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은 기내식만 잃은 게 아니다
아시아나항공은 기내식만 잃은 게 아니다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8.07.0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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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갑질 논란·묵은 이슈 더해지며 ‘위기의 나비효과’ 우려돼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공급 문제가 수면 아래 여러 스토리를 들춰내며 그룹 차원의 이슈로 비화되고 있다. (자료사진) 뉴시스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공급 문제가 수면 아래 여러 스토리를 들춰내며 그룹 차원의 이슈로 비화되고 있다. (자료사진) 뉴시스

[더피알=강미혜 기자] 아시아나항공의 난 데 없는 ‘기내식 대란’이 그룹 위기로 옮겨 붙을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자금 유동성 문제가 다시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고 사회적으로 민감한 갑질 이슈와도 얽히면서 공정위 조사에까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업계 라이벌인 대한항공이 ‘오너리스크’로 곤혹을 치르는 상황에서 가만히만 있어도 비상할 수 있는 기회를 자칫 날려버릴 처지다. 

아시아나항공의 ‘결식 사태’는 공교롭게도 항공업계 여름 성수기를 코앞에 두고 터졌다. 지난 1일 아시아나 국제선 항공기 51편이 지연 운행된 원인이 기내식이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수면 아래 스토리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날씨 탓도, 안전 문제도 아닌 좀처럼 보기 힘든 ‘희한한 모양새’가 의아함을 자아냈다.

그럼에도 당초엔 기내식 생산공장에 불이 난 뒤 아시아나의 후속조치가 원활하지 못해 빚어진 해프닝 정도로 여겨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항공기 지연 사태가 계속되면서 15년 간 거래해온 기내식 업체가 아시아나항공과 결별하게 된 사연이 재조명됐고, 그 과정에서 모회사인 금호홀딩스에 대한 ‘1600억 투자 거절’이 결정적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 더해졌다.

이런 와중에 사태에 압박감을 느낀 기내식 공급 업체 대표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여론은 순식간에 돌변했다. 정확한 사실관계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아시아나항공에 부도덕한 갑질 이미지가 씌어졌다. 국민 이목이 집중되는 대형 이슈로 번진 만큼 공정위 역시 더욱 엄격한 잣대로 아시아나의 불공정 거래 행위 여부를 재단할 가능성이 커졌다.

여론 악화는 곧장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의 평판도 하락으로 연결되는 분위기다. 유동성 리스크 등 경영상 부정적 내용들이 회자되는데다, 총수가(家) 관련 옛 기억과 묵은 이슈들이 다시 들춰지며 분노를 키우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같은 ‘위기의 나비효과’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셈이다.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사태 관련 3일 대표이사 사장 명의의 사과문을 냈다. 모바일 화면 캡처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되는 가운데 아시아나는 사태 발생 이틀 만인 3일 대표이사 사장 명의로 공식 사과문을 냈다. 완공을 앞둔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대체 업체를 통해 기내식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혼선이 있었다는 설명이 담겼다. 그러나 이는 언론보도로 이미 알려진 사실일 뿐, 사태를 촉발시킨 의혹 관련 해명이 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아시아나를 향한 비판 여론을 잦아들게 하는 데 큰 도움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아시아나는 대한항공의 오너리스크로 의도치 않게 ‘반사이득’을 보던 터였다. 대한항공의 브랜드 가치 급락으로 올 2분기 기준 아시아나가 항공사 부문 1위에 올랐다는 조사결과도 있었다. 그러나 불과 며칠 사이 “땅콩은 약과였다”는 냉소의 대상이 되고 있다. ‘좋은 평판을 쌓는 데는 20년이 걸리지만 망가뜨리는 데는 5분이면 충분하다’는 워런 버핏의 명언을 새삼 곱씹어 보게 된다. 향후 20년을 좌우할 아시아나의 위기관리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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