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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 위기관리를 실패로 이끄는 증상들(1)
VIP 위기관리를 실패로 이끄는 증상들(1)
  •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18.05.14 15: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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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의 Crisis Talk] 성공한 기업은 서로 닮았지만, 실패한 기업은 저마다의 이유로 실패한다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이른바 '물벼락 갑질'로 촉발된 대한항공 오너리스크는 언니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과 오버랩된다. 사진: MBC 뉴스 화면 캡처, 뉴시스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이른바 '물벼락 갑질'로 촉발된 대한항공 오너리스크는 언니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과 유사하다. 사진: MBC 뉴스 화면 캡처, 뉴시스
※ 이 칼럼은 3회에 걸쳐 게재됩니다.

[더피알=정용민] 잉크도 마르지 않은 것 같은데, 또 VIP 위기가 발생했다. 예전과 비슷한 위기가 이번에도 반복됐다. 많은 것이 예전과 유사하게 돌아간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전에는 없던 녹취와 동영상들이 제보되기 시작해 판을 키웠다는 점과 공분의 화살이 가족 전체에게로 확산됐다는 정도다.

VIP 위기관리는 위기관리 중에서도 가장 어렵고 관리 예후 또한 아주 좋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실무자들에게는 특A급 위기로 인식되는데도 실무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으니 더더욱 답답할 노릇이다. 아무튼 괴상한 위기고 관리다.

톨스토이의 걸작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이 말은 위기관리에도 적용이 된다. “(위기관리에) 성공한 기업은 서로 닮았지만, 실패한 기업은 저마다의 이유로 실패한다.”

실패한 기업들에게 “왜 이번 위기관리를 그렇게 하셨나요?”라고 물으면 매우 다양한 답변이 나온다.

그 이유들을 하나하나 챙겨 듣다 보면, 역시 그래서 위기관리가 실패할 수밖에 없었구나 공감이 간다. 최근까지 VIP 관련 위기관리를 직·간접 자문하면서 들었던 여러 실패의 이유들을 기억해 정리해 본다. ▷참고하면 좋을 기사: 오너리스크 특별좌담①,  좌담②,  좌담③ 

VIP께서 잘못한 줄 모른다. 억울해 한다.

가끔 법정에서 판사 앞에 서 사과문을 읽기도, 기자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면서 수치감을 표하기도 하는데, 가까이서 뵌 분들의 후담에 의하면 상당히 억울해 하고 언론과 여론에 대해 대노하셨다 한다. VIP께서 이런 포지션을 유지하는 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여론에 공감할 줄 모른다. 중요하지 않다 여긴다.

회사 제품이나 서비스에 찬사를 보내는 소비자 몇 명의 글을 보면 전사 공유도 하고 행복해 하고 자랑스러워하는데, 자신과 관련된 위기가 발생한 후 온라인을 도배하는 여러 공중들의 비판에 대해서는 별 가치를 두지 않으려 한다. 언론은 이 기회를 통해 돈을 뜯으려 한다 생각한다. 그래서 초기 대응이 더욱 힘들다.

사과하는 매체를 자신에 맞춘다.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한다.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으로 사과하는 경우도 있다. 그건 연예인들이나 하는 사과 형식이라 해도 그걸 따라 하신다. 페북에 사과하실 때도 공개범위 설정을 친구들만 볼 수 있게 한다. 내가 사과하면 홍보팀이 알아서 오프라인 언론에 릴리즈해 줄 것이라 믿는다. 홍보팀은 차라리 VIP가 앞에 나서 주었으면 하는데 말을 못한다.

사과를 여러 번 한다.

언젠가부터 한 위기에 사과를 비공식·공식으로 여러 번 반복한다. 상황관리가 안되니까 계속 상황을 따라가면서 사과를 하게 되는 셈이다. 한 번의 사과에도 수치심을 느끼는데 여러 번 사과를 하게 되니 더더욱 아래 직원들은 바늘방석이다. 나중에는 “내가 사과했었는데도 상황관리가 안되더라. 그러니까 사과라는 게 무슨 효과가 있다는 거냐?”고 주변에 물으신다.

원점관리 자체를 싫어한다.

화가 나 있기 때문이다. 이슈화가 시작된 원점들은 계속 언론과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그에 대한 다가감을 원치 않는다. 이왕 그 사람이 문제를 일으킨 것, 끝까지 용서하지 않겠다 생각하시는 듯하다. 그들에게 다가가서 그들에게 먼저 고개 숙여 사과하는 것이 어떤가 하는 조언에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는다. 문제는 그래서 계속 된다.

말이 처음부터 계속 바뀐다. (정황 서술)

언론을 통하거나 수사기관 등을 향해 하는 말씀에 있어 진술이 일관되지 못하다. 실제 상황은 그대로인데, 그걸 기억해 말씀하는 분의 생각이 계속 바뀌기 때문이다. 언론이나 수사기관은 바뀌는 그 말들을 따라가며 비교 분석한다. 말이 말을 낳는다고 했는데, 말들이 계속 바뀌어 나가니 말로 산을 이룬다.

내부 지지자가 없다.

내부 직원들이 원래는 안타까워했고, 슬퍼하기도 했고, 나아가 바깥으로 창피하다는 느낌도 가진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런 내부 의견이 외부 블라인드나 공개채팅방에서 공유되다 보니 하나 둘 씩 사라져 버린다. 말 그대로 침묵의 나선형 이론이다. 이슈에 둘러싸인 VIP를 지지하는 의견을 밝히는 직원들이 사라져가면서, VIP에 반감을 가진 직원들이 더욱더 기세등등하게 부정 의견을 피력한다. 이어 제보까지 하겠다고 으르렁댄다. 사면초가가 따로 없다.

내부제보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하자 한다.

이어지는 내부 제보에 VIP는 엄청난 실망감을 느낀다. 배신감에 치를 떤다. 주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묻는다. 주변 자문단은 VIP 얼굴에서 대응 방향을 읽는다. 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어떨까 조언한다. 제3자 대화를 녹취하는 것은 불법이라 자문한다. 법적으로 강력 대응해 추가 제보를 방지하라는 지시가 나온다. 홍보팀을 비롯해 일부에서는 고개를 갸웃하는데 그냥 그렇게 흘러간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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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ood 2018-05-15 08:59:08
아주 명석하게 잘 꼬집으셨습니다. 맞는 말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