제가 업무를 겪으면서 배우게 된 언론보도 시스템이나 어떻게 하면 언론을 통해 시 정책을 잘 알릴 수 있는지, 그런 것들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었어요.”

 
시정홍보 사례들을 정리해 일주일에 한 번씩 언론홍보 직원 100명에게 메일링을 했던 것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됐다. 시간이 지나자 주변에서 책으로 내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를 해왔다. 그는 처음에는 “나같은 사람이 어떻게 책을 쓸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지만 “또 다른 꿈을 설정해 보자” 라는 생각으로 출판을 결심하게 됐다.

일단 결심을 했지만 출판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아는 출판사도 없이 원고들을 무작정 출판사에 보내기 시작한 것이 지난해 12월. 경험이 없는 공무원이 언론홍보에 대한 책을 낸다니 팔릴 책이 아니라며 대부분의 출판사가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 총 29곳의 출판사, 그 중 유일하게 지금의 출판사에서 긍정적인 답을 줘 책을 펴낼 수 있게 됐다. 출판사가 결정되었지만 원고 최종 작업을 하면서도 서울시 관련 사례가 실리는 책이다 보니 서울시가 비난을 받거나 문제가 되진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신중하게 확인해야 했다.

 

다음은 조 주무관과의 일문일답.

Q. 언론홍보를 해오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라면.

A. 언론담당부서의 특성상 다른 부서들이 정책하는 걸 잘 알리고 나면 그 공은 담당 부서로 간다. 그래서 대변인실은 티가 안 나지만 못하는 경우에는 또 다르다. 원성을 받을 때도 있고 책임을 많이 지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뉴스가치가 적고 보도가 잘 안 될만한 아이템을 보도되게 해달라는 부서의 요청을 받을 때가 가장 힘들다. 그래서 인지 뿌듯했던 기억도 보도하기 힘든 아이템이 크게 홍보됐을 때다. 지금의 부서로 온지 두달 정도 밖에 안됐을 때 새내기 공무원들이 문경새재에서 1박2일로 훈련받는 내용이 언론에서 다뤄졌으면 좋겠다고 부서에서 부탁받은 적이 있다. 1000여명이 나눠 받는 훈련이라 뉴스 가치가 없는 것이었고 신문에도 짧게만 보도됐지만 얼마 뒤 vj특공대에 방송되면서 서울시 홍보효과가 컸다. 그때 언론홍보가 이런 것이구나, 나도 할수 있겠다라는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 또, 개인적으로 mbc에서 뉴스아이템을 찾는데 서울시가 운영하는 캠핑장이 9시 메인뉴스에 크게 보도된 적이 있다. 자신이 발굴한 아이템이 공중파 메인뉴스를 통해 보도됐을 때의 그 기분은 잊을 수가 없다.

Q. 바쁜 홍보업무를 하면서 책을 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텐데.

A. 생각들은 많이 하지만 결국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같다. 늘 해야지 하면서도 시기를 놓치기 일쑤다. 공무원 생활을 하고 10년 만에 유학의 꿈을 이루고 나니 마음이 허전했다. 그래서 뭘 해야 될까 한참 생각한 끝에 언론 홍보를 하면서 많이 배우고 경험한 바를 한번 정리해 보자는 도전 정신으로 책을 쓰게 됐다. 이제 두 번째 꿈을 이뤘으니 세 번째 꿈도 설정하고 실행할 예정이다.

Q. 홍보담당자로서 출입기자들과의 바람직한 관계라면.

 
A. 언론 홍보하는 부서 직원과 기자 사이의 관계는 평행선을 유지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너무 가까워도 안 되고 멀어져도 안 된다. 멀게 되면 뉴스아이템을 줄 수가 없고 가까워지면 서로가 공유해서는 안 되는 정보를 공유하고 몰래 알려준다거나 민원 해결 역할을 한다거나 해서 이른바 부적절한 관계가 될 수 있다. 사실 기자들을 자주 만나다 보면 인간적으로 친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 가끔 한계가 부딪치는 일이 생길 수 있는데 그때 경계하지 않고 있다가 그걸 넘어버리는 순간 부적절한 관계가 된다. 항상 경계해야 된다.

