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키우는 사회적기업입니다
사회적기업 키우는 사회적기업입니다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8.05.2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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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을 찾아서 ⑪] 오마이컴퍼니

[더피알=이윤주 기자] 어느 날 한 통의 메일이 왔다. 자신을 더피알의 ‘사회적기업을 찾아서’ 애독자라고 소개하면서 취재를 요청했다. 흔쾌히 오케이를 외치며 오마이독자를 만나기 위해 서울혁신파크로 향했다.

인터뷰요..
인터뷰요.. 오마이컴퍼니 가는 길~ 사진: 이윤주 기자

오마이컴퍼니는 크라우드펀딩 사회적기업이다. 다루는 프로젝트는 주로 사회적 쟁점이 되거나 누군가는 관심을 가져야 할 주제들이다. 세월호 4주기를 기억하는 팔찌 펀딩부터 검은 개를 입양하는 블랙독 캠페인, 청년 빈곤 해결을 위한 사회주택 채권 발행까지. 사이트에서 프로젝트를 접한 대중들은 지갑을 열어 이들에게 후원할지 안 할지를 결정하게 된다.

사무실은 분주했다. 큰 프로젝트 펀딩이 끝나고 배송을 준비하는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성진경 대표, (인터뷰를 요청한) 이가연 주임과 함께 조용한 아래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오늘만큼은 다른 이야기가 아닌, 든든한 후원 플랫폼이 되어 주는 오마이컴퍼니의 이야기에 주목하기 위해.

성진경 오마이컴퍼니 대표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이윤주 기자

증권사에 몸담았었다고 들었어요. 그랬던 분이 어떻게 오마이컴퍼니를 설립하게 되셨는지..?

전 종교학을 전공했고, IMF가 터진 직후 98년에 졸업했어요. 당시 취업은 불가능했죠. 사람을 뽑는 데가 없었으니까. 1년간 중‧고등학생을 가르치는 보습학원을 했어요. 그리고 망했죠. 그때가 스물여덟 살이었어요.

IMF가 끝나고 서서히 사람을 뽑기 시작하는 곳이 증권사였어요. 국내 경제에서 주식시장이 가장 먼저 떠올랐기 때문에 인원이 부족했던 거죠. 그 해에만 200명 뽑았으니까요. 전 아무것도 모른 채로 증권사에 들어가서 10년을 근무하게 됩니다.

당시 사회적기업으로 전향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생겼나 봐요.

제 업무는 주식시장을 전망하고 예측하고 전략을 세우는 일이었어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자본주의가 이렇게 망한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었죠. 곳곳에서 주식시장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나왔고요. 사실 주식시장은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가중하는 역할을 해요. 돈이 있는 사람은 더 벌게 하고, 없는 사람은 까먹게 하고요. 고민 끝에 저는 이 시장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했죠.

처음부터 사회적기업을 생각하고 있었나요, 회사를 차리고 인증을 받은 건가요.

처음부터 사회적기업이 목표였어요. 증권사를 그만두고 잠깐 유네스코 관련 서류를 번역했었는데, 주제가 ‘문화부문에 자금조달을 어떻게 하나’였어요. 사례와 여러 연구를 접하면서 평소 관심 있던 사회적기업과 크라우드펀딩을 연결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죠. 사회적기업은 사회적 가치와 재무적인 수익을 동시에 추구하잖아요. 이런 영역이 확대돼야 우리 사회가 좋아질 거라 봤어요.

당시에는 크라우드펀딩이 지금처럼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때였나요? (네. 그렇죠.) 지금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 꽤 많잖아요. 오마이컴퍼니만의 차별점은 뭔가요?

가령 텀블벅은 저희와 같은 사회적기업 1기 창업 팀이었어요. 이들은 문화예술 창작자들의 문제에 집중했고, 저희는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기업들에 주목했죠. 지나고 나니 텀블벅이 훨씬 많이 성장하긴 했는데….(웃음)

사회적 경제‧기업이 튼튼하게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이 투자자나 소비자로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정부 보조금만으로는 운영되기 힘들고요.

오마이컴퍼니 프로젝트들. 홈페이지 캡처

특별히 프로젝트를 뽑는 기준이나 발굴법이 있나요.

저희가 직접 연락하는 방법도 있지만 대부분은 먼저 신청해요. 검토해서 큰 무리가 없으면 진행해요. 아마 회사 색(?)이 그래서 그런지 저희의 가치관과 잘 맞는 곳이 주로 신청하더라고요.

초창기 베트남에 걸그룹을 만들자는 프로젝트 제의가 들어온 적도 있어요. “베트남하고 우리하곤 역사적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가 있지 않나. 이런 문제를 걸그룹에 녹여내자”라고 했죠. 근데 그때부터 연락이 없으시더라고요.(웃음)

사회적인 프로젝트에도 트렌드가 있나요?

요새는 굿즈에 의미를 담는 걸 많이 선호하는 것 같아요.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는 아니더라도 간접적으로나마 의견을 내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자 하는 거죠. 인스타에 공유하기도 좋은 아이템이고요. 최근 프로젝트도 굿즈 있는 리워드를 중심으로 많이 흐르는 것 같아요.

