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예술의 소통, 열정으로 이뤄냈죠”
“기업과 예술의 소통, 열정으로 이뤄냈죠”
  • 최지현 기자 (jhchoi@the-pr.co.kr)
  • 승인 2011.10.17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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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 ‘못사람’ 아트디렉터 한젬마 인터뷰

▲ 못사람들이 살고 있는 대웅제약 별관

지난 9월 완공된 대웅제약 별관 건물(서울 삼성동 위치)에는 특별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바로 아티스트 한젬마의 ‘못사람’들이 바로 그들.

건축물 안팎 구분 없이 자유롭게 자신의 일상을 표현하는 ‘못사람’들의 모습은 마치 관람 대상, 즉 객체로서의 예술 작품이라는 선입견을 거부하고, 사람들이 지내는 바로 그곳 역시 바로 자신들이 살아가는 공간이자 거주지라고 선포하는 듯하다. 도심 한 가운데에 예술과 사람 간의 경계, 주객체 패러다임이 완전히 해체되는 광경을 만들어낸 장본인, 아티스트 한젬마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젬마 작가는 이번 작업을 통해 ‘예술과 세상과의 소통이 한 차원 높아진 것’이라며 의의를 설명했다.

기업과 작가, ‘소통’으로 뭉치다

대웅제약 ‘못사람’ 설치 작업 기획은 건축물 설계단계에서부터 시작됐다. 빌딩기획자체에서 작품을 고려한 설계가 이뤄진 것. 따라서 건물은 작품을 배치하기에 알맞게, 마치 한 폭의 캔버스와도 같은 미니멀한 외관으로 완성됐으며, 이후 작품이 설치됐다.

“여느 설치와 달리 도로변 외관 설치이기에 외관심의를 거쳤고, 아티스트들이 거치는 미술장식품 심의가 아닌 건축물 심의를 거쳤습니다. 이 작품 건물에 대한 계획이 워낙 커서 만약 심의에서 통과하지 못한다면 대단히 많은 차질을 겪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갖고 심의에 임했죠. 특히 전국 그 어떤 지역보다 강남에서의 심의는 더욱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저의 작품으로 소통하겠다는 기업이나 저나 무척 긴장하고 임했었지요.”

결과는 매우 원활한 통과였다. 한국에서 한 아티스트의 작품을 모티브로 이처럼 빌딩 내외부를 작업한 경우는 전후무후하다. 단지 미관상 장식성으로 하는 차원이 아닌 작가의 작품세계와 소통하겠다는 기업의 의지가 반영된 사례라는 것이다.

한젬마는 이번 작업에 대해 “예술이 사람과 사회, 시대와의 소통에서 한걸음 올라선 사례”라고 강조한다. 옷이나 장신구들을 본인이 선택하고 걸친 것임에도 결국 그것은 바라보는 상대가 향유하게 되는 것처럼 건물외관의 작품을 시민들이 향유하고 경험함으로써 미적 감수성을 축적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미술관, 갤러리를 통해 접하는 예술이 아닌 거리에서 소통하는 예술, 그것은 이미 예술의 틀을 넘어선 자연스런 ‘만남’이라는 것이 한젬마의 메시지다. 

▲ 어딘가를 향해 오르는 못사람의 모습은 일생동안 삶을 경주해야 하는 인간의 숙명을 나타낸다.

“못사람은 우리들 자화상”

못사람들의 모습은 다양하다. 앉아도 있고, 모여도 있고, 어디론 가를 향해 기어오르기도 하고, 비스듬히 기대 쉬고도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아슬아슬한 높이에서 건물을 기어오르고 있는 못사람의 의미를 물었다.

“인간은 안주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자신을 버리고 내려갈 수는 있지만 그 또한 버릴 것이 있는 이후죠. 오른 경지가 있어야 내려갈 곳이 있게 마련입니다. 오르는 사람들의 풍경은 우리의 자화상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풍경이죠. 운명이나 숙명일수도 있고 사명과 도리이기도 합니다. 노동하고 노력하는 삶은 인간의 기본 도리이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노동과 노력은 대단히 중요한 삶의 철학이랍니다. 전 게으른 사람, 노력하지 않는 사람을 대단히 혐오하거든요. 모자라거나 부족한 사람에게는 관용적이지만 노력하지 않고 발전을 위해 도약하지 않는 사람은 용서가 되지 않아요. 자신을 위해서도 또 비우기 위해서도 대단한 노력이 필요한 것처럼요. 오르는 사람들이 향하는 빌딩 맥 꼭대기에는 만세를 부르는 사람 둘이 앉아 있죠. 성취한 사람의 모습이랍니다. 완성 목표, 성취를 상징하지요.”

예술은 단순하고 직접적인 것

건물 하단에는 기둥에 멋스럽게 기대고 있는 못사람 포토존이 있다.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이 없을 정도로 인기 스타, 아니 인기 못사람이다. 이 포토존의 배경은 바로 벽돌로 꾸며진 못사람 벽화. 한젬마는 특히 이 벽화에 애착이 많다고 한다. 

“애초에 계획은 일반 벽들처럼 그냥 한가지색 벽돌로 채우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못사람 벽화로의 전환에 반대가 많았습니다. 설득과 설득 끝에 저에 대한 믿음으로 실행한 작업이죠. 건물 외관이 멀리서 보이는 관람물이라면, 벽화는 가까운 거리에서 관람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에 벽에도 아트워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처럼 단순하고 만만한 소재와 기법을 통한 예술작업이 만들어내는 풍경 또한 저는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요즘 그냥 벽돌로 된 집이나 건물들을 보면 늘 생각해요. ‘아 저기도 나의 못사람 벽돌 작업을 해주고 싶다’라고요.”

