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타워 무단 등반, 롯데 입장에선 ‘호재’였다?
롯데타워 무단 등반, 롯데 입장에선 ‘호재’였다?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8.06.0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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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안전 이슈’ 가시성 낮아져…남북관계 연결 홍보효과도
알랭 로베르가 123층짜리 롯데월드타워를 무단으로 오르고 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6일 롯데 측과 협의없이 555m에 달하는 롯데월드타워 외벽을 75층까지 등반한 로베르를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했다. 사진: 서울소방재난본부/뉴시스
알랭 로베르가 123층짜리 롯데월드타워를 무단으로 오르고 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6일 롯데 측과 협의없이 555m에 달하는 롯데월드타워 외벽을 75층까지 등반한 로베르를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했다. 사진: 서울소방재난본부/뉴시스

[더피알=박형재 기자] 프랑스 유명 고층건물 등반가가 롯데월드타워 외벽을 맨몸으로 무단 등반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이 소식을 100여개 언론이 다루면서 롯데월드타워가 예상 밖 홍보효과를 얻었다. 하루 전날 불거진 엘리베이터 안전 문제에 대한 시선분산은 덤이다.

전 세계 초고층빌딩들을 맨몸으로 올라 ‘스파이더맨’으로 불리는 알랭 로베르(56)는 6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외벽을 무단으로 오르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사전 허가없이 등반에 나서 경찰과 소방 구조대가 출동한 끝에 75층 높이에서 내려왔다. 로베르는 “급진전하는 남북관계를 기념하고자 이번 등반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목숨을 담보로 한 위험천만한 행동이었지만 롯데월드타워 운영사인 롯데물산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기행을 다룬 기사가 100건 이상 나오고 알랭 로베르의 이름이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롯데월드타워 자체의 홍보효과가 컸기 때문.

롯데물산이 평소 홍보 소구점으로 ‘123층의 국내 최대 높이’를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초고층 빌딩만 골라 올라가는 알랭 로베르의 ‘선택’을 받은 것도 의미 있어 보인다. 앞서 롯데물산은 지난달 제2회 ‘롯데월드타워 국제 수직 마라톤 대회’를 열고, 지난해 5월 20일에는 롯데월드타워 개장 기념 행사로 김자인(29) 씨가 타워 외벽을 2시간29분 만에 오르기도 했다.

더욱 흥미로운 건 이번 사건으로 롯데월드타워 관련 부정적 이슈가 자연스레 ‘묻힌’ 것이다. 롯데물산은 지난 5일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전용 엘리베이터 일부에서 부품 손상이 확인돼 2∼3개월간 운행이 중단된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최고층 빌딩의 특성을 감안하면 엘레베이터 문제는 안전에 민감한 내용이다. 특히 이번에 손상된 부품이 엘리베이터에 설치된 10개의 로프(줄)를 구성하는 90개의 스트랜드(작은 줄)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 수십개 언론이 관련 보도를 내보냈다. 그러나 로베르의 ‘무단 등반’ 소식에 하루 사이 관심 밖으로 밀려나게 됐다.

공교롭게도 로베르가 등반 이유로 밝힌 “남북관계 기념”이라는 발언도 최근 롯데가 남북관계 개선에 대비해 그룹 내 ‘북방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북한·연해주·동북3성 아우르는 북방 지역 진출을 타진한 것과 맞물린다. ▷관련기사: 롯데, 커뮤니케이션실장 중심으로 ‘북방TF’ 꾸려

롯데물산 측은 표정관리를 하는 모양새다. 회사 관계자는 “타워 외벽 등반은 혹시 모를 안전사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이를 두고 홍보효과를 말하는 건 조심스럽다”면서도 “내부적으로 저희와 사전 협의가 안 돼 아쉽다는 반응이 있다. 미리 조율이 됐다면 안전상 협조는 물론 더 준비해서 홍보효과 극대화가 가능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엘리베이터 안전 문제가 이번 사건으로 묻힌 데 대해선 “당황스러운 부분도 있고 저희가 의도한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좋지 않으냐는 이야기들이 주변에서 듣긴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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