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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1가게 1제품’을 택한 이유
그들이 ‘1가게 1제품’을 택한 이유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8.07.12 14:5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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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타깃 덕후스러운 정보력‧제품군 어필…아날로그 감성+인스타 홍보로 입소문 솔솔

#보자마자 소유욕이 발동해야 한다.
#인증할 정도로 ‘있어 보여야’ 한다.
#흔하지 않게 희소성이 높아야 한다.

[더피알=이윤주 기자] 요즘 젊은 세대가 물건을 살 때 고려하는 요소들이다. 이러한 조건을 심플한 방식으로 충족하는 몇몇 가게가 있다. 철저히 한 가지 품목에만 집중하는 전략이다.

이들은 2030을 타깃으로 덕후스러운 정보력과 제품군을 자랑한다.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면서 인스타그램 중심의 홍보 활동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힙한 골목에 위치한 가게 세 군데를 돌아봤다.

연남동 흑심

흑심에 전시된 연필. @blackheart_pencil

요즘 연필을 쓰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하지만 이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연필로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솟아오른다. 연남동 3층 작은 공간에 위치한 흑심(blackheart) 이야기다.

한쪽 구석에 나무로 지어진 매대에는 미국, 독일, 체코 등에서 생산된 연필이 전시돼 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연필을 생각하면 오산. 종류만 250여 가지다.

Vintage Národní podnik MAROLD 712 No.2 @blackheart_pencil

연필과 관련된 아이템도 상당하다. 다양한 모양의 연필깎이와 지우개 그리고 샌드페이퍼 등 평소 보기 힘든 제품이 시선을 끈다.

왜 하필 연필일까. 박지희·백유나 공동대표는 “디자인을 전공하면서 자연스레 연필을 많이 사용했고, 우연히 본 빈티지 연필 패키지 디자인에 반해 본격적으로 (연필을) 수집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연필은 백 년이 지나도 사용할 수 있다. 오래된 연필들은 그 당시의 시대 상황을 잘 반영하고, 디자인도 매우 다양하다”며 “같은 브랜드 연필이라도 제조 시기나 제조 국가 또는 시대 상황에 따라 연필의 디테일(각인, 로고 등)이 계속 변화해 왔고, 필기감도 모두 다르다”고 설명했다.

소장용 연필깎이로 연필을 깎는 영상 캡처. @blackheart_pencil

빈티지 연필의 가장 큰 매력은 이런 작은 디테일의 변화에 있다. 구매 고객에게는 해당 연필의 제조 시기나 세부 정보 등을 일일이 설명해준다.

온라인 홍보 채널로는 인스타그램이 활용된다. 수집한 연필에 대한 정보와 사진을 아카이빙하고 히스토리를 쌓아두는 공간으로 활용 중이다. 두 대표는 “언젠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자료들을 바탕으로 연필 브랜드의 발자취가 담긴 책을 쓰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다양한 지우개들. @blackheart_pencil

고객이 연필 한 자루를 사더라도 예쁜 봉투에 담아 왁스 실(Wax seal)로 봉인해주는 건 흑심만의 아이덴티티다.

“물건을 구매했을 때 정성스레 포장돼 있으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잖아요. 흑심에서 구매하시는 분들도 기분 좋은 두근거림을 느끼셨으면 합니다.”

흑심에서 연필 한 자루를 샀다. 사진=이윤주 기자 


이화동 이화상점

이화상점 전경. 사진=이윤주 기자

서울 종로구 이화동 벽화마을에 위치한 엽서가게. 문턱을 넘어서자 두 사람이 언성을 높이고 그 가운데 뚱뚱한 고양이가 누워있다.

벽면에는 줄로 매달아 놓은 엽서로 가득하다. 한쪽에는 엽서를 적어 바로 배송할 수 있는 간이 우체통도 있다. ‘내 생일’, ‘크리스마스’, ‘일년 후’, ‘롸잇나우’ 등 네 가지로 분류돼 있다.

