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신문에 한국지엠이 입장광고를 냈다
종이신문에 한국지엠이 입장광고를 냈다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8.05.14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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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상화 공식화·언론 달래기 목적으로 풀이…노조 반발로 의미 퇴색했다는 지적도

[더피알=박형재 기자] 한국지엠이 14일 주요 신문 1면에 입장광고를 냈다. 지난 10일 정부와 경영정상화 합의 이후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한국 철수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제스처로 보인다. 

한국지엠은 이날 다수의 일간 종합·경제지에 일괄적으로 게재하는 이른바 원턴(one turn)광고를 집행했다. ‘한국지엠, 미래를 위해 새롭게 다짐합니다’라는 제목의 해당 광고에는 “염려 속에서도 한국지엠의 정상화 과정을 믿고 기다려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며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 긴 여정의 첫걸음으로 저희가 지켜나갈 견고한 약속을 드립니다”라고 명시했다.

이어 “한국지엠은 국내 사업 기반을 굳건히 유지할 장기적인 계획을 실천해 나가고, 사업을 지탱해 온 20여만 개의 소중한 직간접 일자리를 지켜나가며, 세계적 수준의 첨단 제품을 선보임과 동시에 고객을 모든 사업의 최우선에 두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지엠이 14일 주요 언론사에 집행한 입장광고.
한국지엠이 14일 주요 일간 신문에 집행한 입장광고.

이번 광고는 한국지엠과 정부 사이의 경영정상화 합의가 잘 됐으며, 세간에서 우려하는 ‘먹튀’는 없으니 지켜봐 달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강함수 에스토코스 대표는 “광고 목적은 기본적으로 한국 철수 논란을 우려한 거래처와 고객에게 신뢰를 주기 위함”으로 해석하면서도 “더 큰 목적은 8000억원 이상 지원금을 주는 정부와 ‘한국 철수’를 우려하는 언론을 달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미지 쇄신을 위한 입장광고는 이날 열릴 예정이던 경영정상화 기자간담회가 노조 반발로 무산되면서 의미가 퇴색했다.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조가 기자회견 장소인 한국지엠 부평공장에 몰려와 비정규직 고용 보장 촉구 시위를 벌인 것이다. 황호인 한국지엠 비정규직지회장은 “정부가 한국지엠의 경영 정상화를 지원하기로 합의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해결 방안은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지엠이 정부와 합의 끝에 경영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먼 가운데, 비싼 광고비를 지불하면서 지면 입장광고를 꼭 냈어야 하느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산업은행이 지원하는 8000억원의 자금은 사실상 세금인 만큼 사과광고도 아닌 입장광고에 수억원의 비용 지출은 아쉽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지엠이 무너진 판매 채널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면 광고비는 결코 큰 금액이 아니”라면서도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에서 경제 논리 대신 정치 논리로 사태를 해결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엠본사 차원에서 한국지엠을 제대로 살릴 수 없는 상황이라면 해외매각이나 다른 옵션을 찾아봐야 하는데, 자꾸 정치적으로 접근하다 보니 8000억 지원하고 10년간 운영 유지라는 말도 안 되는 해결책이 나왔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비정규직 문제의 경우 한국지엠 측에서 협상할 법적 이유가 없기 때문에 노조의 반발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며, 광고 집행 역시 정부에서 정치적 해법을 제시했으니 지엠 측에서도 정치적인 해법을 들고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지엠이 노조 반발을 예상해 미리 광고를 집행했다는 의견도 있다. 지면광고는 보통 기자간담회 다음 집행하는 게 일반적인데, 노조 반발을 의식해 ‘先(선)광고-後(후)간담회’로 순서를 바꿨다는 것이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는 “보통 기자간담회 이후 광고를 내보내야 기자들이 한줄이라도 더 써주는데, 간담회가 노조 반발로 무산될 수도 있으니 순서를 바꾼 것 같다”고 추측했다. 또한 “언론에게 ‘이제 그만하자’는 신호를 보내는 의미도 있다”고 봤다.

한편, 한국지엠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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