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해외연수 지원 폐지’ 삼성언론재단…“관행 해체하는 신호탄”
‘기자 해외연수 지원 폐지’ 삼성언론재단…“관행 해체하는 신호탄”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8.05.29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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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 유권해석 변화에도 자체적으로 판단, “오해 불러일으키고 싶지 않아…강연 및 교육에 집중”
삼성언론재단이 삼성언론상과 해외연수 등을 폐지하기로 했다. 뉴시스.
삼성언론재단이 삼성언론상과 해외연수 등을 폐지하기로 했다. 뉴시스.

[더피알=문용필 기자] 삼성언론재단이 언론인 지원 핵심 사업들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016년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이후 중단됐던 기자 해외연수 지원 등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가 최근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렸음에도 나온 조치다.

삼성언론재단은 홈페이지를 통해 “28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삼성언론상과 해외연수, 저술지원, 기획취재 지원 등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이와 관련, 재단 관계자는 <더피알>과의 통화에서 “일부이기는 하지만 언론인 지원과 관련해 삼성이 언론을 장악한다는 오해들이 있었다”며 “이런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사업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민병기 상임이사도 “그간 해온 사업들을 리뷰해 봤는데 굳이 오해를 살 만한 걸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판단했다”며 “(언론인을 선별해 지원하는 사업을 정리하는 대신) 강연과 교육을 강화하자고 이사진과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삼성언론재단은 앞으로 언론인‧언론 전공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과 분기당 1회씩 진행하고 있는 저널리즘 컨퍼런스에 집중할 계획이다. 민 이사는 “새로운 큰 사업을 찾기 보다는 사업이 축소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조직 축소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결정은 김영란법 시행 이후 1년 넘게 막혀있던 기업 공익재단의 언론인 지원 사업이 권익위의 유권해석으로 가능해진 이후에 나온 터라 더욱 관심이 모아진다.

앞서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 수석은 지난해 말 청와대 출입기자단과의 송년회에서 박은정 권익위원장으로부터 기업의 언론재단이 주관하는 해외연수가 청탁금지법에 저촉되지 않았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관련기사: 김영란법 개정 추진에 ‘언론인 해외연수’도 풀린다

실제로 LG상남언론재단은 지난 1월 공고를 통해 언론인 해외연수 지원사업 재개를 알렸다. ▷관련기사: 언론인 해외연수, 1년여 만에 재개 반면, 삼성언론재단 측은 구체적인 올해 사업계획을 최근까지도 수립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원사업 재개에 대해 고민이 깊었던 것으로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언론재단은 앞으로 교육사업과 컨퍼런스 등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지난해 6월 열린 한국 저널리즘 컨퍼런스. 삼성언론재단
삼성언론재단은 앞으로 교육과 컨퍼런스 등에 집중할 계획이다. 사진은 지난해 6월 열린 한국 저널리즘 컨퍼런스 현장. 출처: 공식 홈페이지

이와 관련,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는 “국민들의 민도가 높아지면서 사회적 약자나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도 가능한데, 왜 기자들에게만 이런 지원사업을 하느냐는 지적이 있었다”며 “(재단)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중견 언론인은 “기업 친화적인 언론‧기자 양산이라는 해묵은 부작용 해소를 넘어 언론의 대기업 비즈니스라는 기존 관행을 근본적으로 해체하는 신호탄”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삼성언론재단의 이번 결정은 심중하다. 다른 유사 재단의 사업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언론에 대한 기업 인식과 언론의 영향력을 재해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송 교수는 “기자들 입장에서 보면 경쟁력 제고와 리프레시(refresh)의 기회를 상실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면서도 “언론사 자체에서 재원을 마련해 기자 역량 프로그램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었는데 이를 외부에만 의존했다. 앞으로는 (기자들이) 스스로를 정돈할 수 있는 인적 자산관리를 언론사 내부에서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아울러 “메어저 언론사는 (이같은 프로그램이) 가능하지만 마이너 언론사는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그럴수록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며 “언론진흥재단 같은 곳에서 제대로 된 심사를 통해 공익자금으로 기자연수 사업을 진행하고 대체인력 지원 등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LG상남언론재단 관계자는 “올해 결정된 주요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미 결정된 사업계획에 대해서는 변동이 없다”며 삼성언론재단의 결정으로 인해 별다른 영향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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