이예슬 디자이너는 “2015년도 벽화마을에 구경 왔다가 한눈에 반해 차린 가게”라며 “제가 하는 일이 일러스트, 디자인이니까 엽서가게로 팔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화상점 내부에 엽서가 걸려 있다. 사진=이윤주 기자

책상 위에 대자로 뻗어있는 고양이에 대해서도 물었다. 어느새 이화상점보다 더 유명해졌다는 고양이 두 마리였다.

“뚱뚱한 애는 (홍)금보, 마른 애는 (이)소룡이예요. 얘네 때문에 고양이 엽서 없냐는 문의가 많이 들어와서 이제 고양이 엽서도 많아졌어요.”

이화상점에서 키우는 금보와 소룡이. @ehwasangjeom

하지만 가게를 차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화상점은 큰 이슈에 직면했다. 마을 주민들과의 갈등 때문이다.

이화동 벽화마을이 유명세를 타면서 일부 주민들은 붐비는 관광객들로 인한 피해 보상을 요구했고, 그 과정에서 2년 전엔 벽화마을의 상징인 계단에 페인트를 붓기도 했다. 

“계단은 지워졌는데 그 사실을 모르는 관광객들은 계단이 어디 있느냐고 자꾸 물어보더라고요. 설명하다가 아예 그림으로 남겨놔야겠다고 생각해서 계단그림 엽서를 만들었어요.”

이 디자이너는 “시간이 지나면서 지워지고 훼손되는 상점과 골목이 많다”며 “사라지는 게 안타까운 만큼 앞으로도 엽서로 남겨두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화상점에 전시된 엽서들. 사진=이윤주 기자

조금 전 언성을 높인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우리끼리라도 잘 지내보자는 주민들이 대부분이지만 아직도 이견은 있어요. 아까 그 분은 저 밑에 갤러리 사장님인데 ‘너는 이 사람 말려, 나는 이 사람 말릴게’라고 말하고 간 거예요.”


연남동 엘리카메라

엘리카메라 전경. @allycameras

대학생 시절 영국에서 어학연수를 하던 강혜원 대표의 꿈은 빈티지 필름카메라 가게를 차리는 것이었다.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하면서 카메라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필름카메라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은 필름카메라를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한 공간에 전시하는 꿈을 꿨고, 10여 년이 지난 후 실제 연남동에는 엘리카메라가 문을 열었다.

전시된 400~500여 종의 필름카메라는 모두 강 대표의 컬렉션이다.

“현장판매가 아닌 예약제로만 판매하고 있어요. 가게 쇼룸에서 보거나 사용해 본 뒤 구매를 원하시는 분이 있다면 예약하면 됩니다.”

엘리카메라에 전시된 필름카메라. @allycameras

캐논, 니콘 등 일본 카메라를 주로 판매하는 여타 카메라 전문점과 다르게 엘리카메라 제품의 90%는 독일‧영국제다. “조금 더 옛날 카메라가 많고 특이한 종이 많죠. 예약이 들어오면 해당 국가 카메라숍에서 직접 수입해서 판매해요.”

엘리카메라의 차별점은 이곳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에서 찾을 수 있다.

쇼룸에 있는 카메라에 대해 2시간가량 설명하는 도슨트투어 프로그램이 가장 인기가 많다. 한두 시간만에 마감될 정도. 평소에 못 써보는 카메라를 빌려주고 그날 찍은 사진까지 현상해주는 필름카메라 체험 프로그램도 있다. 또 이달부터 카메라 조립 프로그램도 시작할 예정이다.

체험프로그램 자료. @allycameras

보통의 카메라 가게와 다른 또 하나의 점은 보고 만지는 데 ‘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카메라 전문점을 방문하면 왠지 사야 할 것 같고, 이것저것 만져보기 어렵죠. 하지만 여기는 직접적으로 판매하기 보단 제품을 써볼 수 있는 공간이다 보니 구경 오시는 분이 많아요.”

빈티지 필름들. @allycameras

이렇게 판매되는 카메라 대수는 한 달 100대가 넘는다. 주 고객층은 연남동을 자주 찾는 20대 초중반 여성.

인기 요인을 묻자 “필름의 감성, 색감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늘어나고, 무엇보다 남들이 써보지 않은 걸 써보고 싶어 하는 분들도 많기 때문이 아닐까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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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2 15:35:56
이상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