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부동산 플랫폼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은행들이 부동산 플랫폼에 눈을 돌리고 있다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8.07.12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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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 앱 통해 시세·매물 정보 제공…고객 접점 확보, 대출로 연결

[더피알=박형재 기자] 부동산도 ‘손품’ 파는 시대다. 예전엔 직접 매물을 찾아 발품을 팔았다면 이제는 각종 앱을 통해 검색하고 시세를 확인하는 방법이 보편화됐다. 최근엔 은행들도 ‘부동산 플랫폼’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부동산은 가장 큰 대출시장인 만큼 자사 모바일 앱 등에서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금융서비스와 연계해 고객 접점을 넓히는 전략이다. 

가장 먼저 부동산 플랫폼 시장에 진출한 곳은 국민은행이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리브온(Liiv ON)’ 앱은 부동산 시장에서 주요 지표로 쓰이는 KB시세정보를 기반으로 가격별 매물 검색부터 시세정보, 주택자금 대출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앱을 실행해보면 기존 부동산 정보 제공 업체와 차별화를 고민한 흔적들이 엿보인다. 내 집 장만이 시급한 2030대 커플을 겨냥해 ‘신혼부부 전용 코너’를 따로 만들어 다양한 팁을 주고, 창업을 준비하는 소상공인에겐 지역별 상권분석 및 업종분석보고서를 지원한다. 

국민은행 부동산 플랫폼 ‘리브온’ 실행화면과 ‘서울시 종로구 연지동’으로 부동산 매물을 검색한 모습.
국민은행 부동산 플랫폼 ‘리브온’ 실행화면과 ‘서울시 종로구 연지동’으로 부동산 매물을 검색한 모습.

증강현실(AR)을 이용해 사용자의 현재 위치에서 인근 부동산 매물을 확인할 수 있으며, 위성사진과 로드뷰 기능을 통해 건물 주위를 둘러보거나 학군·교통·공원 등 관심사별 테마 검색도 가능하다.

고객을 낚는 허위·과장 매물에 대한 나름의 검증 시스템도 갖췄다. 리브온에 올라오는 매물들은 부동산금융부 시세매물검증단에서 확인하고 주변 시세와 맞는지 검토 작업을 거친다는 설명이다. 

신한은행은 금융권 최초의 부동산 경매 플랫폼 ‘신한옥션SA’를 앞세워 본격적인 경쟁에 합류했다. 이곳에서는 주택과 토지 등의 경매물건에 대한 권리관계를 포함해 법원의 분석자료 등을 무료로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정보는 경매업체 등을 통해 유료로 열람해야 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경매가 정보와 지식에 대한 높은 문턱 때문에 ‘전문 투자자’의 영역으로 인식되어왔으나, 신한옥션SA를 통해서 경매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쉽게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설계했다”고 말했다.

‘신한옥션SA’ 실행화면. 각종 경매 물건의 감정가, 특수권리, 매각기일 등 전문정보를 제공한다.
‘신한옥션SA’ 실행화면. 각종 경매 물건의 감정가, 특수권리, 매각기일 등 전문정보를 제공한다.

신한은행은 통합 뱅킹 앱 ‘쏠(SOL)’을 통해서도 부동산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용자는 앱 내의 ‘신한은 부동산이다’라는 메뉴를 통해 부동산 시세정보, 대출정보 등을 볼 수 있다. 건물 자세히보기를 누르면 ‘한줄 평’도 나온다. “건물 노후화가 시작될 수 있어요” “주차가 어려울 수 있어요” “재건축 사업을 통해 향후 가치가 높게 형성될 수 있어요” 등을 부연하며 판단을 돕는다.

하나은행의 경우 좀 다른 방식으로 부동산 시장에 접근했다. 아파트 정보업체인 ‘호갱노노’와 제휴를 맺어 직원을 직접 고객에게 보내는 식으로 아파트 대출 관련 상담을 진행하는 것. 호갱노노에서 부동산 정보를 열람한 사용자가 대출 상담을 신청하면 하나은행 직원이 직접 고객에게 방문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협업 차원에서 카카오뱅크 역시 ‘다방’을 서비스하는 스테이션3와 함께 전·월세 보증금 대출 예상 한도 조회 서비스를 내놨다. 다방 앱 이용자가 원하는 방을 검색하고 보증금을 확인한 뒤 하단에 마련된 별도 배너를 클릭하면 카카오뱅크를 통해 얼마까지 대출 가능한지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서비스는 7월에만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이벤트 형식이지만 향후 상시 서비스 전환을 검토 중이다. 

이처럼 은행들이 부동산 플랫폼에 집중하는 이유는 주택 관련 대출이 은행 수익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발표한 ‘국내 은행의 자산운용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액은 463조7000억원에 달한다. 은행별로 차이는 있지만 부동산 대출 이자로 벌어들이는 돈이 은행 연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이른다.

이와 함께 금융업의 특성상 고객과 직접 소통이 쉽지 않은 가운데 온라인 접점 플랫폼을 확보한다는 의미도 있다. 또한 은행 방문을 꺼리는 2030세대를 겨냥해 비대면 대출 채널을 활성화하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서비스 운영을 통해 고객유입 채널을 확대하고 부동산 생태계 참여자 모두가 윈윈(win-win)하고자 한다”며 “고객에게는 편리한 부동산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공인중개사에는 비용 지출 없이 매물을 홍보할 수 있는 플랫폼을 지원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신규고객 창출 및 기존 거래고객에 대한 로열티를 높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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