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의 기억 그리고 올림픽 유산을 말하다
평창의 기억 그리고 올림픽 유산을 말하다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8.05.28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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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주호 콜라보K대표(전 동계올림픽 조직위 기획홍보부위원장), 김도균 경희대 체육대학원 교수·스포츠산업협회장

[더피알=박형재 기자] 두 명의 전문가를 한자리에서 만났다. 한쪽은 자의반 타의반 올림픽과 16년째 인연을 맺은 PR인, 다른 이는 스포츠 관련 직함만 27개인 대학교수다. 이들의 말을 옮겨 적은 기자는 “2018년은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이 겹치는 스포츠의 해인데요”라고 운을 띄운 정도. 평창올림픽 성공 뒷이야기와 향후 스포츠 마케팅 전망을 허심탄회하게 나눠봤다.

김주호 콜라보K 대표(왼쪽)와 김도균 경희대 체육대학원 교수.
김주호 콜라보K 대표(왼쪽)와 김도균 경희대 체육대학원 교수.

김 대표께서는 평창에서 더피알 기자들 만났을 때보다 얼굴이 많이 좋아지셨네요. ▷관련기사 바로가기 평창올림픽 조직위 홍보총괄에서 콜라보K 대표로 컴백하셨는데 적응은 잘 되시나요?

김주호 대표(이하 김 대표): 여름을 눈앞에 두고 보니 6개월간 겨울왕국에 다녀온 느낌입니다. 서울과 강원도는 워낙 환경도 다르고, 추운 계절에 한동안 눈 코 뜰 새 없이 강행군을 했거든요. 밀린 술 약속, 밥 약속 지키며 적응하고 있습니다.(웃음) 다행히 큰 프로젝트들이 끝나 한숨 돌렸어요.

올림픽이 잘 마무리돼 다행입니다. 사실 평창 조직위에 긴급 투입될 때만 해도 올림픽 붐업이 전혀 안 돼 걱정이 많았잖아요. 업계에서도 ‘잘해야 본전’이란 말이 있던 걸로 기억합니다. 행사가 끝나고 콜라보K 대표로 다시 온다, 안 온다 의견도 분분했어요.

김 대표: 작년 9월 평창 조직위에서 오라고 했을 때 처음엔 고사했어요. 여기서 벌려놓은 일들도 많고 부담이 됐습니다. 그런데 계속 불러주시고 그동안 올림픽 프로젝트를 많이 하다 보니 쌓인 정이 있어서… 올림픽 유치를 3수만에 했는데, 저는 2002년 올림픽 프레젠테이션부터 참가해 올해로 16년째 인연을 맺고 있거든요.

콜라보K 대표를 사퇴하고 평창 조직위로 갔는데, 어쩌다보니 다시 돌아오게 됐습니다. 앞서 평창에 갈 때부터 변호사 통해 법적 문제가 없는지 검토했는데, 다행히 재단법인으로 가는 건 괜찮다고 유권해석을 받았어요.

옆에 계신 김 교수님은 처음 뵙는데요, 미팅 전 사전조사를 해보니 굉장한 분이더군요.(웃음) 직함이 너무 많아 세다가 포기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일을 하는 분이세요? 더피알 독자를 위해 간단한 셀프소개 부탁드려요.

김도균 교수(이하 김 교수): 직함이 여러 개라 정신없이 바쁜 김도균입니다.(웃음) 제가 한번 세어보니 27개쯤 되더군요. 대표 직함은 경희대 체육대학원 교수고요, 스포츠콘텐츠융합연구소장, 스포츠산업협회 회장, 3:3농구연맹 회장 등을 맡고 있습니다. 김주호 대표와 안 지는 20년쯤 됐고, 이번에 올림픽 자원봉사자 권익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예전에 나이키에서 스포츠마케팅을 8년 정도 경험했으니 더피알과도 아예 인연이 없는 건 아니네요.

