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라이벌과 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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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주호 (admin@the-pr.co.kr)
  • 승인 2011.11.08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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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3일 수원에서 열린 K리그 FC서울과 수원삼성의 경기는 4만4357명이 입장해 수원 구단 사상 최대의 관중수를 기록했다. 그야말로 만원이었다. 두 팀은 라이벌로서 치열하게 경쟁한다. 그래서 수원과 서울의 K리그 경기는 항상 팬들의 관심을 끈다. 

홍보활동도 어느 구단보다 적극적이다. 수원삼성의 경우 작년부터 관중 증대를 위해 ‘블루랄라 캠페인’을 실시해 왔다. 이날도 아이돌 그룹 씨스타를 초청하고 제일모직의 날로 선포하는 등 관중 유입을 위한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펼쳤다. 특히 두 팀이 경기를 하는 날이면 서울이든, 수원이든 다양한 홍보수단을 총동원한다. 구단들도 경기에서 흥행적 요소가 크기 때문에 그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려고 한다. 상암 월드컵 경기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FC서울이 수원구단과 경기를 할 때마다 관중들이 꽉 들어차는 것도 이 때문이다.

라이벌의 존재는 팬들은 물론 언론으로부터도 큰 관심을 받는다. 라이벌팀끼리는 스토리도 많이 생겨나고 새로운 스토리를 창출할 가능성도 많다. 그래서 구단들은 이런 라이벌간의 대결을 대대적인 홍보기회로 삼는다.

국내 야구단에서도 이런 경쟁 관계가 관중 유인의 요소가 된 경우가 많다. 프로야구단 중 가장 경쟁관계에 있는 라이벌은 잠실구장을 같이 쓰고 있는 LG트윈스와 두산베어스. 두 구단은 서울 라이벌로서 선의의 경쟁을 한다. 기업적 측면에서 보면, 국내 재계 라이벌인 삼성라이온즈와 LG트윈스의 경쟁도 빼놓을 수 없다. 과거에는 기아의 전신인 해태타이거즈와 롯데자이언츠가 제과 업계 라이벌로서 최대의 흥행카드로 관심을 받기도 했다.

팀뿐만 아니라 선수간의 라이벌 관계도 팬들의 관심을 높여준다. 얼마 전 작고한 롯데 투수 최동원과 해태 투수 선동열의 현역 시절 대결은 언제나 큰 뉴스거리였다.

축구, 야구 등 스포츠 경기의 한일전은 늘 국민의 폭발적 관심을 받는다. 양국간 굴곡의 역사적 관계가 스포츠에 이야기를 끌고 왔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야구나 축구를 주관하는 협회나 단체 입장에서는 한일전에서 스폰서를 유치하는 데엔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팬들의 관심이 높은 만큼 중계나 언론보도 등을 통한 후원사 노출 가능성이 많고, 기업들 역시 이 점을 잘 알아 스폰을 통해 자사 홍보나 마케팅 기회를 잡으려 하기 때문이다. 한편 북한과의 경기는 또 다른 측면의 묘한 라이벌 관계이기도 하다.

라이벌 국가·팀·선수…경기 흥행의 중심 요소
해외에서 이런 라이벌 관계는 더욱 두드러진다. 영국의 프리미어 리그에서 신흥 라이벌이 된 첼시와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경기는 최고의 흥행카드다. 두 팀은 정규리그뿐만 아니라 챔피언스 리그나 FA컵 등 다양한 경기를 통해 만난다. 두 팀의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언론은 출전 선수 명단을 예측하거나 경기의 승패를 분석하기에 바쁘다. 영국을 포함한 해외 방송사들의 경우 앞다퉈 중계를 내보낸다. 경기 결과 또한 수도 없이 TV나 인터넷을 통해 반복 방송되고 기사화가 된다.

