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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우승의 순간, 그리고 기업
경기 우승의 순간, 그리고 기업
  • 김주호 (admin@the-pr.co.kr)
  • 승인 2011.10.1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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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대구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우샤인 볼트는 각본 없는 드라마의 주인공이었다. 100미터 결승에서 실격돼 빅뉴스를 몰고 온 이후 200미터 우승, 연이어 400미터 계주에서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하는 반전을 연출하며 대구대회 피날레를 장식했다. 그렇다면 볼트의 활약과 함께 환호성을 지른 기업은 어디였을까?

볼트 우승의 수혜자로는 푸마, TDK, 세이코 이 세 기업을 꼽을 수 있다. 푸마는 자메이카 대표팀의 유니폼을 지원하고 있는 회사다. 볼트를 포함해 육상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자메이카 대표팀 선수들이 모두 푸마의 유니폼을 입었다. TDK는 세계육상연맹의 글로벌 파트너로 참여하는데, 도요타와 함께 선수 가슴에 위치한 빕(Bib) 광고 권리를 가진다. 선수들은 경기 참가시 국적이나 개인 이름이 적힌 표시를 달고 출전하기 때문에 도요타나 TDK는 자연스레 브랜딩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세이코는 경기기록을 재는 시계 스폰서. 이런 연유로 400미터 계주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운 자메이카팀이 세계신기록을 보여주는 세이코 계측기 앞에서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서 볼트의 100미터 실격이나 200미터, 400미터 결승선 통과 장면은 TV 카메라나 신문 사진기자들의 입장에선 절대 놓칠 수 없는 순간이자, 반드시 보도해야 하는 하이라이트거리였다. 이와 함께 볼트가 우승하고 춤을 추거나 화살을 당기는 장면의 퍼포먼스, 계측기 앞의 포즈 등도 앵글 하나, 사진 하나하나가 세계적인 뉴스거리였다. 따라서 이런 순간들을 같이 한 기업들은 환호할 수밖에 없었다.

대구육상대회 또 하나의 핫한 순간은 마라톤 골인 장면. 남자마라톤에서 2연패를 한 케냐의 아벨 키루이의 유니폼에는 나이키 마크가 선명했는데, 이는 나이키가 케냐 대표팀 스폰서였기 때문이다. 은메달의 주인공 역시 케냐 선수인 빈센트 키프루토였다. 여자마라톤에서도 케냐가 금·은·동메달을 쓸어 담았는데 이들의 유니폼 또한 나이키였다. 그러나 케냐 선수단의 빕 광고의 경우 남자는 TDK, 여자는 도요타로 각각 달랐다. 한편 세계적인 육상스타 이신바예바로 상징되는 러시아팀 역시 나이키가 스폰서였다.

각종 유니폼, 용품 등에 브랜드 노출
선수가 우승을 확정짓거나 시상식이 이뤄지는 순간에 기업들은 자사 브랜드를 노출시키고자 한다. 언론의 관심이 최고조에 이르기에 광고효과가 높고 그에 따른 참여 대가도 크기 때문이다. 물론 스폰서 기업들이 우승만을 바라보고 후원을 하는 것은 아니다. 선수나 팀의 스폰서가 되면 자사 광고에 활용하거나 홍보이벤트에 출연시키는 등의 다른 기회도 있다. 대회 주최측 역시 이러한 기업들의 니즈를 반영해 스폰서 프로그램이나 광고기회를 만들어 제공한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우승 순간이 갖는 미디어 영향력이 절대적으로 크기에 스폰서 기업들은 후원 선수들의 우승을 학수고대하기 마련이다.