거의 매일 만나는 모 신문사 기자가 하루는 보이지 않아 문자로 “지금 어디 계세요”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매일 아침 보던 기자가 안 나오자 필요한 게 있으면 정보도 주려고 물었던 것인데 기자가 “왜 물어보세요”라며 퉁명스럽게 답을 해왔다. 순간 머리를 한방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의도는 그게 아니었는데 기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동향을 파악했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는 것이다. 신중하게 생각했어야 되는데, 그 일 때문에 그 기자와 한동안 소원했다. 관계란 말처럼 쉽지 않다. 인간적으로 친해지고 싶은데 업무와 딱 구분짓기가 힘들기 때문에 어려운 것들이 있다. 홍보부서 직원은 이제 기자들과 함께 술을 먹고 인사를 잘 하고 하는 것보다는 ‘신뢰’가 가장 중요한 것같다. 기자가 물어보면 정확하고 제대로 된 정보와 자료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언제든지 뉴스아이템을 줄 수 있을 정도로 능력 있고 준비돼 있어야 한다. 기자가 뭔가 물어볼 때 ‘잘 모르겠다’ 는 대답은 있을 수 없다. 항상 기자가 찾는 신뢰 받는 홍보인이 돼야 한다.

Q. 지난해 실시한 ‘공무원 블로그 콘테스트’ 에서 개인블로그 부문 우수상을 받았는데, 평소에도 SNS에 대한 관심이 많은지.

A. 순수한 개인적 취미로 시작한 블로그(http://blog.naver.com/chokyungik)인데, 직업을 빼고 나니 이야기 할 수 있는 소재가 한정돼 있어 고민을 많이 했다. 차라리 떳떳이 신분을 밝히고 서울시를 홍보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으로 하자는 결정을 한지 얼마 안 됐다. 어떻게 하면 내 블로그를 통해 서울시를 잘 알릴 수 있을까 고심하곤 한다. 공무원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한다거나 서울시 정책 도 담으며, 서울시장 블로그도 링크시켰다. 또 무료신문 생활정보를 모아 포스팅하고 있기도 하다. 교통, 음식, 건강, 레저 등 시민들에게 좋은 생활정보가 될 다양한 분야를 빼놓지 않는다.

Q. 대변인실에 오기 전에 서울 강동구청을 시작으로 기획예산, 재정담당 등 다양한 부서들을 섭렵했는데, 앞으로 또 일해보고 싶은 행정부서가 있다면.

A. 현재의 언론담당부서는 2년 8개월로 거의 3년째이다. 기자라는 갑을 상대하는 만큼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일 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쉽지 않은 부서다. 솔직히 오래 근무하면 힘드는 곳이다(웃음). 기회가 된다면 공무원 순환근무제를 십분 활용해 다른 부서로 옮겼으면 한다. 미국 유학 경험을 살려 영어를 활용할 수 있는 외국인 상대부서에 가서 일하고 싶다. 또 한편으로는 교통, 주택, 복지, 환경 등의 사업부서에 가서 스스로 프로젝트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큰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싶기도 하다.

Q. 공공기관에서 활동하고 있는 동료 홍보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공공기관의 언론홍보 종사자들은 항상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일해야 한다. 자기를 드러내지 않고 자신이 속한 조직이나 단체를 잘 알려야 한다. 언론의 경우 그것을 바라보는 오피니언 리더나 전문가 집단이 많기 때문에 그만큼 파급효과가 크다. 홍보담당자는 언론을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그 파워가 엄청나다는 걸 명심하고 이용하려 하기 보단 진정성을 가지고 언론의 힘을 활용하고자 많이 노력해야 한다. 어느 조직이나 대부분 자기 입맛에 맞는 보도가 나오길 원한다. 하지만 그건 쉽지가 않다. 기본적으로 언론의 비판 기능을 이해하고 보도가 잘 나오고 못 나왔다고 해서 일희일비 해선 안 된다. 조금 더 큰 시각에서 언론의 기능과 권한을 충분히 존중하면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피하고 싶다고 피할 수 없기에 언론이란 매체 성격을 잘 이해하고 언론과 소통할 때 시민들의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도도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

 

정다운  The PR 대학생 명예기자
       <경희대 신문방송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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