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왈” “ㅋㅋㅋㅋ”…낯선 이와의 아무말 대잔치
“왈왈” “ㅋㅋㅋㅋ”…낯선 이와의 아무말 대잔치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8.06.27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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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채팅방 활성화…유희 넘어 취향도 공유
‘나’를 드러내지 않기에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익명채팅의 매력이다.
‘나’를 드러내지 않기에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익명채팅의 매력이다.

[더피알=조성미 기자] 익명 SNS와 더불어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 있는 익명 채팅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활발히 이용된다. 20대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현재 20대가 활동하는 온라인 익명 채널은 익명 채팅(45.8%)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이어 커뮤니티(44.0%), 익명 페이지(43.4%), 익명 어플(30.7%) 등으로 나타나 각자의 관심사와 취향에 맞게 활동할 수 있도록 매우 세분화된 모습을 보인다.

익명 채팅이 활성화되는 데에는 카카오톡 오픈채팅의 활약이 크다. 오픈채팅은 전화번호나 카카오톡 아이디 없이도 누구나 채팅방을 만들어 대화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좋아하는 콘텐츠나 생중계 영상을 보면서 관심사가 비슷한 이들과 이야기한다.

오픈채팅이 관심을 끈 것은 ‘고독한 OO방’이 유행하면서부터다. 일본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콘셉트를 차용, 혼밥족들이 각자의 식사 사진을 인증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대화는 금지된 채 음식 사진만을 공유하는 규칙이 고독한 채팅방의 기본 틀로 자리 잡혔다.

이후 연예인들의 짤을 공유하는 방이 우후죽순 생겨나며 새로운 온라인 문화가 되는 추세다. 연예인 이름을 딴 ‘고독한 OOO방’에 해당 연예인이 직접 인증해 재미를 안기는가하면, 애묘인들끼리는 ‘고독한 고양이방’을 만들어 사랑스러운 반려묘의 사진을 공유하기도 했다. 특히 인기 있는 주제의 고독한 채팅방은 최대 인원 1000명을 금세 채우고, 같은 주제의 두 번째, 세 번째 방이 계속 생겨날 만큼 많은 큰 인기다.

익명 커뮤니케이션 앱 ‘바크(BARK)’ 소개화면.
익명 커뮤니케이션 앱 ‘바크(BARK)’ 소개화면.

익명 SNS가 고민이나 감정공유 채널로 활용된다면, 익명 채팅은 심심할 때 재미있게 즐기는 유희적 특성을 나타낸다. 이러한 재미가 극에 달한 것으로는 개소리로 소통하는 위치기반 익명 커뮤니케이션 앱 ‘바크(BARK)’가 있다.

‘동네 개들이 짖는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이 앱은 모든 유저가 익명의 개가 돼 서로 짖어댄다. 맥락 없이 그저 개소리로 ‘아무말 대잔치’를 벌이면 사람들의 해피와 앵그리 보트에 따라 앱 내에서 활동할 수 있는 수명이 늘고 줄어든다.

또 위치기반으로 채팅을 진행하면서 자주 보는 개들에게는 닉네임을 지어주며 관계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그저 개가 돼 지칠 줄 모르고 짖어댄다는 이용자들은 앱에 대한 평가에서도 ‘ㅋㅋㅋㅋ’를 늘어놓을 뿐이다.

취미·관심사·재능만 공유할래

말초적 유희 외에도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에는 쑥스러운 재능을 공유하기도 한다. 일례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노래 이어 부르기나 그림 그리기와 같이 자신의 취미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려는 모임이 있다.

각 방마다 규칙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노래 이어 부르기의 경우 기본적으로 채팅 참가자들이 부른 노래를 음성파일로 올리는 방식이다. 특정 가수의 노래만 부르는 팬덤방도 있고,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해도 남들 앞에 나서고 싶지는 않은 음치들이 모이는 방도 있다.

그림을 그려 올리는 방도 10대를 중심으로 활성화되고 있으며, 그 외 지역 모임이나 끝말잇기 등의 채팅방도 개설됐다. 또 공개적으로 자신의 다짐을 알리기 위해 인스타그램에서 이뤄지던 운동인증이나 공부인증도 오픈채팅방으로 확장되는 등 다양한 주제에서 모르는 이들과의 대화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다양한 주제의 채팅방이 개설된 카카오톡 오픈채팅.
다양한 주제의 채팅방이 개설된 카카오톡 오픈채팅.

이처럼 온라인상에서 다양한 수단과 방식으로 익명대화가 활성화되는 것에 대해 손영화 교수는 “댓글 하나 다는 것도 무서운 세상에 익명은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에서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며 “익명이라고 하면 자신만의 도덕적 법적 책임감을 피해 무슨 이야기를 해도 상관없이 안심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고 분석했다.

김금희 대학내일 20대연구소 연구원은 “온라인 익명 활동은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며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고 취향에 맞게 활동을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서 20대에게 익숙한 의사소통 방식”이라며 “양면성을 가진 익명의 힘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인지, 오프라인으로 어떻게 표출할 것인지에 대한 소통과 합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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