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의 ‘거친 생각’ 안 바뀌면…진짜 엑소더스 일어날 수도
페이스북의 ‘거친 생각’ 안 바뀌면…진짜 엑소더스 일어날 수도
  • 임준수 (micropr@gmail.com)
  • 승인 2018.05.3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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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준수의 캠페인 디코딩] 잦아든 데이터 스캔들, 이미지·평판 회복 위한 근본적 개선책 뒤따라야
하버드대 재학 시절 페이스북을 만들어 세계적 ICT기업으로 성장시킨 마크 저커버그 CEO는 미국 대선 잠룡으로 꼽힌다. 사진은 지난해 하버드대 졸업식 연설 장면. AP/뉴시스
하버드대 재학 시절 페이스북을 만들어 세계적 ICT기업으로 성장시킨 마크 저커버그 CEO는 미국 대선 잠룡으로 꼽힌다. 사진은 지난해 하버드대 졸업식 연설 장면. AP/뉴시스
※ 이 칼럼은 3회에 걸쳐 게재됩니다.

▷페이스북 위기 종결? 단정하긴 이르다
▷미디어기업 된 페이스북 앞에 놓인 PR적 과제에 이어..

[더피알=임준수] 2017년 USA 투데이지는 2020년 미 대선에 나설 잠룡들을 꼽은 적이 있는데, 이때 마크 저커버그의 이름도 있었다. 저커버그는 2016년 힐러리 클린턴 캠프의 전략가를 비롯해 많은 정치 컨설턴트를 고용해 ‘리스닝 투어(listening tour)’라는 제목의 전국 순회를 한 적이 있다. 물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그는 정치적 목적으로 투어를 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호사가들은 여전히 정계 진출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하지만 이번 ‘데이터 스캔들’을 거치며 마크 저커버그는 이미지와 평판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크다. 또 고객 정보 유출과 악용을 사전에 인지하고서도 회사 주가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은폐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비판받는 페이스북의 2인자 셰릴 샌드버그 역시 평판에 상당히 금이 갔다.

'데이터 스캔들' 이후 페이스북은 미국과 영국 등 유력 일간지에 사과광고를 집행했다. AP/뉴시스(출처: BBC)
'데이터 스캔들' 이후 페이스북은 미국과 영국 등 유력 일간지에 사과광고를 집행했다. AP/뉴시스(출처: BBC)

의회 청문회에 나오기 전 마크 저커버그는 미국에서 잘 나가는 위기관리 전문가와 미디어 트레이너들로부터 많은 조언과 훈련을 받았을 것이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제이넵 투펙치 교수가 칼럼에서 미리보기처럼 알려줬듯, 그는 호통 치는 의원들에게 몸을 바짝 낮춰 몇 번 사과의 말을 던지고 의원들의 준비 안 된 무딘 질문에 공손하면서도 명확하게 답변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리처츠 더빈(Richard Durbin) 상원의원은 “어젯밤 어느 호텔에 묵었는지 여기 있는 사람들과 거리낌 없이 공유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저커버그를 코너로 몰아갔다. 

질문에 담긴 의도성을 파악하며 가장 좋은 대답을 찾기 위해 잔머리를 굴리는 과정에서 몇 초간 정적이 돌았고, 그 정적 가운데 미묘한 긴장감과 어색함이 흘렀다. 그리고 이내 그가 “아니오”라고 답하자 따라온 직원들은 일부러 웃음을 터뜨리며 긴장된 분위기를 풀려 노력했다.

더빈 상원의원의 질문에 저커버그가 긴장한 표정으로 답변하고 있다. CBSN 방송 화면 캡처
미 청문회 당시 더빈 상원의원의 질문에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긴장한 표정으로 답변하고 있다. CBSN 방송 화면 캡처

하지만 이 순간을 정확히 포착해 파고드는 더빈 상원의원의 추가 질문과 비판에 진땀을 뺀 저커버그는 타들어 가는 속을 진화하기 위해 잔을 들어 물을 삼켰다. 목구멍에 물이 넘어가는 소리는 유난히도 크게 들렸다. 그리고 이 장면만을 담은 동영상은 저커버그가 망설였던 그 몇 초의 순간에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타고 미국 전역과 세계로 퍼져나갔다.

송곳 같은 질문에 당황한 듯한 저커버그는 약간의 텀을 두고 물을 마셨다. CBSN 방송 화면 캡처
송곳 같은 질문에 당황한 듯한 저커버그는 약간의 텀을 두고 잔을 들어 물을 삼켰다. CBSN 방송 화면 캡처

마크 저커버그로서 다행인 점은 청문회 둘째 날 하원의 질문이 전날보다 더 공격적이었지만, 그날 뜬금없이 미 공화당 폴 라인언 하원의장이 금년 11월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폭탄선언을 하고, 트럼프는 시리아에 ‘아주 강하고 스마트한 미사일을 날리겠다’는 트윗을 올려 청문회 뉴스를 묻어버렸다는 점이다.

청문회에 출석한 저커버그에 쏠린 요란한 카메라 플래시와 이틀간 이어진 시끌벅적한 질의응답에도 불구하고 미 의회가 강력한 규제를 내놓을 가능성은 거의 없을 전망이다.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거대 인터넷 기업들은 이미 워싱턴 정가에 엄청난 로비망을 구축했고, 이 회사들이 2017년에 로비에 쓴 직접 경비만 해도 우리 돈으로 약 53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약 25% 정도가 이들 거대 인터넷 기업의 프로트그룹(자생적 이해그룹을 가장해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조직)을 만들고 유지하는 데 사용됐다.

태생적으로 개인정보 관련 문제를 안고 있는 페이스북은 구조적으로 바뀌지 않는한 언제고 다시 ‘페이스북 엑소더스’를 맞을 수 있다. 플리커
태생적으로 개인정보 관련 문제를 안고 있는 페이스북은 바뀌지 않는한 언제고 다시 ‘페이스북 엑소더스’를 맞을 수 있다. 플리커

폭락했던 페이스북 주가는 저커버그 청문회 이후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또 #deletefacebook(페이스북 삭제) 목소리와 함께 일어났던 ‘페이스북 엑소더스’(탈페북) 현상이 잠잠해지고, 오히려 신규가입이 늘어났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안심하기는 이르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페이스북은 구조적으로 원죄를 안고 태동했기에, 소비자 정보 유출 문제에서 여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거기다가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유포되는 가짜뉴스와 오정보는 극히 일부이고 선거의 당락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거친 생각’을 갖고 있기에 그걸 지켜보는 우린 여전히 불안한 눈빛을 갖고 전쟁 같은 사랑을 해야 하는지 모른다. ▷관련기사: 소통의 거대 ‘테마파크’, 페이스북 이용댓가는 무엇?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번에 터진 스캔들로 크게 홍역을 앓아서 아무리 ‘돈독’이 오른 페이스북이라 할지라도 예전처럼 정보 악용을 알고도 묵인하거나 은폐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그 정도의 믿음마저 깨진다면 아마 그때가 진짜 페이스북 엑소더스가 일어날 순간이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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