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업계 ‘대마불사’, 더 이상 안 통한다
커뮤니케이션업계 ‘대마불사’, 더 이상 안 통한다
  • 신인섭 (1929insshin@naver.com)
  • 승인 2018.06.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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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섭의 글로벌PR-히스토리PR] 글로벌 광고그룹사 성장세 둔화 뚜렷, 밑단의 의미 살펴야
대형 광고그룹 계열 회사들의 성장세가 둔화했다. 급변하는 커뮤니케이션 환경에 부합하는가로 원인을 분석해 볼 수 있다. 

[더피알=신인섭] 뉴욕에 본사를 둔 홈즈리포트(Holmes Report) 발표에 따르면, 세계 250개 PR회사의 작년(2017) 수입 합계는 117억 달러(약 12조6990억원)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5%가량 성장한 수치다. 전체 PR산업 규모는 150억 달러(약 16조1850억원)로 추정되고 있다.

흥미로운 건 10대 PR회사의 성장세 둔화다. 2016년 대비 불과 0.9% 성장하는 데 그쳤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예외가 있다면 9위인 중국의 블루포커스(Blue Focus)가 19.8%로 계속해서 상승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12위에서 10위로 올라선 콘앤울프(Cohn&Wolfe)도 9.8% 성장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반면 상위 10개사 중 4개사는 마이너스 성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의 전체 성장을 이끈 것은 수입 5000만~2억5000만 선에 있는 30여개의 중형 회사들이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이들 가운데 10개사가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PR회사를 국가별로 보면 미국의 위치는 여전히 확고하다. 미 국적의 PR회사 수입 합계는 75억 달러로, 전체의 64%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성장률에선 전년 4.6%에서 2.6%로 떨어졌다.

2위 영국은 합계 7억6800만 달러로 14.3%라는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2017년 미 달러화 약세에 따라 상대적으로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상승한 게 하나의 원인이다. 유로화로 보고하는 PR회사의 수입 합계는 21.1% 늘어난 9억6000만 달러에 달했는데 이 역시 달러 약세가 영향을 미쳤다.

WPP식 모델에 대한 회의

아래 <표>에서 알 수 있듯 10개사 가운데 8개사는 대형 광고회사 그룹 계열이다. 그중 4개사는 WPP에 속해 있다.

세계 10대 PR회사 현황

자료: Holmes Report, 합계와 소속은 필자 계산
자료: Holmes Report, 합계와 소속은 필자 계산

그러나 눈여겨볼 곳은 독립 PR회사인 블루포커스다. 현지 사명은 람색광표집단(藍色光標集團)으로, 1996년에 창립한 중국 최대의 PR·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그룹이다. 2010년에 주식시장에 상장한 이후 블루포커스는 실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홈즈리포트 자료에 의하면 블루포커스의 2011년 수입은 6300만 달러로 24위였고, 사원수는 1140명이었다. 그해 38.9% 성장해 2012년에는 수입이 8800만 달러로 증가했고 순위도 19위로 올랐다. 경이적인 성장은 2013년도에 이뤘다. 수입이 3배로 껑충 뛰어 2억700만 달러를 기록한 것. 순위도 9위에 올라 10위권에 진입했으며, 사원수는 3900명에 이르렀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즉 클라이언트 국적은 미국, 독일, 일본 등을 포함하고 있어 그야말로 글로벌 기업이 됐음을 알 수 있다. 현재 블루포커스는 10개국 100개 사무소, 50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관련기사: 오스카 자오 블루포커스 회장 인터뷰

지난 수년간 나타난 현상 가운데 하나는 광고회사 그룹 계열 PR회사의 실적 부진이다. 여러 이유가 제시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WPP 창업자인 마틴 소렐((Martin Sorrell)이 33년 전 시작해 성공한 거대 광고회사 그룹 모델이 과연 급변하는 커뮤니케이션 환경에 맞느냐 하는 점이다.

스마트폰의 확산과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이제 소비자 스스로 순식간에 모든 정보를 얻는 지금과 같은 때에 3~4개 혹은 그 이상으로 거의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대 광고회사를 거느린 지주사 시스템으로는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배경에서 지난 4월 WPP 소렐 회장의 전격적인 사임을 전통 광고회사 서비스 모델에 대한 문제 제기의 결정적 계기로 보는 견해도 있다. ▷관련기사: WPP 마틴 소렐 33년만 사임, 국내 영향은?

다른 한편에서 올 봄, WPP 계열 두 PR회사인 콘앤울프와 버슨-마스텔러의 합병 소식이 들렸다. 양사를 아우르는 새 CEO는 지난해 10% 가깝게 성장하며 회사를 10위권으로 안착시킨 콘앤울프의 여성 사장으로 낙점됐다. 세계 5위인 버슨-마스텔러의 작년 실적은 -3.5%였다. 회사의 규모보다는 변모하는 환경에 적응하라는 뜻이 크게 작용한 인사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오늘날 광고·PR에이전시의 경쟁력은 규모의 크고 작음이 문제가 아니라 업무를 맡기는 마케터 요구에 즉시 대응할 수 있는 민첩성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 여부에 달렸다.

올 초 세계 최대의 광고주인 미국의 프록터앤갬블(P&G)이 한 프로젝트를 위해 몇 개 경합 광고회사에서 사람을 선발, 기능 중심으로 팀을 구성한 사례는 작지 않은 시사점을 안긴다. ▷관련기사: 세레나데로 시작한 광고계 폭탄선언

무조건적으로 대형 광고회사가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나, 앞으로 마케터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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