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뉴’ 아닌 ‘리뉴’가 통한다
때론 ‘뉴’ 아닌 ‘리뉴’가 통한다
  • 정동민 (thepr@the-pr.co.kr)
  • 승인 2018.05.3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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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디스의 팀플노트] 기존 관심을 구매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

[더피알=정동민] 스타크래프트. 게임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들어본 적 있을 레전드 온라인 게임이다. 1998년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한 실시간 전략 게임(RTS)으로 ‘E스포츠의 시조’라고도 불리며 2000년대 초반 최고 인기 게임이었다.

특히 2003년에 프로 리그가 생기면서 인기가 더욱 치솟았지만, 2010년 일부 선수들의 승부 조작 사건으로 그 화려한 전성기가 막을 내리게 됐다. 그렇게 잊혀가던 스타크래프트가 작년부터 다시금 부활하고 있다.

스타2 실패 뒤 돌아온 마스터

스타크래프트의 인기가 떨어지던 2010년 7월 블리자드는 영광을 재현하고자 12년 만에 후속작인 스타크래프트2를 출시했다. 새로운 버전의 게임은 기존의 플레이 틀은 그대로 유지한 듯 보였지만, 그래픽·유닛·전략·대응 방식 등 세부적인 내용이 상당히 많이 바뀌었다.

때문에 스타크래프트 오리지널을 오랫동안 플레이해온 사용자들은 ‘후속작이 아니라 아예 다른 게임을 하는 듯하다’고 실망감을 드러냈으며, 결과적으로 흥행에 실패했다.

이후 약 7년의 시간을 절치부심한 블리자드는 작년 7월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라는 스타크래프트1의 리메이크 버전을 출시했다.

스타크래프트 오리지널 화면(왼쪽)과 리마스터
스타크래프트 오리지널(왼쪽)과 리마스터 구동 화면. 중간 화살표를 좌우로 이동하는 식으로 세밀한 차이를 눈으로 직접 비교할 수 있게 했다. 출처: 공식 홈페이지 

유저들의 관심은 생각보다 뜨거웠다. 이는 게임 대회의 상금으로도 입증됐다. 리마스터 버전 출시 후, 아프리카 TV에서 주최하는 스타크래프트 리그(일명 ASL) 시즌4의 상금(총 1억80만원)이 직전 대회(총 3620만원)보다 약 3배 상승했다.

유저들의 리턴 행보도 잇따랐다. 게임 전문 리서치 사이트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2018년 5월 2주차 게임 사용량 순위에서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버전이 전체 장르 중 6위, 장르(RTS부문) 내 2위를 차지하는 등 성공적으로 안착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오리지널 버전과 리마스터 버전을 비교해보면 그래픽이 선명해진 것 외에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결국 리마스터 버전(리뉴얼 제품)이 스타크래프트2라는 신제품을 제치고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초기 버전 유저들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했기 때문이다.

최고의 전성기를 보냈을 때의 그 유저들을 다시 끌어 모으는 방법은 전혀 다르고 화려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때의 그 감성과 재미 요소를 다시 한 번 더 구현하는 것이었다.

스타크래프트 오리지널(왼쪽)과 리마스터 케리건.
스타크래프트 오리지널(왼쪽)과 리마스터 케리건.

첫 매력 잃지 말아야

이는 게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애플은 2014년 이전 제품의 화면 크기 4인치에서 0.7인치를 키운 아이폰6를 출시했다. 물론 예상대로 성공을 거두었지만, 아이폰의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는 한 손에 쏙 들어온 크기를 좋아하는 고객들의 이탈이 우려됐다.

이에 애플은 새로운 전략이 필요했고 2016년 3월, 아이폰 SE를 출시했다. 아이폰 SE는 아이폰5의 화면 크기인 4인치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소프트웨어의 일부는 아이폰 6S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한 리메이크 버전이었다. 애플 부사장인 그렉 조스위악(Greg Joswiak)은 “많은 소비자들이 여전히 작은 크기의 스마트폰을 원한다”고 말하며 아이폰 SE 출시 이유를 밝혔다.

애플은 고객들의 ‘기존 아이폰의 핵심 구매 요인’을 정확하게 간파했다. 여기에 보급형 저가전략을 더해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그해 2분기 실적발표에서 ‘아이폰 SE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넘었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앞선 두 사례는 새로운 것보다 기존의 것에 더해진 보완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우리는 종종 트렌드와 최신 기술을 쫓아 신제품 연구개발에 몰두하다가 고객들이 정말 원하는 것을 놓치는 상황을 마주한다.

이미 시장에 상품을 출시한 적이 있다면 소비자들이 느끼는 불편한 사항을 종합해 신제품 개발에 적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고객들이 제품을 구입하는 핵심적인 요인’을 벗어나는 순간 외면당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뉴(New)’가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눈길을 주지 않는다. 기존에 알고 있던 제품으로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그 관심을 구매까지 이어지게 하는 것이 리뉴(Renew)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마치 귓가에 익숙한 명곡들이 리메이크 버전을 통해 다시 한 번 고객들의 마음을 흔드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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