특히, 사회 이슈와 굿즈가 연결되는 프로젝트가 많아요. 최근 쟁점이 됐던 미투운동과 관련해서 저희도 ‘위드유(with you)’라고 적힌 스마트폰 충전 케이블을 제작했고요.

둘러보다 보니 ‘증권형 투자’라는 것도 있더라고요. 기존 후원과 어떻게 다른가요.

크라우드펀딩에는 후원형 또는 리워드형, 대출형, 증권형이 있어요. 저희는 후원형과 증권형을 다뤄요. 상품으로 받는 걸 후원형 또는 리워드형이라고 하고, 증권형은 말 그대로 기업이 자사의 주식이나 회사채를 발행하는 거예요. 투자자는 그 기업이 발행한 증권을 받고, 나중에 현금화하는 거죠.

저희가 했던 증권형 투자 프로젝트 중에 수제 햄버거 가게 바스버거가 있어요. 처음엔 두 지점밖에 없었는데, 직영점을 개설할 때마다 투자를 받았어요. 고객들을 초대해서 햄버거 시식도 하고. 음식을 먹어보고 가게의 분위기를 보면 성공 여부를 대략이라도 판단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직영점을 개설할 때마다 필요한 인테리어 비용을 크라우드펀딩으로 조달했고, 지금은 8호점까지 늘어났어요. 한 번 펀딩을 할 때마다 1~2억씩 모았죠.

또 좋은 점은 100% 고객이 참여하니까 고객 충성도가 높아진다는 점이에요. 회사가 잘 돼야 자기도 잘 되는 공동 운명체가 된 거니까요.(웃음)

대표님도 개인적으로 투자한 곳이 있어요?

저희는 투자 못해요. 금융투자업으로 분류돼 온라인 소액투자 중개업으로 등록돼 있어요. 금융감독원이 감독하고 제재하는데 직원들 투자는 이해상충의 문제에 걸린다고 해서 못하게 해요. 아무래도 정보를 더 빨리 얻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 사진: 이윤주 기자

지금껏 해온 일들 중에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저희가 사회적기업 1기였다고 했죠. 2기에 마리몬드가 있었어요. 그때 함께 인큐베이팅 받으면서 여기서 펀딩을 진행했죠.

첫 번째 펀딩에선 500만원을 모았고, 6개월 후 두 번째 펀딩에선 1000만원을 모았어요. 그리고 세 번째 펀딩에서는 위안부 역사관 건립 기념으로 맨투맨 티셔츠를 리워드로 진행했는데 한 달간 약 1억7000만원을 모았죠.

금액이 많이 모였다는 점도 고무적이지만 세 차례 펀딩을 진행하면서 자신들이 어떤 사업을 해야 하고, 어떤 점을 부각해야 하는지 깨닫는 마리몬드의 성장이 기억에 남아요. 지금은 저희보다도 매출도 많고 훨씬 큰 기업이 됐죠.(웃음)

질투하는 것 같으신데…(웃음)

그게 아니라…(웃음) 이 깨달음이 크라우드펀딩의 장점인 것 같아요. 지금은 굳이 펀딩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스스로 활동할 수 있는 사례가 됐잖아요.

초기 기업들은 자신들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펀딩을 통해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준 좋은 계기가 됐어요.

프로젝트에 실패하는 경우도 많나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미국의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퀵스타트 성공률이 30~36%정도래요. 실패할 확률이 더 높은 거죠. 저희는 40% 중반 정도 됩니다.

세월호 기억팔찌를 포장하고 있는 오마이컴퍼니 직원들. 사진: 이윤주 기자

일부러 펀딩 목표액을 적게 올리는 팁도 있다던데요.(웃음)

리워드형 펀딩은 ‘올 오어 낫띵(ALL or NOTHING)’이나 ‘킵 잇 올(KEEP IT ALL)’방식이 있어요. 전자는 목표금액에 도달해야지만 받을 수 있어요. 달성하지 못하면 한 푼도 못 받으니 목표액을 의식적으로 낮게 설정하죠. 후자는 모인 금액만큼만 받아가는 거예요. 목표금액을 높게 해서 80%로 끝내는 것보단 200~300%로 달성하는 게 보기엔 좋잖아요.

프로젝트 매니저가 업체와 미팅을 하면 대략적인 상황이 보여요. 업체 상황에 따라 컨설팅을 하면서 조정해 나갑니다.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2020년엔 펀딩 규모를 연 100억으로 세우려고요. 작년엔 20억이었으니 올해는 30~40억, 내년엔 50~60억, 그 다음엔 100억. 펀딩 시장 자체도 매년 50% 이상씩 커지고 있어서 가능할 것 같아요.

그리고 2020년은 딱 10년째 되는 해니까, 그때까지만 대표직을 맡고 물러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웃음)

또 다른 사업을 준비하시게요?(웃음)

네. 다른 거 해야죠. 안정적인 구도를 만들어 놓고, 또 다른 직원이 오마이컴퍼니 2기를 끌고 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요.

아참, 지금 저희가 평화와 공존 관련된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에요.(인터뷰 이후 오픈) ‘평화도보여행’이라고 DMZ를 걷는 도보여행 프로젝트죠. 많은 관심 가져주세요. 

성진경 오마이컴퍼니 대표. 사진: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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