라이벌 경기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더비(derby)’ 다. 이는 같은 지역 연고팀이나 라이벌 팀끼리 경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축구에는 3대 더비가 있다. 바르셀로나와 레알마드리드의 경기인 ‘엘그라시코’와 아르헨티나 리베르플레이트와 보카주니어의 경기 ‘수페르글라시코’, 스코틀랜드의 천주교 클럽인 셀틱과 개신교 클럽인 레이전스 경기인 ‘올드펌(Old Firm)’ 이 그것이다. 영국의 ‘레즈(Reds) 더비’ 는 맨체스터유나이티드와 리버풀의 경기를 말하는데, 양팀 모두 붉은색 유니폼을 입는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또 ‘로즈(Rose) 더비’ 는  흰 장미 가문을 상징하는 리즈유나이티드와 붉은 장미를 상징하는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라이벌 경기를 의미한다. 이와 함께 아스널과 첼시는 ‘런던 더비’ 로, 맨유와 맨체스터시티는 ‘맨체스터 더비’ 라고도 한다. 이탈리아 AC밀란과 인터밀란의 대결은 밀라노를 연고 도시로 해 ‘밀란  더비’ 라고도 불린다. 이같은 더비시리즈는 각 프로팀들의 메인스폰서로 참여하는 기업을 비롯해 다양한 스폰서, 해당 구단, 도시의 강력한 마케팅 및 홍보소재로 활용된다.

같은 도시를 연고지로 하면서 팀 컬러가 다른 두 팀 간의 경쟁은 도시 홍보적 성격을 갖기도 한다. 시카고에는 시카고컵스와 시카고 화이트삭스팀이, 뉴욕에는 뉴욕양키스와 뉴욕메츠가 경쟁을 하고 있고,  LA는 LA다저스와 LA에인절스가 라이벌 관계를 이루고 있다.

미국은 프로야구 역사가 오래되다보니 경쟁 팀 간에 치러진 월드시리즈에 명칭이 붙기도 했다. 1956년 뉴욕 양키스와 당시 뉴욕을 같이 연고로 하던 브루크린다저스의 경기는 지하철 역을 타고 오가며 응원할 수 있다고 해서 ‘지하철 시리즈(subway series)’ 라고 불렸다.

다양한 스토리, 홍보·마케팅 소재로 활용 
그러나 차츰 기업들의 홍보적 요소가 시리즈 명칭에 부가되기 시작했다. 버드와이저를 모기업으로 하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맥주의 본고장 밀워키 부루어즈의 월드시리즈는 ‘맥주 시리즈’ 로 불렸다.

보스턴 레드삭스와 뉴욕메츠의 월드시리즈는 보스턴과 뉴욕을 오가는 이스턴 항공과 팬암 항공을 이용해 셔틀처럼 오갔다 해서 ‘셔틀 시리즈’ 라고 했다. 그러나 실질적 라이벌은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다. 1918년 보스톤 레드삭스는 전설의 야구왕 베이브 루스를 양키스에 트레이드하고 86년간 우승을 하지 못했다. 이를 두고 ‘밤비노(베이브 루스의 애칭)의 저주’ 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라이벌 경쟁 속에 스토리가 생겨난 것이다. 과거 인천을 연고로 한 팀과 서울 연고팀과의 한국시리즈는 ‘전철 시리즈’, ‘경인선 시리즈’ 로 불리기도 했다. 최근의 서울과 인천팀의 경기는 SK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대결이었다.

국내에서는 연세대와 고려대간의 연고전(고연전)이 라이벌 대결 구도로 유명하며, 하버드대와 예일대의 미식축구도 최고의 흥행카드다.

팀 스폰서를 하는 기업 입장에서 보면 이런 라이벌 구도가 다양한 홍보의 소재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기본적으로 스폰서십의 가치에 따라 그 비용을 지불하겠지만 라이벌전을 통한 풍성한 이야기의 생성은 기업의 스폰서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스포츠 구단 입장에서 보면 수입은 입장 티켓 판매, 라이선스 상품 판매, 스폰서 유치, 중계권 판매 등이다. 라이벌전은 특히 입장권 판매와 라이선스 상품 판매 등에 큰 영향을 미치며 스폰서 판매나 방송중계권 판매에도 간접적으로 기여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더비 등 라이벌 대결은 도시의 스토리텔링 차원의 홍보에도 유용한 수단이 된다.

국내에도 라이벌전을 활용하고 있지만 특히 야구 같은 경우엔 서울에 있는 LG, 두산, 히어로즈의 세분화된 연고지 설정 등 좀 더 적극적으로 홍보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김 주 호

제일기획 마케팅서비스본부
Experience Marketing 그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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