▲ 기념촬영 장소로 인기가 많은 못사람 포토존

건물 밖 Café Win 아웃도어 스페이스에는 6.5미터짜리 못사람 가로등이 서있다. 두 개의 가로등은 각각 여성과 남성으로 표현됐는데 근거가 매우 직접적이고 단순하다. 못사람의 가슴 부분에 있는 두 개의 가로등은 여성의 유방, 또 다른 못사람의 엉덩이 부분에 있는 하나짜리 가로등은 남성의 성기를 상징한다는 것이다.

“일단 예술 작품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나름대로 다양한 의구심과 상상을 하더군요. 특히 남성의 성기부분은 배꼽 혹은 엉덩이 같다고도 하고요. 저의 단순한 접근에 사람들은 더 당황스러워합니다. 이 또한 저의 의도지요. 예술에선 너무 직설적이거나 단순하면 오히려 사람들은 왜곡하고 과장되게 받아들이는데, 이 또한 예술에 대한 선입견 아닐까요?”

▲ 건물 밖 café win 아웃도어 스페이스에 서 있는 6.5미터자리 대형 못사람 가로등

“공공예술의 방향, 기업 성장과 사회발전”

사적인 주거공간에서 기업(공공)으로 작업 규모 혹은 범위가 확장된 것과 관련해 작가가 염두 했던 것은 단연 안전성. 아울러 그 공간과 소통할 사람들에 대한 분석이다.

특히 사적 주거 공간에서 사용자의 성향과 취향이 중요하듯 기업의 경우 기업 정체성과 추구하는 바가 반영돼야 한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다만 그냥 원하는 것만 반영 하는 게 아니라 그 대상에게 이로운 방향과 조금 앞선 리더십 그리고 나눔의 정신이 담겨야한다고 강조한다.

더 나아가 작가는 늘 대중과 소통하는 미술가로서 남다른 기회를 더 갖는다는 것에 감사하고 말한다.

“저의 실력이 탁월해서라기보다는 제 작품이 좀 더 편하고 만만하게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덕에 기회를 갖는 것이라고 여기고 있어요. 저를 통해 이러한 시도들 또한 대중화 돼야 한다는 사명감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작업에 대해 한국에서 한 아티스트의 작품이 기업과 건축물 전반에 걸쳐 소통한 최초의 사례라는데 큰 의의가 있다고.

“작가가 평생을 걸고 펼치고 있는 ‘관계와 소통’이라는 주제에 기업이 공감하고, 동시에 작가는 그러한 기업의 미래에 함께 하고 싶다는 의지가 예술을 통해 조우하고 다져진 결실입니다. 바로 이러한 점이 예술을 통한 기업 성장, 나아가 사회 발전의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결실이 아닌 토양 가꾸는 것”

예술을 통한 소통에의 의지와 열정으로 올 한해 쉽지 않은 프로젝트를 완수한 작가의 향후 계획은 뭘까.

일단 대웅제약과의 추가 작업이 내년 봄부터 진행 될 예정이다. 이번 못사람 작업 결과에 모두 만족한 탓에 지속적인 추가 작업 요청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작가는 대한민국의 중심, 서울에서 예술로 소통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잘 이해하고 있다. 때문에 제대로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자신이라는 내적 토양을 깊이 있게 가꾸고 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서울에서 시민들과 소통한다는 것은 여느 지역과 다른 파워를 갖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내년에도 여러 소소한 일정들이 잡혀있지만 무엇보다 제 인생이 가장 근원적이며 중요한 것은 작업적인 결실이 아니라 인생에 있어서 또 한 번 씨앗을 뿌리는 것입니다.

저의 토지에 뿌리내린 씨앗들은 내년에 또 어김없이 싹을 틔우겠지요. 그러기 위해서 저의 토양에 필요한 씨앗들을 새롭게 뿌려가고 싶습니다. 그로 인해 세상에 보탬이 될 더욱 풍성하고 의미 있는 생산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계획이 너무 흡족하고 꿈만 같아서 매우 흥분상태라는 그. 대외발표전이라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그 모든 새로운 계획을 자신의 내적 평화 속에 품고 싶다는 한젬마 작가의 내년을 기대해 본다.

 

 

아티스트 한젬마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과 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한 후 다양한 매체와 분야에서 창작 작업을 하고 있다. 국내외에서 약 9회 개인전 및 다수의 그룹전, 아트페어, 비엔날레 등에 참여하고 있다. 방송과 출판이라는 매스미디어를 통한 대중과 미술 간 소통작업의 일환으로, 다양한 미술 뿐 아니라 문화예술 프로그램에서 방송을 진행했으며, ‘그림 읽어주는 여자’, ‘한반도 미술창고 뒤지기’ 시리즈 출간 작업을 했다. 

쌈지와 가나아트센터의 장흥아트파크 입주 작가이며, 자신의 작품을 모티브로 한국적 소재와 재료를 통해 한국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공공 미술 작품 설치와 아트디렉터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최근 베를린에 새로운 아틀리에를 마련해 서울과 베를린을 오가며 작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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