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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생산현장의 ‘주 52시간’…당장은 답 없어
콘텐츠 생산현장의 ‘주 52시간’…당장은 답 없어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8.06.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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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업계 “너무 빠른 결과물 요구는 ‘갑질’”…언론은 콘텐츠 방향 고민 필요
주 52시간 근로시대를 맞아 연장근무를 당연시 하는 업계의 관행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 52시간 근로시대를 맞아 연장근무를 당연시 하는 업계의 관행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피알=문용필 기자] 주 52시간 근로를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가운데, 연장근로를 당연시하는 문화가 만연한 커뮤니케이션 업계 및 언론 현장의 관행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이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시각이 나타난다. ▷관련기사: “노동 개념 불명확한데”…콘텐츠 생산자들의 ‘주 52시간’ 딜레마

이현우 동의대 미디어광고학부 교수는 야근이 만연한 광고업계 현실을 지적하며 “철야근무를 하고 급여도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보니 학생들 사이에서는 광고업에 대한 선망이 줄어드는 것 같다”며 “후진들이 광고계로 유인되려면 근로시간도 적절히 조절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 교수는 “IT 등 다른 산업에도 클라이언트가 존재하지 않나. 꼭 광고인만 특수한 직업이라고 할 수도 없다”며 “하나하나 예외를 두다보면 삶의 질 문제는 도외시 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관련기사: 내가 이러려고 에이전시 왔나

김찬석 청주대 미디어콘텐츠학부 교수도 “주당 52시간 근무가 가능한지 따지는 것보다 (달라지는) 제도에 어떻게 맞출 것인가 하는 부분이 고민돼야 한다”며 “법의 취지를 기존 업무현실에 맞게 정착시키기 위한 합의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폈다.

문제는 방법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단기간에 무릎을 탁 칠만한 묘수를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생산성 향상’을 주 52시간 정착의 선결과제로 제시하면서도 “생산성이란 단기간에 올라갈 수 없는 것이다. 생산성이 올라간다고 해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요구하는 산업일수록 (근무)시간은 아무 의미 없는 것”이라고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박정연 노무법인 마로 노무사도 “아주 솔직한 이야기지만 (명확한) 답은 없다. 정부는 (법 개정 취지의) 방향성에 맞춰, 유예기간을 통해 숙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노무사는 “확실히 시대가 바뀌는 변곡점에 있는 것만은 맞다. 일은 많이 하는데 업무효율성이나 노동생산성은 OECD 국가 중 꼴찌에 가깝지 않나. 굉장히 비정상적인 행태”라고 지적하며 “이를 바로잡기 위한 극단의 조치가 내려진 것 아닌가 싶다. 난감한 숙제처럼 느껴지지만 어떻게 보면 기회일수도 있다.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더피알> 취재에 응한 전문가들과 현장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대체로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방안이 제시됐다. 우선 광고나 PR 분야의 경우 클라이언트와 에이전시 사이의 업무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상당수였다.

이현우 교수는 “광고주가 (에이전시에) 일을 지시하는 패턴이 합리적이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며 “굉장히 촉박하고 무리한 일정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야근이 다반사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찬석 교수는 “일할 수 있는 ‘니드 타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업무를 진행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홍보인 C팀장도 “클라이언트가 너무 빠른 시간 안에 많은 것을 요구하는 시스템”이라며 “일을 던지면 할 거라는 ‘갑질 아닌 갑질’이라고 본다. 여유 있게 일할 시간을 주는 게 필요하다”고 항변했다.

광고인 A과장은 “우리 업종은 클라이언트가 해달라는 걸 많이 맞춰주고 클라이언트의 지시가 말이 안 돼도 밤을 새워서라도 말이 되게끔 하지 않나. 클라이언트는 그렇게 해도 될 거라 생각하고 이야기하고, 우리도 ‘하라니까 해야겠다’는 생각이 관행화된 것”이라며 “할 일은 충분히 하되 클라이언트의 기존 방식이 옳은 건 아니라고 조정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 52시간 근무 정착을 위해서는 추가 인력 투입이 필요한데 결국 피(fee) 상승 문제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도 있다.

김찬석 교수는 “PR 비즈니스의 경우 부가가치가 지금보다는 높아져야 한다는 흐름 속에서 함께 논의돼야 한다”며 “모든 조건이 그대로인 상태에서 인력만 늘어나게 되면 그만큼의 비용 부담이 증가하고 작은 규모의 회사들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PR업에 대한 사회적 부가가치가 향상되는 선순환구조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PR회사 스스로도 아웃소싱을 하거나 사회적 자산·인력을 콜라보레이션 하는 유기적 방식을 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언론의 경우 콘텐츠 방향성을 깊이 고민해야 할 시기다. 일부 대형 신문사의 경우 당장 7월부터 법 적용을 받기에 어떻게 보면 발등에 떨어진 불이나 다름 없다. 뉴스라는 상품을 다루는 조직의 근본적 체질개선을 꾀하지 않고는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김위근 한국언론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언론 산업의 경쟁 상황만 보면 우리나라보다 치열한 곳이 없다. 언론매체 수가 많을 뿐만 아니라 속보 경쟁이 치열하다”며 “속보성이 뉴스 상품의 대표적 속성이긴 하지만 현재와 같은 단순 사건 전달 형식의 보도경쟁, 보도자료를 기반으로 하는 속보경쟁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순한 속보생산을 위한 근무시간 할애는 언론인을 워라밸에서 더욱 멀어지게 한다”며 “대안은 심층뉴스, 분석 뉴스의 생산이다. 단순 속보경쟁에서 벗어나 언론인으로서의 자기실현이 가능해야한다”고 역설했다.

E기자는 “주 52시간 노동을 이야기하려면 노동형태와 업종에 따라 디테일한 규정들이 필요하다”며 “정부나 노사정위원회에서 이를 찾아 정리해야 한다”고 관(官)의 노력을 당부했다. 법 시행에 따른 후속조치를 마련해야 하는 만큼 설득력이 있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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