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 보호하는 사람들 ③] “블라인드 미국과 다른 점?”
[을 보호하는 사람들 ③] “블라인드 미국과 다른 점?”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8.07.20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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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견고한 익명성, 더 넓은 소통 공간 지향

[더피알=이윤주 기자]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갑질 이슈가 떠오른다. 외신은 한국 고유명사로 ‘Gapjil’을 소개하고, 초등학교 장래희망 란엔 갑(甲)이 새롭게 등장할 정도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을의 목소리에 주목하는 기관·단체·기업이 있다. 각각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갑을 문제에 있어서 실제로 무슨 이야기가 오가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해외 사례 등은 어떤지 등을 두루 살폈다.

블라인드 김성겸 이사

직장인들의 대나무숲이 되고 있는 블라인드 어플.
직장인들의 대나무숲이 되고 있는 블라인드 어플.

블라인드 앱을 개발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문성욱 대표가 네이버 재직 시 직원들이 활발하게 사용하는 사내 익명 게시판이 있었습니다. 오프라인상으로는 대화가 적은 사내 문화와는 달리, 익명 게시판은 가벼운 이야기부터 때로는 무거운 이야기까지 다양한 대화를 통해 직원들끼리 서로 위로하고 공감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회사의 구조와 관계없이 스스럼없이 서로 의견을 공유하는 공간이 필요하고, 회사 생활을 하는 직원들에게 정말 큰 의미와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몇 년 후 해당 게시판은 사라졌고 많은 동료가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이를 목격하면서 회사와 관련 없는 독립적인 커뮤니케이션 공간을 만들면 더 중립적이고 합리적으로 이야기하는 공간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고 블라인드를 만들게 됐습니다.

최근 기업 내부에서 사내 게시판을 개편하거나 새로운 익명 채널을 만드는 시도가 활발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온라인 익명 채널을 만드는 시도와 관련, 상호 강력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솔직한 소통이 가능할지는 회사마다 다를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어떤 방식이든 기업이 직원들과 소통 창구를 강화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봅니다.

익명성에 기대 무분별한 고발을 하는 데 따른 우려의 시선도 있습니다.

블라인드에서는 특정인 지칭, 허위 사실 게시, 기밀 사항 게시 등을 금지하는 커뮤니티 운영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신고 기능을 활용해 사용자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자정 작용이 일어나고 있으며, 신고 시 자동 블라인드 처리되는 알고리즘을 구현해놓았습니다. 또한 게시물 신고 시 운영 인력이 직접 블라인드 처리 및 사용자 제한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블라인드 게시물 중 0.5%에 해당하는 게시물들이 숨김 처리 됩니다.

여전히 ‘진짜 익명’인지, 혹시 피해로 돌아오지는 않을지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요. 이들을 위한 안전장치가 있나요.

블라인드 창업 시 최고의 안전장치는 ‘우리도 모르게 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우선 사용자가 이메일 인증을 하면 서비스 내 시스템은 인증한 이메일을 절대 복호화할 수 없는 방식으로 저장합니다. 또한 이 암호화된 값은 사용자의 블라인드 계정과 어떠한 관계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블라인드에서도 특정 사용자를 찾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이 암호화 로직은 특허 출원이 되어 있으며, 지금까지 사용자의 익명성은 견고하게 보호되고 있습니다.

블라인드 앱이 직장인의 대나무숲이자 사회 이슈 진앙지로 자리 잡았는데요. ‘듣는 채널’을 넘어 ‘대응 채널’까지 고려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블라인드는 사용자를 위한 플랫폼입니다. 기업들과는 광고 및 채용 채널로 이용하는 것에 한하고, 블라인드 커뮤니티는 철저하게 사용자를 위한 곳으로 남겨둘 예정입니다.

저희는 서비스 초기부터 중립적인 플랫폼 운영을 지향해 왔습니다. 직장인들이 솔직하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그것을 이용한 변화 등 부수효과는 사용자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에 집중할 예정이고,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할 것입니다.

미국에서도 블라인드 가입률이 높다고요. ‘갑질’이 한국적 고유명사가 되고 외신에서까지 보도되는 실정인데, 국내 상황과 비교했을 때 미국 블라인드는 어떻게 다른지요.

이미 미국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및 우버 본사 직원의 50% 이상이 블라인드에 가입돼 있으며 아마존, 페이스북, 링크드인, 에어비앤비, 핀터레스트 등 미국 서부 특히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IT기업 재직자들이 수천 명씩 접속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블라인드가 갑질 폭로를 위해 만들어진 플랫폼은 아닙니다. 한국 블라인드도 보시면 아시겠지만 다양한 종류의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고, 자유롭게 서비스를 이용하는 중 갑질과 관련된 내용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처럼 대화의 주제를 사용자 자율에 맡기는 만큼 미국에서도 유사 사례가 없지 않았으나 한국과 같은 갑질이라기 보다는 불합리, 공정하지 못함, 차별 등에 관해 이야기 하는 사례들이 많았습니다.

가령 작년 9월경 구글의 다양성 성명서(Diversity Manifesto)와 같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 아주 격렬한 토론들이 블라인드를 통해 오갔습니다. (구글 엔지니어의 성차별인 성명서가 외부에 알려진 사례다. ‘구글의 이상적인 생태계’란 제목의 이 성명서는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로 인해 임금 차별은 정당하며 구글이 좌편향되어 있다는 내용이다)

또 작년 3월경 우버 성희롱(sexual harassment)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역시 우버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관련한 책임과 향후 대책 등에 대해 활발한 대화가 오고 갔던 일들이 그나마 유사한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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