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되다’를 벗어나는 법
‘아마존 되다’를 벗어나는 법
  • 이승윤 (seungyun@konkuk.ac.kr)
  • 승인 2018.05.2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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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의 디지로그] 단순히 오프라인이 주는 경험만 내세우면 안돼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과 그 속에 숨어 있는 아날로그 코드를 마케팅 관점에서 풀어보는 새 칼럼입니다. 디지털마케팅연구소 디렉터로 있으면서 디지털·빅데이터 전문가들과 주기적으로 연구·교류하는 이승윤 교수의 시각을 통해 새로운 마케팅 인사이트를 얻길 바랍니다.

유통공룡 아마존은 책에서 출발해 전자제품, 자동차 부품, 슈퍼마켓 등 여러 사업을 넘나들며 수많은 기업을 도산시켜나가고 있다.
유통공룡 아마존은 책에서 출발해 전자제품, 자동차 부품, 슈퍼마켓 등 여러 사업을 넘나들며 수많은 기업을 도산시켜나가고 있다.

[더피알=이승윤] 모든 기업이 가장 원하는 것 중 하나는 그들의 브랜드가 동사화(Verb)되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다. 미국 사람들은 더 이상 ‘검색하세요(Search for something)’라고 하지 않는다. 대신 ‘구글 잇(Google it)’이란 표현을 쓴다. 모든 기업이 그들의 브랜드가 동사로 사용되길 원하지만, 오직 한 기업은 그런 일이 달갑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바로 아마존(Amazon) 이야기다.

유통공룡 아마존은 책, 전자제품, 자동차 부품, 슈퍼마켓 등 여러 사업을 넘나들며 수많은 기업들을 도산시켜나가고 있다. 특히 아마존의 빠르고 효과적인 배송 시스템, 최저가 시스템에 전통적인 오프라인 매장들이 문을 닫고 있다. 작년 9월 전 세계 최초 장난감 전문점으로 시작해 한때 2000여개에 이르는 매장을 보유하며 승승장구 했던 토이저러스(Toys R Us)가 파산하면서, ‘아마존되다(To be Amazoned)’의 가장 대표 사례로 남게 됐다.

토이저러스의 파산 이후 수많은 전문가들은 전통적인 오프라인 기반 리테일 숍들이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기업에 맞서 어떻게 살아남을지 해답 찾기에 바쁘다.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독특한 고객 경험을 제공해주는 리테일 숍만이 아마존에 맞서 생존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문제는 ‘아마존 되다’를 벗어나기 위해 단순히 오프라인이 주는 경험만을 강조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토이러저스 실패가 주는 교훈

토이저러스는 아마존처럼 저가로 장난감을 판매하며 그들을 위협하는 온라인 매장들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창고형 매장에서 체험형 공간으로 변신해 나가기 시작했다. 단순히 매장 내 장난감을 진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방문한 아이들이 놀이공원에 온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대형 장난감과 다양한 놀이기구들을 비치했다.

다양한 장난감과 놀이기구를 배치해 고객 경험을 제공한 토이저러스 오프라인 매장.
다양한 장난감과 놀이기구를 배치해 고객 경험을 제공한 토이저러스 오프라인 매장.

문제는 그런 다채로운 고객 경험이 매출과 연결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주말에 아이들을 데리고 매장에 방문한 부모들은 다양한 경험을 아이들과 즐긴 후, 아이들이 사달라고 조르는 장난감은 휴대폰으로 검색, 보다 싼 가격에 빠르게 집으로 배달해주는 아마존닷컴을 통해 구매했다. 체험형 매장 운영은 창고형보다 돈이 많이 든다. 방문한 사람들이 체험만 즐기고 구매하지 않게 되자 적자가 늘어났고, 이를 감당하지 못한 토이저러스는 끝내 2017년 파산을 선언했다.

토이저러스 사례는 많은 오프라인 매장들에게 숙제를 던져준다. 단순히 오프라인상에서 다양한 체험만 제공해주는 것으로는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다. 독특한 매장 경험이 매출로 연결될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2016년 1월 리테일 전문 컨설팅 업체 L2는 이제 온라인과 오프라인 하나만 잘하는 리테일 숍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하나만 잘 하는 리테일 숍의 종말(Death of Pureplay Retail)’라는 리포트를 발표했다. 이제 아마존 같은 대형 온라인 마켓에 대항하려면 독특한 체험을 제공하는 오프라인 매장은 물론 이를 뒷받침하는 온라인 플랫폼 역시 유지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어떤 매장들이 대형 온라인 마켓의 저가 공세에도 살아남아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보노보스 성공이 주는 교훈

남성용 맞춤옷 서비스인 보노보스(Bonobos)는 가장 성공적으로 아마존의 공격을 버텨낸 기업으로 자주 소개된다.

온라인상에서 남성 맞춤옷 서비스를 제공한 보노보스는 아마존의 공세를 이겨내기 위해, 2012년 ‘가이드 숍’이라고 불리는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이름이 뜻하는 것처럼 ‘나에게 어떤 옷이 잘 맞는지를 완벽하게 가이드 해주는 경험’을 주는 콘셉트다.

고객 맞춤형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는 보노보스 오프라인 매장.
고객 맞춤형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는 보노보스 오프라인 매장.

100%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는 이 매장은 고객들에게 직원과 맞춤형 일대일 상담을 한다. 오프라인 매장은 옷을 팔지 않고, 오직 찾아온 한 사람에게 완벽한 옷을 제공하기 위한 체험 장소로 운영했다. 매장 방문 고객은 이런 서비스를 통해 즐거운 경험을 하고, 그들의 체형에 딱 맞는 옷을 며칠 뒤 원하는 날짜에 받을 수 있다. 매장 방문이라는 한 번의 불편만 감수하면, 나에게 딱 맞는 스타일과 치수가 데이터로 저장돼 다음부터는 간편하게 보노보스 온라인 사이트에서 옷을 주문할 수 있는 것이다.

보노보스는 이러한 독특한 오프라인 매장 고객 경험을 통해 충성도 높은 팬덤형 고객들을 만들어냈다. 동시에 오프라인 매장에서 획득한 데이터를 고객들이 온라인에서 가치 있게 이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매장 경험이 추후 온라인 구매로 계속 이어지도록 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보노보스는 아마존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았으며, 2017년 6월 윌마트에 3억달러(약 3500억원)의 높은 가격에 인수돼 성공적인 이커머스 사례로 남게 됐다.

보노보스의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아마존 되다’를 벗어나려면 단순하게 한 가지만을 잘해서는 안 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고객들이 본인들의 매장 안에서 반드시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고, 고객 니즈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을 팬으로 만들어 다시 찾아오도록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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