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ATM 수수료 ‘0원 시대’ 급물살, 왜?
편의점 ATM 수수료 ‘0원 시대’ 급물살, 왜?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8.07.1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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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9세대 공략하며 투자, 인터넷뱅크 견제 의미도…‘금융플랫폼’ 선언하는 편의점도 나와
한 은행 ATM에서 시민이 돈을 인출하고 있다. 뉴시스
은행들이 편의점 ATM 수수료를 무료로 전환해 젊은 고객층에 어필하려 하고 있다. 사진은 ATM기에서 돈을 인출하는 모습. 뉴시스

[더피알=박형재 기자] 주요 은행들이 편의점 현금입출금기(ATM) 수수료를 무료로 전환해 그 배경이 주목된다. 겉으로는 ‘고객 편의 증진’을 내세웠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저마다 손익계산이 깔려있다.

국민은행은 GS리테일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올해 안에 GS25에 설치된 ATM 기기 8500여대에 대해 무료 입출금 및 이체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은행 고객은 가까운 GS25에서 ATM 수수료 없이 돈을 찾거나 맡길 수 있게 되는 것. 

이에 앞서 국민은행은 지난 4월부터 세븐일레븐 내 ATM 4000여대에서도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역시 지난해 11월 22일과 23일 각각 GS25와 협의해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처럼 주요 은행들이 잇따라 편의점 ATM 수수료를 무료 전환하는 건 18~29세 고객을 잡기 위한 포석이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더 편의점 인출시 발생하는 출금 수수료(1300원~1500원)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런 기회비용을 줄여 젊은 고객에 어필하겠다는 것이다.

은행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영업점 감축을 추진하면서 ATM이 새로운 오프라인 거점으로 부상하는 측면도 편의점과의 협업을 이끄는 요소다. 지점이 많은 편의점 업체와 손잡고 금융 영토를 은행 밖으확대하는 추세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출범해 시중은행의 경쟁상대로 떠오른 인터넷은행을 견제하는 의미도 있다. 일선 영업점이 없는 K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오프라인 거래를 위해 시중은행과 편의점 ATM 기기를 활용한다.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ATM 수수료 무료 정책을 이어오고 있다.

실제 한 은행 관계자는 “기본적으론 고객 서비스 개념이지만 사실은 카카오뱅크를 따라한 것”이라고 말했다. “카뱅의 경우 전체 편의점에서 수수료가 면제되는데, 이런 서비스 유인책에 따라 젊은 사람들이 이탈할 수 있다고 생각돼 방어 차원에서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편의점 수수료 무료가 고객 입장에선 좋지만 은행에겐 경영상 마이너스 요소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689억원의 영업이익과 173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는데, 이 중 수수료 손실이 552억원에 달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은행과 편의점을 포함한 전체 ATM 기계는 약 12만대로 상당한 수수료 비용이 발생하지만, 이를 감수하면서도 정책적으로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다”면서 “편의점은 은행이 없는 곳곳에 스며있어 고객들이 체감하는 수수료 혜택이 크다. 이를 고려해 내년 6월까지 수수료 면제를 연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시중 은행도 편의점 ATM 수수료의 절반 가량을 수익으로 가져가지만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투자 개념으로 돌아선 것이다.

편의점을 찾은 시민이 얼음 음료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이제는 편의점에서 은행업무를 보는 날이 올 수도 있다. 뉴시스
편의점을 찾은 시민이 얼음 음료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이제는 편의점에서 은행업무를 보는 날이 올 수도 있다. 뉴시스

편의점 중에선 GS25가 ‘금융 끌어안기’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다. GS는 앞서 언급한 국민·신한·우리은행 외에도 하나은행(인천지역), 79개 저축은행과 손을 잡고 수수료 면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에 대해 GS25는 ‘4대 시중 은행 및 79개 저축은행 금융플랫폼이 된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대놓고 금융플랫폼(?)을 선언하는 이유와 관련, GS리테일 관계자는 “편의점은 24시간 열려있고 은행이 없는 지역에도 편의점 ATM은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고객들의 일상 금융 플랫폼 역할을 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전국에 있는 GS편의점 매장은 1만2700여개인데 이곳에서 은행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 편의를 높이고, 고객이 오며가며 제품을 구매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편의점에는 인출만 가능한 CD기와 입출금이 가능한 ATM 기기가 대부분인데, 이를 순차적으로 ‘스마트ATM’으로 바꿔나갈 계획이다. 스마트ATM은 최신형 기기로 체크카드 발급은 물론 송금, 계좌 개설, 대출 등 대부분의 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은행과 편의점 서비스가 결합하는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이승윤 건국대 교수는 “현대카드가 이마트와 협업해 ‘이마트 e카드’를 내놓는 등 금융업계와 유통업의 협업이 최근 들어 많아지는 추세”라며 “편의점은 20대가 많이 이용하는 만큼 은행들이 당장 돈벌이가 안되더라도 잠재 고객 확보 차원에서 수수료 면제 전략을 쓰는 걸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이어 “편의점들은 우리가 생활하는 주변에 있어 장소성으로는 굉장한 강점을 지닌 만큼, 수수료 면제 혜택으로 고객을 유인하고 그 안에서 돈을 쓰게 만드는 것은 상당한 파괴력이 예상된다”며 계속해서 주목할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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