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내부 브랜딩, 왜 해야 할까
스타트업의 내부 브랜딩, 왜 해야 할까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8.06.0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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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와의 대화로 가치 공유…‘우리다움’ 새겨야

[더피알=이윤주 기자] 스타트업의 브랜딩이란 흔히 외부에 회사를 알리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내부 브랜딩(Internal Branding)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창업하는 ‘데이원(DAY1)’부터 일어나는 모든 스토리가 축적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도 전설로 남아있는 영상이 있다. 회사 내 강당에서 덥수룩한 머리와 수염 그리고 추레한 반바지를 입은 채 직원들에게 뭔가를 설명하는 스티브 잡스의 모습이다.

스티브 잡스 연설. 유튜브 캡처
스티브 잡스 연설. 유튜브 캡처

1997년 파산 위기에 처한 애플은 그들이 과거에 쫓아낸 잡스를 복귀시킨다. 그는 애플의 브랜드 가치 회복에 몰두하는데, 이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애플의 본질과 정체성을 강조한다.

솔직하고 직설적이며 진정성 있는 8분 남짓한 영상은 2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회자된다.

잡스가 이러했듯, 구성원들에게 브랜딩을 각인시키려는 스타트업의 노력은 지금도 유효하다. 일반 기업이라면 상상할 수도 없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때론 일하는지 노는건지 분간이 안가는 스타트업이지만, 이 모든 게 용납되는 건 그만큼 치열하기 때문이다. 자유분방한만큼 내부구성원과 합을 맞추고 정체성을 찾는 작업이 필요하다.

커지는 규모, 이것만은 챙겨라

스타트업은 성장 그래프 기울기가 변화무쌍하다. 급격하게 몸집이 불면서 어제 없던 뉴페이스가 등장한다. 이때 문득 창업자들은 한 가지 고민이 생긴다. “이렇게 많은 인원에게 어떻게 우리 회사를 설명하지” 몇 안 되는 초기 멤버들과는 직접 소통 했지만, 조직이 커지면서 브랜드 가치 공유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우승우 스타트업 브랜드컨설턴트는 “스타트업은 창업할 때 브랜딩을 고민하지 않고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초기 멤버들만이 공유하는 가치를 신규멤버도 알 수 있도록 브랜딩을 명확히하는 작업이 최우선 과제다. 그 다음이 외부에 보여주는 비주얼 작업”이라고 말했다.

이미나 렌딧 이사 역시 “직원이 10명일 때와 100명일 때는 사람들이 공감대를 형성하는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조직이 급격히 커지더라도 성장통을 겪지 않으려면 먼저 기업의 핵심 가치(Core Value)를 굳건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원들에게 기업 가치를 공유하는 건 신사업 개척만큼이나 중요하다. 회사에 대해 정확히 알고, 어떻게 일하며, 어떤 회사로 만들지 기본적인 가치관을 정립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다수의 스타트업이 시행하는 것이 ‘올핸즈미팅(All Hands Meeting)’이라 불리는 창업자와의 대화다.

재능마켓 크몽은 2주 마다 직원 모두가 대표와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토니에게 묻는다’ 시간을 갖는다. “신규 사업을 왜 이렇게 많이 벌이셨어요” 등의 질문을 하면 대표가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해법을 공유하는 식이다. 대표가 아니어도 각 팀 리더 들이나 팀원들에게 궁금한 내용을 물어볼 수 있다.

크몽 직원이 ‘티 타임’에 이름을 적어 넣고 있다. 크몽 제공

크몽 홍보담당은 “최근 직원이 크게 늘면서 ‘전원 티타임’을 못하게 됐다. 그 대신 ‘빨리 친해지기 바래’라고 다른 부서 사람끼리 4인 1조로 모여 점심 먹는 문화가 생겼다”며 “접점이 없는 부서와의 자연스러운 연결을 돕고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 했다.

렌딧 역시 격주로 하나의 주제를 두고 대표와 직원이 질의응답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 회사도 직원이 많아지면서 질문 기회가 공평하게 돌아가지 않는 문제가 생겼고, 현재는 팀장을 구심점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미나 이사는 “스타트업 대표 중에는 간혹 회사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혼자만 끙끙 앓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땐 누군가가 자꾸 물어보면서 생각을 끄집어내야 한다. 질의응답은 회사 비전을 같이 만들 어가는 중요한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회사에 대한 부정적 이슈가 있을 때도 정기적인 소통 모임은 큰 도움이 된다. 메일이나 공지를 통해 전달받는 것보다는 이슈 책임자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는 게 오해를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다움이 뭔데?

배달의민족은 ‘배민다움’이라는 고유명사가 생길 만큼 브랜딩 정체성을 잘 다져놓은 사례로 손꼽힌다. 이들은 <배민다움>이란 책을 통해 내부 브랜딩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회사가 정해놓은 미션, 비전, 가치관, 슬로건 등을 실제로 내재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인성 우아한형제들 이사는 “구성원 스스로 사랑하지 않는 브랜드를 사람들이 좋아하게 만들기는 어렵다”며 “구성원끼리 같은 생각을 공유하도록 회사 초반부터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는 ‘잡지 공모’다.

배달의민족의 잡지 카피 콘텐츠 '미스테리아' 편. 우아한형제들 제공 

매달 하나 씩 매거진을 선정, 그 특성에 맞는 카피를 뽑아내는 훈련이다. 프로젝트 초반엔 마케팅과 디자인팀 내부에서만 “이런 게 배민다운거야”라고 공유했지만, 이제는 전 직원 사내공모로 진행되고 있다. 모든 구성원이 배민다움에 대해 자발적으로 고민하고 공부하게끔 했다는 설명이다.

장 이사는 “마케터, 개발자, 영업 등 부서 상관없이 공통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일을 잘하는 최고의 방법”이라며 “공통된 목표란 거창한 게 아니라 사람들이 배민을 좋아하고, 많이 사용하며, 친구들에게 추천하면 좋겠다는 마음 등이다”라고 덧붙였다.

렌딧도 구성원 내부의 ‘렌딧다움’을 고민 중이다. 직원들을 일체화시키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에 나온 것이 CV(컬처·코어밸류)라고. 슬로건의 정교화, 효율화, 투명화에 대해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고 일할지를 14가지로 정리해 포스터로 만들었다.

이미나 이사는 “외부 접점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부 직원들이 우리 회사를 어떻게 느끼고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알아야 한다. 기본적인 철학 자체가 강해져야만 브랜딩도 함께 강화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톤앤매너를 맞추는 작업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회사 직원 중 외부에 노출되는 콘텐츠 제작자가 많은데 이들의 톤앤매너를 똑같이 가져가는 것이다. ‘프라이데이 리딩’ 행사를 통해 일관된 말투로 회사 이미지를 가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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