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심 섞어 해석하는 배달의민족 ‘쓸고퀄’ 전략
사심 섞어 해석하는 배달의민족 ‘쓸고퀄’ 전략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8.07.18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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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치믈리에 자격시험, 알고 보면 더 얄밉다?
배달의민족은 지난해에 이어 제2회 치믈리에 자격시험을 개최한다. 예고 영상 화면 캡처
배달의민족은 지난해에 이어 제2회 치믈리에 자격시험을 개최한다. 예고 영상 화면 캡처

[더피알=강미혜 기자] 요즘 마케터들에게 ‘워너비’를 꼽으라면 단연코 배달의민족이 빠지지 않을 것이다.

세일즈와 직결되는 홍보·마케팅을 부르짖는 이 시기에 이벤트를 위한 희한한 이벤트들을 벌이면서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국내 기업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팬클럽’도 있는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가성비 우대로 인해 힘을 잃어가는 브랜딩의 의미와 가치를 실무로 이야기하는 드문 케이스로 평가받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새로운 아이디어와 문화를 만들어가야 하는 스타트업계에서도 “배민처럼 하자”는 말이 구호처럼 나돈다. 하지만 알고 보면 ‘배민처럼’은 생각보다 더 간단치가 않다.

배달의민족이 추구하는 배민다움은 ‘B급 감성’으로 점철된다. 개인적으로 그 B급을 가장 유심히 보게 된 순간은 지난해 개최한 ‘치믈리에 자격시험’이다.

재미 외 큰 의미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당초의 시각이 바뀐 이유가 컸다. ▷관련기사: 배달의민족, 이쯤되면 얄밉다

B급의 퍼포먼스에 깔린 A급 디테일들이 배민다움을 다시 보게 만들었고, (심지어 고사장에 흩뿌린 꽃가루도 닭다리 모양) 대표 배달음식인 치킨과의 브랜드 연관성을 더욱 강력하게 하는 단초로 삼는 촘촘한 전략이 인상적이었다. 

실제 치믈리에 자격시험이 끝나고도 배민의 후속 작업은 꽤 끈덕지게 이뤄졌다.

공신력 없는 자격증 내걸고 장난치듯 마케팅 하느냐는 일부의 비판을 수렴, 치믈리에를 민간자격증으로 등록했고 치킨과 궁합이 맞는 맥주(치믈리에일)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치믈리에 초청 품평회를 갖기도 했다.

최근엔 ‘치슐랭 가이드’라는 단행본까지 발간했다. 첫 페이지를 장식한 것은 다름 아닌 치믈리에 수석 합격자와의 인터뷰. 내용은 물론 금괴를 연상시키는 듯한 황금빛 커버도 ‘쓸고퀄’(쓸 데 없는 고퀄리티)이다.

전국 서점에서 절찬리에 판매된다(?)는 치슐랭 가이드. 제1회 치믈리에 수석 합격자와의 인터뷰로 시작된다.
전국 서점에서 절찬리에 판매된다(?)는 치슐랭 가이드. 제1회 치믈리에 수석 합격자와의 인터뷰로 시작된다.

책 발간 시점과 맞물려 배민은 두 번째 치믈리에 자격시험 개최를 알렸다.

1편보다 나은 속편 없다는 말이 생각나던 차, 애피타이저처럼 마련된 ‘퀴즈 모의고사’가 관심을 환기시켰다. 

치킨이 아닌 것을 고르라면서 ‘갈색 푸들’을 보기에 집어넣은 뻔뻔함으로 시작한 문제는 난이도를 점점 높여가며 참여 욕구를 키우는 역할을 했다. (참고로 두 번의 도전에도 60점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모바일 퀴즈식으로 진행된 치믈리에 모의고사 첫 질문.
모바일 퀴즈식으로 진행된 치믈리에 모의고사 첫 문제.

배민 측에 따르면 치믈리에 온라인 모의고사 응시자는 50만명이 넘었고 100점을 맞아 본고사에 신청한 사람만 해도 2만6000여명에 달한다. 이 중 오는 22일 고사장에 입장하게 된 참가자는 추첨을 통해 선정된 500명. 시험 통과 여부를 떠나 이미 엄청난 경쟁률을 뚫었다는 행운을 맛본 셈이다. 

이벤트 요소요소에서 묻어나는 이런 짙은 ‘의도성’은 배민이 어떻게 잘 나가는 브랜드로 자리 잡게 됐는지를 보여준다. 하나의 아이디어를 내놓기까지 알려진 것 이상으로 치열한 내부 고민과 경쟁이 뒤따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간헐적인 연락에도 매번 거친 숨을 내쉬며 바삐 움직이는 홍보실장의 걸음마저도 그런 숨은 노력을 가늠케 한다. 배달의민족 오피스 내부가 육상 트랙 디자인인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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