우선 짚고 넘어갈 게 평창올림픽 전반에 대한 평가입니다. 두 분께서 생각하기에 평창 대회 성적표는 몇 점이라고 보십니까?

김 대표: 전 당연히 100점?(웃음) 대회 홍보를 맡아서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외신들도 그렇게 보도하고 있고요. 여러 수치들이 말해주는데 우선 대회 흥행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평창올림픽의 경우 107만8000여장의 입장권을 ‘완판’해 1573억원의 수익을 냈고, 패럴림픽 역시 목표였던 22만장을 초과해 34만5000여장을 팔았어요. 정확한 숫자는 집계 중이지만 흑자 올림픽 달성은 무난해 보입니다.

대회 운영에서도 여러 인상적인 성과들을 남겼어요. 올림픽과 패럴림픽 모두 역대 최대 참가국, 선수단, 메달 수를 기록했고 총 28개의 신기록이 나왔습니다. 전 세계 50억명이 올림픽을 시청했으며, 디지털 분야 올림픽 콘텐츠 조회수는 약 13억건으로 소치올림픽의 3배 넘는 관심을 끌어냈죠.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가장 완벽한 올림픽”이라고 말한 게 사실로 증명된 셈입니다.

김 교수: 저도 성공적인 대회로 평가하고 싶어요. 평창올림픽은 한마디로 정리하면 반전올림픽입니다. 평화에 대한 반전, 성적에 대한 반전, 흥행에 대한 반전. 모든 것이 드라마틱했어요.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은 평창올림픽의 최대 흥행이슈 중 하나였다. 스위스전에서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선수들을 격려하는 모습. 뉴시스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은 평창올림픽의 최대 흥행이슈 중 하나였다. 스위스전에서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선수들을 격려하는 모습. 뉴시스

더피알에서도 대회 6개월을 앞두고 ‘평창올림픽, 이대로 어렵다’는 기사를 썼었죠.(웃음) ▷관련기사 바로보기 대회 흥행 최대 걸림돌과 이를 극복한 요인들은 무엇이었나요?

김 교수: 첫 번째 우려는 남북 상황이에요. 최근 남북관계가 극적으로 개선됐지만 작년만 해도 북핵 문제 때문에 분위기가 싸했잖아요. 미국 아이스하키 팀이 올림픽 불참을 선언해 찬물을 끼얹었고, 다른 나라들도 안전 문제로 참석 여부를 고민했어요. 게다가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기업 후원도 크게 위축되고 조직위 수장이 바뀌는 등 부침이 많았습니다.

올림픽을 바라보는 국민 시선도 싸늘했어요. 흥행을 이끌 간판선수가 이상화 정도라 관심이 뜸했고, 강원도에서 열리는 것도 부담이었죠. 3수 끝에 어렵게 대회를 유치했지만 이는 냉정히 말해 강원도민의 염원이지 대한민국 국민 전체의 바람은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막상 대회가 개최되고 선수들이 열정적으로 뛰는 모습을 보면서 스포츠 고유의 힘이 국민 마음을 움직인 것 같아요. 윤성빈 선수, 컬링 대표팀, 장애인 아이스하키까지 감동의 순간들을 보며 잊고 있던 2002년의 감동이 되살아난 거죠. 그런 점에서 대회 성공의 키워드는 국민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대표: 대회 성공의 밑바탕에는 뒤에서 묵묵히 올림픽 성공을 도운 조력자들이 있다고 봅니다. 정부, 강원도, 조직위는 물론 수많은 자원봉사자까지 올림픽에 대한 노력들이 모여 결실을 맺은 거죠. 가령 조직위에서 2004년부터 14년째 ‘드림프로그램’을 진행 중인데, 동계스포츠를 경험할 수 없는 외국 청소년들에게 한국에서 겨울스포츠를 체험하도록 지원하는 프로젝트에요. 이런 뜻 깊은 행사가 꾸준히 이어진 것이 동계스포츠의 국제적 저변 확대는 물론 대회 슬로건인 ‘새로운 지평’(New Horizons)이 발휘되는 데 큰 역할을 했어요.

