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위기관리를 실패로 이끄는 증상들(2)
VIP 위기관리를 실패로 이끄는 증상들(2)
  •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18.05.16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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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의 Crisis Talk] 하나님을 영입해도 관리하시지 못한다?
이른바 '물벼락 갑질'로 물의를 일으킨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지난 2일 폭행 및 업무방해 혐의 등에 관해 피의자 신분으로 강서구 강서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고 있다. 뉴시스
이른바 '물벼락 갑질'로 물의를 일으킨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지난 2일 폭행 및 업무방해 혐의 등에 관해 피의자 신분으로 강서구 강서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고 있다. 뉴시스
※ 이 칼럼은 3회에 걸쳐 게재됩니다.

[더피알=정용민] 다른 듯 같은 (혹은 유사한) 위기 사례들을 종합해서 복기하다 보면 왜 관리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지 그 이유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VIP 위기관리를 실패로 이끄는 증상들(1)에 이어...

법적으로 별 것 아닌 일을 크게 키운다.

훌륭한 법률자문단이 주변에 있는데도 VIP의 위기관리 의사결정은 문제를 키우는 방향으로 자꾸 진화한다. 사실 법적으로 재판을 거쳐 받을 수 있는 양형은 아무리 많아야 몇 개월 또는 집행유예 정도의 건도 크게 키워진다. 법률자문단에게 무죄나 혐의 없음 또는 내사종결을 이끌어내라는 압력을 지속하신다. 그러다 보니 일이 커진다. 양형도 같이 커진다.

왜 우리만 주목 받는거냐 억울해 한다.

여러 케이스를 둘러보라 한다. 저 VIP는 저런 짓(?)을 했고, 다른 VIP는 이런 범죄도 저질렀는데 왜 우리에게만 여론이 이리 좋지 않은가 묻는다. 그 VIP들을 향했던 당시 부정여론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알지 못하시는 거다. 자기 설움이 제일 크다는 말이 맞다. 여론이 좋지 않은 ‘이유’를 들여다보는 것이 위기관리의 시작인데 이런 불만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수사기관이 출두할 때가 돼서야 얼굴을 공개한다.

위기를 관리하지 않으면, 위기가 자신을 관리하게 된다. 문제가 불거졌을 때 빨리 위기관리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최악을 예측해 중간 목표를 세워 최악의 상황까지의 전이를 방지해야 한다. 기관이 나서지 않게 초반 여론을 관리해야 했다. 원점들에게 진심 사과하고, 그들의 불만을 완화시켰어야 했다. 언론 앞에 고개 숙이고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었어야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가 수사기관 출두 명령을 받고 나서야 수백명 기자들과 마주하니 문제다. 극적 효과를 노리는 것일까?

초기부터 커뮤니케이션만 있고, 중요한 행동은 없다.

원점에 대한 사과도 문자나 이메일로 한다. 페북에서 사과하고 트윗을 날린다. 누군가 그렇게 하시면 안 된다 조언하는 사람이 없어서다. 아니면 그런 조언에도 귀 기울이지 않는 거다. 연세가 있는 VIP의 경우에는 사과문을 발표하고 기자들을 모아 직접 고개를 숙이는데, 젊은 VIP는 보다 쉬운 사과 방식을 찾는 것 같다. 행동은 없고 커뮤니케이션만으로 해결되는 위기는 사실 위기가 아니다.

홍보팀이 대응을 잘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서러운 부서가 홍보팀이다. 잘해야 본전이라는 말을 평소에도 듣는데, VIP 위기가 발생하면 무얼 하던 본전조차 못 찾는다. 지금까지 쓴 접대비와 광고비로 공격당하기도 한다. 돈을 더 얼마나 써야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느냐 따져 묻는다. 보다 능력 있는 홍보임원 영입을 고민하기도 한다. ‘기사를 막아라 빼라 하는 말이 드라마에서만 들리는 말인 줄 알았는데…’라며 놀라는 홍보실 신입들이 있다.

외부에서 강호의 고수를 찾는다.

강호의 고수라는 말도 참 놀랍다. VIP 위기관리는 VIP가 하는 것이다. 주변의 법무나 대관 그리고 홍보는 VIP가 직접 하는 위기관리를 돕고 지원할 뿐이다. VIP가 위기를 관리하려 직접 나서지 않는 한 하나님을 영입해도 위기는 깔끔하게 관리되지 않는다. 그깟 강호의 고수 정도가 칼을 빼 해결할 수준이었으면 VIP 위기란 말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유사한 옛 이야기들이 재탕된다.

평소에도 언론에서 가끔 회자되면 경기를 일으키시는 과거 ‘흑역사’들이 VIP 위기가 발생하면 다시 엄청난 수준으로 여기저기 회자된다. 홍보팀은 바늘방석이 되는데 그걸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이런 이야기들이 재탕되지 않게 하려면 VIP께서 사전에 조심을 하셨어야 하는데” 같은 이야기를 할 순 없다. 입이 있어도 말 할 수 없는 위기인데도 VIP는 홍보팀 역량이 부족하다는 시선을 보낸다.

수사기관이나 감독 규제기관을 더 힘들게 한다.

초기 여론 대응을 당사자 VIP가 유효하게 진행하지 않으니 그렇다. 사회적 공분까지 다다르면 수사나 규제기관도 어쩔 수 없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처음부터 해당 기업에게 “빨리 여론을 관리해 우리가 나서지 않게 하라” 사인을 보내는데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도 좀 편히 직장생활 해 보자 하는데, 힘들게 되는 거다. 결국 그들이 여론에 부응해 하이프로파일(세간의 이목을 끄는)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 한다. 칼춤을 추게 만든다. 압수수색을 하게 만든다. 공개소환을 하게 만든다. 영장을 치게 만든다.

로펌을 의지한다. 초기부터 법적 해결책에 집중한다.

VIP가 로펌에 절대 의지한다. 처음부터 법적 대응에 포커스를 맞춰 대응을 시도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면 로펌 조언에도 별반 의지하지 않는 듯하다. 대응 회의나 시간의 길이를 봐도 여론에 대한 대응 숙고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로펌과 하신다. “법은 여론의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법조인 조언을 믿는다. 그런데 그 말을 잘 들어보셔야 한다. “법은 여론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었다. “않아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들도 확신이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연이은 내부 고발을 진정시키지 못한다.

하나님을 영입해도 관리하시지 못할 것이라는 자조가 이래서 나온다. 내부고발이 이어지는 상황이라면 그 어떤 기업도 대응안을 만들 수 없다. 일부 기술적·기교적 대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임계치를 넘은 사내 공분이라면 더더욱 관리 할 수 없다. 이 정도 수준이 되면 “오는 비를 맞고 가자”는 전략이 슬슬 공유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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