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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에로쑈핑 체험기] 넓지만 복잡하고, 많지만 찾기 어려운
[삐에로쑈핑 체험기] 넓지만 복잡하고, 많지만 찾기 어려운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8.06.29 1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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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서부터 시선강탈, 방문객들 “생각보다 싸진 않다”…매장직원 “우리도 제품 위치 몰라요”

[더피알=이윤주 기자] ‘이 공간에 팔지 않는 게 있을까?’

코엑스 스타필드 지하에 위치한 삐에로쑈핑 입구. 사진=이윤주 기자
코엑스 스타필드 지하에 위치한 삐에로쑈핑 입구. 사진=이윤주 기자

지난 28일 코엑스 스타필드 지하에 요란한 잡화점이 문을 열었다. 신세계그룹이 일본 유명 잡화점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해 만든 ‘삐에로쑈핑’이다. 

입구부터 정신 없는 아우라가 스물스물 뿜어져 나왔다. 삐에로 바람인형은 정신없이 몸을 흔들며 손님을 맞이했고, 손글씨로 써 붙인 ‘출구전용’은 옛날 문방구 입구를 연상케 했다. 심상치 않은 바닥 문구를 밟고 ‘쑈핑몰’로 들어섰다. 

삐에로쑈핑 입구에 적힌 문구. 사진=이윤주 기자

‘DUTY FREE’ ‘제 정신일 의무 없음’
‘입구이자 출구이며 현생 탈출구입니다’

삐에로쑈핑에서 파는 가면. 사진=이윤주 기자

들어서자마자 형형색색의 다양한 물건이 지하 1~2층에 걸쳐 총 2513㎡(760평)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삐에로쑈핑에서 사람들이 헤어 드라이기를 구경 중이다. 사진=이윤주 기자

마치 동대문시장과 명동지하상가를 보는 듯하다.

의류 코너. 사진=이윤주 기자
의류 코너. 사진=이윤주 기자

가발, 공, 캐리어, 서핑패드, 자전거, 장난감, 속옷, 와인, 담뱃대 등 없는 게 없었다.

팔짱만 끼고 돌아다니다 갑자기 생각난 듯 “어? 맞다 나 포장지 사야 하는데”라며 주섬주섬 이를 집어 드는 사람들도 있었다. 

삐에로쑈핑에는 촌스러운 콘셉트의 간판이 많다. 사진=이윤주 기자

매장 곳곳에 붙어있는 촌스러운 포스터와 문구는 삐에로쑈핑만의 특징.

삐에로쑈핑에는 촌스러운 콘셉트의 간판이 많다. 사진=이윤주 기자
삐에로쑈핑에는 촌스러운 콘셉트의 간판이 많다. 사진=이윤주 기자

‘뭐가 어딨는지 하나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환영!’

구경을 다 하고 막 나가려던 고등학생들에게 소감을 물었다.

일본 돈키호테를 다녀왔다는 윤예지(17)씨는 “재밌고 신기해요. 정말 일본 돈키호테에 온 느낌”이라며 “비슷하게 하려고 한 노력이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 왜 빈손이냐고 묻자 정다현(17)씨로부터 “돈이 없어서 아이쇼핑 중이예요. 생각보다 싸진 않네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식품코너 구석 '너는 이미 사고 있다'는 화면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이윤주 기자

문배술 앞에서 서성거리던 두 명의 성인 남성은 “오늘 오픈했다는 소식을 듣고 잠깐 보러왔다”며 “맨날 다이소만 다니다가 와봤는데, 생각보다 비싼 것 같다”고 말했다.

남동생과 함께 온 오인환(30)씨는 “어제 올라온 기사를 보고 오픈 소식을 알게 됐다. 일본 돈키호테 매장에는 모르는 물건이 많아서 신기했는데, 여긴 다 아는 제품이 정신 없이 배치돼 있는 것 같다. 대체적으로 돈키호테와 비슷한 구성”이라며 “도대체 TV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여기서 가전제품을 살 사람이 있겠느냐는 것.

최세람(27)씨는 “넓고 많다”고 한 마디로 표현했다. “집에서 가까우면 자주 올 것 같다”면서도 “뭐가 어딨는지 하나도 모르겠고 헷갈린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들의 공통적인 의견대로 물건의 위치를 제대로 찾을 순 없는 걸까. 정답은 직원들의 티셔츠 문구에서 찾을 수 있었다.

삐에로쑈핑 직원 티셔츠 등판. 사진=이윤주 기자

‘저도 그게 어딨는지 모릅니다’

한 직원은 “많이 물어보시긴 하는데 저희도 정말 (제품 위치를) 모른다. 대신 헤어, 장난감, 음식 등 큰 분류의 위치만 안다”고 말했다. 이어 “(어딨는지 모르는 것이) 매장 특성이다. 모른다고 답하면 다들 ‘아...’ 하고 가시거나 하지만 어른들은 왜 모르냐며 역정내는 분도 간혹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끝말잇기 단어로 뒤덮인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삐에로쑈핑 직원 티셔츠 등판2. 사진=이윤주 기자

‘광천김=김치-치마-마스크-크림-림보-보리-리본-본드-드럼-럼주-주스-스웨터-터번-번개탄-탄산수-수유등-등산화-화장솜-솜사탕-탕수육-육개장-장난감-감바스-스카이콩콩’

직원은 “매장에 있는 제품으로 끝말잇기를 만든 것”이라며 “창고 없이 모든 제품을 다 드러내놓고 판매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 구조가 너무 복잡해서 직원인 저도 길을 잃을 때가 자주 있다”고 덧붙였다.

매장이 복잡하다는 것 외에 또 다른 불편함도 있다.

진열대 간 폭이 좁은 탓에 빨간 플라스틱 장바구니를 가지고 돌아다니기 힘들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이 통로에서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일이 반복됐다.

매장을 돌아다니며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역시 “잠시만요~”였다. 인파가 몰리면 걷기조차 쉽지 않을 것 같았다. 

통로가 좁아 제품을 떨구기 쉽다. 사진=이윤주 기자

제품이 발에 차일 정도로 워낙 많다보니 실제로 차이기도 하고,

제품이 바닥에 끌리고 있다. 사진=이윤주 기자

진열대의 위아래 폭이 좁아 제품을 빼내기 위해 윗칸을 들어올리기도 했다. 한 쪽 코너에서는 갑자기 전등이 꺼져 손님들이 당황하기도 했다.

갑작스럽게 정전이 된 코너. 사진=이윤주 기자

쇼핑이 막바지에 이르러 계산대를 찾아 나섰지만, 제품에 비해 계산대는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몇 분을 기다리다가 셀프 계산대를 발견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다. 계산을 끝낸 제품은 수북하게 쌓여 있는데 담아갈 봉투가 보이지 않았던 것. 비닐봉투가 없어서 난처해하는 건 옆 계산대 손님도 마찬가지였다.

이때 직원이 등장해 다른 계산대에서 가져다 주겠다고 했다. 동전이 없다는 기자의 대답에 봉투를 슬쩍 쥐어 주며 “이러면 안 되는데…자주 들러주세요”라고 말했다. ‘제품 위치를 모르면 직원들은 어떤 일을 하지?’라고 의문을 품었던 순간을 반성했다. 

쇼핑 인증샷. 사진=이윤주 기자 

쇼핑 내내 반복되던 후크송은 사무실로 복귀하는 내내 귓가에 울렸다.  

“난 차라리 웃고 있는 삐에로가 좋아~ 난 차라리 슬픔 아는 삐에로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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