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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발 에이전시업계의 무한경쟁, 생존법은?
디지털발 에이전시업계의 무한경쟁, 생존법은?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8.06.0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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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두 가지 노선…할 일 한다 vs 살 길 찾는다

# 구글, 페이스북이 광고 제작에 관여한다.
# 맥킨지 등 컨설팅 회사가 디자인, 마케팅 같은 실행 영역까지 조율한다.
# 광고회사가 선글라스, 웨어러블 밴드를 직접 만든다.
# 편의점에서 군고구마, 의약품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이것은 전혀 달라 보이지만 근본적으로 같은 이야기다.

디지털이 모든 비즈니스의 기본이 되면서 에이전시업계 무한경쟁 시대가 열렸다. 업에 대한 근본적인 관점 변화가 요구된다.
디지털이 모든 비즈니스의 기본이 되면서 에이전시업계 무한경쟁 시대가 열렸다. 업에 대한 근본적인 관점 변화가 요구된다.

[더피알=박형재 기자] 디지털이 모든 비즈니스의 ‘기본’이 되면서 업의 경계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기존 에이전시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함께 보면 좋은 기사: 경영컨설팅업계의 불가피한 ‘마케팅 외도’

업계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엇갈린다.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니 하던 일 한다는 기업과 다른 방식의 창의력을 발휘해 살 길을 새롭게 찾는 분위기다.

우선 자기 자리에서 상황을 지켜보는 쪽이 있다. 디자인, PR, 광고의 업역 다툼은 어쩔 수 없는 것이기에 원래 잘하는 크리에이티브에 집중하는 것이다. 주로 인하우스 에이전시가 이런 태도를 보인다. 상대적으로 덩치가 크고 업력이 긴 만큼 급격한 변화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그러면서도 기회가 생기는 대로 실험적 도전에 나선다. 일례로 이노션은 ‘스마트 드라이빙 선글라스’를 제작, 올해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 참가했다. 다양한 운전환경에 따라 안전한 운전을 돕는 제품으로 졸음운전 방지, 위험운전 방지, 청각장애 및 난청 운전자를 위한 위험 소리 지원 등 3가지 기능을 갖췄다.

디지털 광고회사 R/GA가 나이키에 스마트밴드를 먼저 제안한 것도 유명한 일화다. 나이키가 광고 만들어 오랬더니 아예 제품을 만들어온 케이스다.

R/GA가 나이키에 먼저 제안해 만들어진 '나이키 퓨얼 밴드'.
R/GA가 나이키에 먼저 제안해 만들어진 '나이키 퓨얼 밴드'.

일상의 모든 움직임을 ‘퓨얼’이라는 가상의 수치로 변환해 제공하는 이 스마트밴드는 나이키에서 그 가능성을 인정해 협업 제품으로 시장에 출시됐다.

이밖에 어느 정도 규모 있는 광고회사들은 외부 스타트업과 협업을 시도하거나, 내부에 디지털 분석 팀을 따로 만들고, 데이터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달라진 환경에 맞춰 지금껏 없던 그림들을 그리고 있다.

디지털에 정착 못하면 더 힘들어질 것

업계에서는 플랫폼사와 컨설팅사의 광고영역 진출에 대해 불안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며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오히려 더 무서운 건 전통적인 수익구조가 무너지는 현상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광고회사의 주요 수익원인 미디어 대행 수수료(통상 전체 광고금액의 15%)와 영상 제작비인데, 이 두 가지가 모두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수수료의 큰 틀을 차지하는 TV·인쇄·라디오·옥외 등 전통매체 광고 비중이 점점 줄어드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디지털 환경에 적응, 정착하지 않으면 앞으론 더 힘들어질 것이 자명하다.

여기에 광고제작비 수익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매체비를 크게 들이지 않는 온드미디어, 소셜 콘텐츠가 주를 이루면서 세세하게 손대는 작업이 너무 많다. 에이전시 입장에선 한 마디로 ‘가성비’ 떨어지는 작업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C광고회사 관계자는 “코바코에서 일정 요율을 책정하는 TV CF와 달리 디지털상의 프로젝트 및 업무는 수수료가 딱히 정해져있지 않아 저가수주와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며 “스타트업과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수익금 분배 등에도 애를 먹는다”고 토로했다.

경영컨설팅업체로 유명한 딜로이트 디지털 회사소개 영상 화면. 자신들은 기업에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다고 어필하고 있다.
경영컨설팅업체로 유명한 딜로이트는 '딜로이트 디지털' 이름으로 실행 영역에도 진출했다. 자신들은 기업에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다고 어필하는 딜로이트 디지털 소개 영상 화면. 

일련의 변화는 소비자가 달라지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광고주들이 과거에는 크리에이티브 자체만 요구했다면, 이제는 전략이나 실행까지 한꺼번에 아우르는 통합을 원하면서 이를 제공하는 것으로 서비스가 진화한 것이다.

광고회사가 아닌 플랫폼사에 광고를 맡기는 이유도 단순하다. 이들이 유튜브 등 자신의 채널에 더 잘 노출해줄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광고회사의 우열은 크리에이티브로 결판난다는 그간의 상식이 깨어지면서, 근본적인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최장순 엘레멘트 대표는 “고객중심적 가치체계로 바뀌면서 서비스 방식이 재편되고 공급자들의 경계도 사라지고 있다”며 “고객은 원하는 서비스만 받을 수 있다면 공급자가 광고회사든, 컨설팅회사든 아무 상관없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역시 “미국은 PR이나 광고란 말을 안 쓰고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개념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컨설팅사 등의 기능 확장이 꼭 영역을 침범한 것처럼 볼 수 없다”며 “꿩 잡는 게 매라고 광고주 입장에선 어디든 효과만 좋으면 장땡”이라는 말로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도 없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에이전시 분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편의점에서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면서 약국 매출이 줄어들고, 카카오는 은행 서비스를 내놨으며, 자율주행차 앞에 IT와 자동차업계 경계가 무너졌다. 디지털 시대 주요 화두인 융복합(convergence) 흐름 중 하나다.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면 답은 하나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IT기업에서 뜬 키워드인 애자일(Agile)처럼 조직을 가볍게 정비하고, 시장 변화에 순발력 있게 대처하는 업무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관련기사: 변화에 댛나 시스템 처방, 애자일

실제로 구글의 콘텐츠 제작팀은 한국, 인도, 미국 등 핵심 지역마다 소수의 전문인력을 두고 이들이 협업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해나간다. 예컨대 한국에 일감이 몰리면 인도, 미국 등 다른 지역사무소에 분담하고 개별 작업물을 모아 완성본을 만들어 광고주에게 전달하는 식이다.

D광고회사 임원은 “구글에서 회사 임원 상대로 설명회를 갖고 이런 작업 방식을 알려줬는데 상당히 인상적이었다”면서 “글로벌 지사들을 활용해 순발력 있게 일처리를 하기 때문에 피드백도 굉장히 빠른 편”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광고회사의 미래를 두 가지 방향으로 예상했다. 컨설팅사처럼 전략부터 실행까지 종합적으로 제공하던가, 아니면 세분화해서 한 분야의 전문가로 포지셔닝하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선택과 집중이 요구된다.

“세상에 흐름을 꺾을 수 있는 기업은 없다.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회사는 결국 망하고 만다, 달라진 변화에 맞춰 새로운 해법을 찾는 수밖에 없다.” 변화할 수밖에 없는 어느 광고회사 종사자의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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