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히어로들도 못 구한 공익캠페인…어째서?
슈퍼 히어로들도 못 구한 공익캠페인…어째서?
  • 임준수 (micropr@gmail.com)
  • 승인 2018.06.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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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준수의 캠페인 디코딩] 유명 캐릭터 우선주의가 놓친 공감
아메리칸 에어라인과 마블이 손잡고 펼친 SU2C 기금모금 캠페인은 예상보다 크게 주목을 끌지 못했다. 캠페인 홍보 영상 화면 캡처
아메리칸 에어라인과 마블이 손잡고 펼친 SU2C 기금모금 캠페인은 예상보다 크게 주목을 끌지 못했다. 캠페인 홍보 영상 화면 캡처

[더피알=임준수] 당대 최고의 흥행작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 팀의 지원을 받은 아메리칸 에어라인-마블 기금모금 캠페인이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언론보도로 치면 뉴욕 피자를 LA로 배달해주는 제트블루(JetBlue) 항공사의 미니캠페인 보다 주목을 못 끌며 의문의 일패를 당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AA-어벤저스 암 퇴치 드림팀 떴지만에 이어...

이 사례는 기금모금에서 중요한 뉴스 가치는 진정성 있는 이야기이지 유명 캐릭터가 아니라는 점을 일깨운다. 이 캠페인은 혁신적인 암 치료법 개발과 빠른 임상 적용을 지원하는 비영리조직 ‘스탠드 업 투 캔서(Stand Up to Cancer, 이하 US2C)’의 인지도 제고를 위해 기획됐다.

그러나 캠페인 얼굴로 내세운 어벤저스 팀의 캐릭터들이 왜 암 연구 지원을 위한 기금모금의 홍보대사로 적임자인지에 대해 자연스러운 설명을 제공하지 못했다.

세 차례 암을 극복한 아메리칸 에어라인의 직원이나 혁신적 치료법의 개발과 상용화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SU2C의 스태프들이 어벤저스의 캐릭터들과 같은 영웅이라는 설정도 암 투병 중인 환자나 그 가족들에게는 큰 공감을 주지 못한 듯하다. 캠페인을 통해 다가서려는 수용자가 느낄 수 없다면 언론도 뉴스가치를 발견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공익광고 메시지에도 개선할 점이 보인다. 자선기금 모금 캠페인의 경우 도움을 필요로 하는 대상이 겪고 있는 절박한 현실을 공중의 머릿속에 생생하게 심어줌으로써 동정 혹은 공감에 호소하는 전략을 쓰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세인트주드 어린이 연구병원의 소아암 환자 연구 지원을 위한 인쇄용 공익광고는 언제나 한 명의 소아암 환자와 그 아이의 꿈을 언급한다. 그리고 이 아이를 살리기 위해 세인트주드 병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를 설명한다.

이처럼 환자나 희생자를 돕기 위한 자선기금 마련 캠페인에서 도움을 받을 대상이 수용자의 머릿속에 명확히 각인될 때 돕거나 기부할 의향이 더 커진다는 것이 이른바 ‘식별 가능한 희생자 효과(Identifiable victim effect)’이다.

세인트 주드 어린이 연구병원의 공익광고. 소아함 환자와 그 아이의 꿈을 이야기하며 동정에 호소한다. 캠페인 포스터
세인트 주드 어린이 연구병원의 공익광고. 소아함 환자와 그 아이의 꿈을 이야기하며 동정에 호소한다. 캠페인 포스터

그에 반해 아메리칸 에어라인의 공익광고는 도움 받을 대상을 구체화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잘 나가는 인기 절정의 슈퍼 히어로들과 대형 항공사를 이야기의 중심에 놓음으로써 사람들의 이나 공감 의지를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메시지에서 드러난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프린트 버전의 공익광고와 웹사이트 그리고 비행기에 래핑한 캠페인은 시각적으로 완성도가 꽤 높다. 온·오프라인상 캠페인 홍보물에는 SU2C 로고에 있는 상향 화살표를 반복적이고 효과적으로 부각해 혁신과 전진의 느낌을 부여했다. 공익광고는 물론이고 기체에도 새겨진 이 상징은 SU2C의 비주얼 정체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리라 본다. 홍보물 전체적으로 색상의 조화와 대비, 그리고 색조의 적용도 훌륭하다.

이름값 하는 명품 되려면

SU2C와 아메리칸 에어라인이 암 퇴치를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공중의 인식이 캠페인 전후로 어떻게 변했는지를 알아보려면 설문 조사가 필요하다. 평가를 위한 이런 핵심 정보가 없기에 언론보도의 질과 양을 가지고 판단해 볼 때, 이번 캠페인은 제대로 이름값을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일회성 행사가 언론의 관심과 세간의 주목을 받지 않았다고 해서 실망하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성공한 일회성 캠페인보다는 비록 시작은 미약하나 문제점을 개선해 다시 전개하고 이를 계속 이어나감으로써 명품 캠페인이 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기금모금 캠페인에서 중요한 것은 유명인이 아니라 이슈에 반응하는 공중들을 조직화해내고 이들의 참여를 계속 독려하는 것이다. 일례로 유방암 예방 및 연구지원 비영리단체인 수전 G 코멘 재단의 ‘레이스 포 더 큐어(Race for the Cure)’는 연례행사로 자리 잡았을 뿐만 아니라 미국을 넘어 세계 전역으로 확산되며 등록상표를 받은 가장 성공한 기금모금 중 하나로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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