북한의 태도 변화와 대회 참석도 큰 전환점이었습니다. 평창이 경제, 환경, ICT, 문화, 평화 올림픽을 표방했는데, 1월 이전에는 평화 이야기를 할 때면 항상 찜찜했거든요. 정부와 북한 사이에 외교적인 조율이 있었겠지만, 남북 단일팀이 결성되고 정상회담까지 이어지리라곤 아무도 예상 못했죠. 평화올림픽이 극적으로 이뤄져 기쁘게 생각합니다.

김 대표가 부침 많았던 평창올림픽이 무사히 치러지기까지 순간 순간의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 대표가 부침 많았던 평창올림픽이 무사히 치러지기까지 순간 순간의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올림픽에 대한 긍정적 언급이 많았는데, 반대로 아쉬운 측면도 있을 것 같아요.

김 교수: IOC가 개최지에 와서 평가하는 항목이 굉장히 많아요. 보안, 안전, 선수, 숙소, 수송, 기후 등등. 이 중 자원봉사자 항목도 있는데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어요. 올림픽 자원봉사자 권익위원장으로서 이들에 대한 배려가 너무 적었다는 게 아쉬워요.

올림픽 경기장이 강릉, 평창, 전주 세 군대에 몰려있는데 이 역시 개인적으론 안타까운 대목입니다. 올림픽 컨셉이 ‘컴펙트 배뉴’라서 30분 안에 이동 가능한 경기장으로 호평 받았지만 원주, 춘천까지 경기장을 만들어 강원도 전체가 올림픽 열매를 공유했다면 지역 균형 발전에 더 좋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말하다보니 계속 생각나는데, 앰부시 마케팅(ambush marketing)이 너무 적었던 것도 개인적으론 아쉽습니다. 조직위에서 이번에 너무 철저히 관리했어요. 사실 앰부시 마케팅은 외국 기업들도 은근히 다 하거든요. 원칙적으론 안 되지만 스포츠 마니아 입장에서 보면 가뜩이나 올림픽 흥행도 저조한데 앰부시까지 철저히 막으니 답답했어요.

김 대표: 앰부시 관련 처음 특종한 게 여기 더피알이에요. 특정 기업 앰부시 마케팅 기사 써서 화제가 됐죠.(웃음) ▷관련기사 바로가기 조직위 홍보담당으로 딜레마가 있는 게 한편으론 올림픽을 홍보해서 붐업시켜야 하고, 다른 측면에선 스폰서들의 권리를 보호해야 하잖아요. 사실 공기업들은 유권해석으로 어느 정도 열어줬어요. 우체국 차량에 평창 홍보 문구 다는 것 정도는. 대신 민간 기업은 경쟁업체가 있으니까 원칙대로 해야죠.

앞으로 관건은 올림픽 유산(legacy)을 살리는 것일 텐데요.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도시들은 거액을 들여 지은 올림픽 시설이 국가적인 골칫덩어리로 전락하지 않도록 온갖 방법을 찾아내고 있는데, 우리는 어떡해야 할까요.

김 교수: 2002년 올림픽을 유치한 미국 솔트레이크시티는 올림픽 전부터 도시 전체를 ‘스포츠 관광·레저 도시’로 만드는 계획을 세웠어요. 올림픽 경기장을 커다란 놀이동산으로 만든 거죠. 스키점프대 아래에 수영장을 건설해 여름철 관광객들이 스키점프대에서 다이빙할 수 있고, 봅슬레이 경기장에선 일반인이 접하기 어려운 봅슬레이를 직접 타보도록 했고요. 이런 아이디어는 우리도 충분히 도입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김 교수가 '포스트 평창'을 위해 제언하고 있다.
김 교수가 '포스트 평창'을 위해 제언하고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거예요. 좀 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올림픽 유산 활용법을 찾아야 합니다. 일부 기사를 보니 벌써 동계올림픽 개막식장 다 뜯어내고 하더라고요. 이런 행정적 조급증을 보면 굉장히 화가 납니다. 레거시를 발전시켜나가는 건 하루아침에 되지 않아요. 올림픽을 통해 여러 가지로 변주할 수 있는 핵심 콘텐츠들을 얻었잖아요. 정부에서 꾸준한 투자를 통해 각종 이벤트라든가, 사람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그런 소프트한 콘텐츠들을 만들어서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봐요.