실제 과거 삼성의 로고를 달고 US여자오픈에 우승한 박세리가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장면은 수백번 전파를 탔다. 올해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유소연의 모자에는 한화로고가, 유니폼에는 대한생명 로고가 박혀 있었다. 한화는 이 우승 장면을 다시 한화금융네크워크의 기업광고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09년 양용은이 PGA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를 제치고 우승할 당시 그의 모자에는 골프 브랜드 테일러메이드 마크가 선명했다. 그러나 더욱 극적인 순간은 우승후 골프백을 들어 올리는 세러머니였다. 이후 양용은은 인터뷰에서 날아갈 것 같은 기분에 즉흥적으로 골프백을 들었다고 밝혔지만, 해당 장면은 테일러메이드에 함박웃음을 안겨다줬다. 양용은이 사용한 테일러메이드 골프백과 하이브리드 골프채의 재고가 바닥이 났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또하나의 유명한 극적 퍼포먼스는 1999년 미국 여자월드컵에서 있었다. 이른바 스포츠 브라 사건이다. 중국과의 여자월드컵 결승전에서 미국 대표팀 체스테인은 마지막 승부차기 키커로 나와 결승골을 넣은 뒤 상의를 벗어 흔들며 운동장을 뛰었다. 카메라는 즉시 그녀의 행동을 따라갔고, 이 과정에서 체스테인이 나이키 로고가 새겨진 스포츠 브라를 입고 있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당시 체스테인의 행동이 즉흥적이었던 것인지 확인할 순 없지만, 스폰서와 미리 협의된 상업적 행동이 아니었을까하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후 미아햄도 같은 행위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선 우승국 스페인의 스폰서인 아디다스가 후원효과를 톡톡히 봤다. 비야, 토레스, 사비, 실바 등 무적함대 스페인 선수들은 3색선이 선명한 아디다스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누볐고, 우승 순간엔 월드컵 트로피를 안고 환호했다. 아디다스는 결승전은 물론 월드컵 경기 속 또 하나의 주인공인 축구공 자블리니를 납품한 스포츠 브랜드이기도 하다.

우승시 스폰 효과 극대화
2010/2011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이자 스페인 프리메라리그 우승팀인 바르셀로나의 우승 순간에는 어느 기업이 함께 했을까? 유니폼에는 나이키 로고가 있었으나, 메시 등 선수들의 가슴 한가운데를 차지한 건 특이하게도 유니세프(UNICEF) 로고였다. 전통적인 시민구단답게 빕 스폰서 광고를 맺지 않는 바르셀로나는 2006/2007 시즌부터 유니세프와 후원계약을 맺고 있었던 것. 바르셀로나의 유니세프 계약은 돈을 후원받는 개념이 아닌, 기부 차원에서 이뤄지는 유니세프 홍보대사 역할로 보인다.

영국의 프리미어리그 우승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나이키로부터 유니폼 스폰서를 받고 있다. 또 선수들의 우승 세러머니 순간의 빕 광고는 재보험회사인 AON이 맡는다. AIG에 이어 계속해서 보험회사가 맨유의 우승 순간을 함께 하고 있는 셈이다. 맨유는 우리나라 박지성 선수가 활약하는 팀이기도 하기에 국내에 미치는 홍보효과도 크다.

한편 시각적으로 보이는 브랜드가 없어도 우승의 순간을 같이 하는 경우도 많다. 의류 브랜딩이 단적인 예. 실제 더반 평창올림픽 유치 프레젠테이션에선 김연아 선수의 옷차림이 크게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당시 그의 의상은 제일모직의 구호 브랜드가 협찬한 것이었다. 제일모직은 보도자료를 통해 김연아 의상의 후원사임을 밝힘으로써 매체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스포츠에서는 팀이든, 개인이든 사람들은 경쟁을 통해 우승자를 가리는 데 매력을 느낀다. 우승의 순간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 보고 즐기고 싶어 한다. 기자들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신경을 쓰고, 스포츠팬들은 다시 TV나 신문, 인터넷 등을 통해 그 순간을 보기를 원한다. 그 스포츠의 열정적 순간은 기업들에게도 매력적인 시간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스폰서의 가치는 다량의 노출, 그로 인한 소비자의 감정이입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 호감도를 높이는 데 있다. 그 극대화된 가치가 발현되는 시간이 우승의 순간이다.

 

 

 김 주 호

제일기획 마스터

(Experience Marketing 그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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