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위기관리를 실패로 이끄는 증상들(3)
VIP 위기관리를 실패로 이끄는 증상들(3)
  •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18.05.18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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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의 Crisis Talk] VIP 위기 발생시 자신 관련 코멘트는 민감…홍보팀은 할 말 없어
대한항공 직원들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광장에서 2차 촛불집회를 열고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의 퇴진, 갑질 중단 등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대한항공 직원들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광장에서 2차 촛불집회를 열고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의 퇴진, 갑질 중단 등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 이 칼럼은 3회에 걸쳐 게재됩니다.

[더피알=정용민] 다른 듯 같은 (혹은 유사한) 위기 사례들을 종합해서 복기하다 보면 왜 관리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지 그 이유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VIP 위기관리를 실패로 이끄는 증상들(1)
▷VIP 위기관리를 실패로 이끄는 증상들(2)에 이어...

압수수색을 연달아 받는다.

여론에 영향을 받는 기관들의 작품이다. 그들도 불쌍하다. 각종 시민단체나 언론에서 압력을 가하기 때문이다. 국회와 정치권에서는 너희는 뭘 하고 있느냐 자꾸 질문한다. 기관장은 어떻게 해서든 우리가 열심히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일선을 질책한다. 한번 할 압수수색을 여러 번 연출한다. 일부에서는 빈 박스 압수 연출 의혹까지 만든다. 그만큼 절실한 거다.

녹취와 영상들이 여기저기서 공개된다.

그렇게 외부 불만세력(?)이 많았는지 VIP가 이제야 알게 된다. 그러나 그들이 온통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 받아들인다. 제보자들도 문제고, 그걸 무책임하게 보도하는 언론도 문제가 많다 비판하신다. 주변 자문단은 함께 언론의 의식을 비판하며 한탄해 드린다. VIP께 공감해 드리는 것이 그들 업무라 생각한다. 여론이 표출되는 트렌드가 바뀐 것이라는 생각까지는 일부 하더라도 말은 하지 않는다.

논란이 추가 논란으로 전이되며 알을 깐다.

바퀴벌레도 이렇게 번식력이 좋지는 않을 것이라며 놀란다. 전 국민이 이렇게까지 관심 가질 일이냐면서 의아해 한다. 주변 자문단에서는 음모론을 거론한다. ‘이상하다 이상하다’ 생각하는 VIP가 좋아할 시각이다. ‘요처 누구누구에게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이렇게 시작되는 음모론이 여론을 보는 시각을 결정해 버린다. 홍보팀은 이때부터 위기관리 실패를 더욱 확실하게 예상한다.

홍보팀은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가능한 말을 줄이는 것이 전략이 되어 버린다. 하이프로파일 할 것이 없다. 우리가 말을 하지 않거나 적게 해서 기사 분량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어 한다. 한두 줄이라도 줄었으면 하고 기도하는 거다. VIP 위기가 발생했을 때 홍보팀이 언론에게 하는 모든 말은 VIP가 그대로 확인 가능한 것이라서 민감하다. 평소 기사에 나온 홍보팀 말은 잘 확인하지 않아도, 자신 관련 코멘트는 상당히 민감해 하신다. 홍보팀이 할 수 있는 말이 없는 이유다.

노조의 최초 솔루션에 귀 기울지 않는다.

미운 놈은 어떤 말을 해도 밉다. 노조가 위기관리를 제대로 하라 VIP를 향해 외치는 말이 고깝게만 들린다. 가만히 이성적으로 그들의 주장을 보면 일견 일리 있는 솔루션이기도한데, 외면하는 거다. 저들도 다 다른 속셈이 있어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이라 생각하신다. VIP 자신을 돕기 위해 그런 요구를 한다고는 보지 않는다.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 시점이 오면 침묵을 선택한다.

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체념한다. 며칠 전 무언가를 했으면 지금과는 달랐을 것이라는 생각도 한다. 이왕 이렇게 된 것, 이제는 정신 차리고 전략을 세우자 한다. 장시간 토론을 통해 내리는 공통적 결정은 ‘침묵’이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현재 상황은 관리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VIP와 위기관리팀이 공유한다. 하지만, 가만히 돌아보자. 지금까지도 기술적 침묵을 해 온 거 아닌가?

그 이후부터는 내부에서 서로 힘을 주는 말만 한다.

VIP가 진짜 VIP라는 이유는 주변에 그를 위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은퇴한 정치인이나 기관 출신 인사, 교수와 은퇴 언론인이 많이 조언한다. 그들 대부분은 이쯤 되면 정신승리를 주장한다. “VIP께서 강건하셔야 합니다” “VIP께서 마음을 단단히 가지셔야 합니다” 같은 조언은 기본이다. 가끔 영화에 나오는 대사를 인용하는 분도 나온다.

쭉 기억을 정리하다 보니,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이유가 다양해 보여도 그 속에는 또 나름 공통점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 회사도 저 회사도 비슷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는 말도 맞겠다.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고 말한 톨스토이가 보면 ‘(위기도, 관리도) 서로 닮았네’라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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