김 대표: 저는 기본적으로 올림픽 시설을 스포츠용으로 활용하고 일부 시설은 문화콘텐츠를 정기적으로 접하는 곳으로 만들면 좋겠어요. 케이팝 공연 같은 걸 매주 주말마다 여는 식으로 평창에 가면 항상 재밌는 이벤트가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거죠. 결국 경기장이 애물단지가 되지 않으려면 사람들이 계속 찾는 시설이 돼야 해요. 사람들이 와서 인터렉티브(상호작용)하는 공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월드컵, 아시안게임에 대해서도 좀 말해보죠. 특히 월드컵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김 교수: 월드컵 흥행은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성적에 영향을 많이 받아요. 과거에 비해 국가대표 A매치에 대한 관심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어요. 스타플레이어가 손흥민 빼고 없고 세대교체 과정에서 경기력도 너무 밋밋해요. 축구를 뒷받침하는 K리그의 인기도 시들하고요. 게다가 러시아 자체가 스포츠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이미지가 크기 때문에 기업들도 좀 부정적입니다.

김 대표: 그래도 월드컵에 대한 기업들의 홍보비 지출이 예전보다 줄어들 것 같진 않습니다. 월드컵은 기본적으로 아디다스 나이키가 대표팀 스폰서로 붙고, 2014년 브라질월드컵 당시 삼성도 호날두, 메시 내세워 갤럭시 광고를 세게 했거든요. 전체적으로 예전에 비해 스포츠마케팅 비용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10여년전 국내 프로야구 타이틀스폰서 비용이 20억원인데, 지금은 70억원으로 늘어났어요. 월드컵이나 아시안게임 모두 기업 홍보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 21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서울광장 출정식' 현장. 러시아월드컵 개막을 보름여 앞두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 그 열기는
지난 21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서울광장 출정식' 현장. 러시아월드컵 개막을 보름여 앞두고 있지만 국내 관심도가 그리 크지 않다. 뉴시스 

지금까지 여러 조언들을 해주셨는데 스포츠마케팅 관련 추가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김 대표: 저희가 처음 올림픽 유치에 실패한 게 2003년 체코 프라하 IOC였는데, 당시 USA투데이에 벤쿠버 개최지 선정 소식과 함께 실린 내용이 ‘평창 온더 맵’(Pyeongchang on the map)이었어요. 세계에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강원도 평창이 세상에 겨우 이름을 알린 거죠. 그런데 막상 대회까지 끝나고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이처럼 스포츠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해요. 올림픽을 통해 얻은 유‧무형자산을 더욱 유지 발전시키고, 경기장 활용방안 역시 인내심을 갖고 차근차근 마련하면 좋겠습니다.

김 교수: 스포츠에 대한 참여는 앞으로 꾸준히 늘어날 전망입니다. 사람들이 잉여시간에 할 수 있는 일들은 MOST 범주 안에 다 들어있어요. 영화, 아웃도어, 스포츠, 트레블. 앞으로 주 52시간 근무도 법적으로 정해져서 스포츠를 향한 관심은 확대될 겁니다. 스포츠의 개념도 엘리트만 하는 것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참여형으로 점차 바뀌고 있어요. 기업들이 이런 흐름을 잘 들여다보고 마케팅과 유기적으로 결합해 접근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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