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구내식당’에 등장한 LG, 여전히 ‘마알못’?
MBC ‘구내식당’에 등장한 LG, 여전히 ‘마알못’?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8.07.20 17:53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토크] ‘2등 이미지’ 고스란히 전파…재미 줬지만 기업PR 측면에서 ‘지나친 솔직함’ 아쉬워
MBC ‘구내식당’에 소개된 LG전자 사업장의 모습. 방송화면 캡처.
MBC ‘구내식당’에 소개된 LG전자 사업장의 모습. 방송화면 캡처.

[더피알=조성미 기자] 출입증 없이는 드나들 수 없는 기업 내부에선 무슨 일이 일어날까? 기업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은 득일까 실일까?

19일 첫 방송된 MBC ‘남의 회사 유랑기 구내식당(이하 구내식당)’에 등장한 첫 주자는 LG전자였다. 프로그램 콘셉트가 ‘직장인 체험이 아닌, 한번도 공개된 적 없는 국내 대표 기업들의 구석구석을 살펴 보는’ 것인 만큼 LG전자 사업장 세 군데 곳곳이 카메라에 담겼다. 

회사 입장에서 보면 속살을 공개하는 게 다소 부담스럽긴 해도 잘만 활용하면 지상파를 통해 제대로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는 셈이다.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과 52시간 근무제 등으로 달라지는 기업문화를 자연스레 노출하면서 80여분의 방송시간 동안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보여줄 수 있다.

실제로 방송은 LG의 간략한 역사부터 얼마 전 별세한 구본무 전 회장의 국정농단 청문회 장면과 그가 남긴 유언 등 꼿꼿한 기업인으로서의 모습을 담아냈다. 또 창업주 구인회 회장의 흉상과 받침에 새겨진 경영철학을 통해 LG가 어떤 기업인지를 직·간접적으로 이야기했다. 

여기에 LG전자의 주력 사업인 백색가전의 경쟁력과 미국의 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등에 대해 패널로 나온 염규현 MBC 기자가 직접 설명하는가하면, 서울 마곡에 위치한 LG사이언스파크를 소개하며 연구개발(R&D)에 힘 쏟고 있다는 점을 어필하기도 했다. 사내 어린이집이나 피트니스센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안마의자 그리고 다양한 메뉴로 구성된 구내식당 등 직원들의 복지 스토리도 전파를 탔다. 

그러나 장면 장면에서 다소 아쉬운 모습들도 포착됐다. 일례로 로비에서 구인회 회장의 흉상을 보고 누구인지 묻는 이상민 질문에 직원들은 시원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창업주까지는 모를 수 있다’란 패널들의 코멘트로 재미있게 무마되는 모양새를 띄었지만, 사전에 조금만 조율했다면 LG 입장에서 좀 더 나은 그림이 나올 수도 있었다. 

트윈타워 로비에 놓인 구인회 회장의 흉상을 보고 있는 이상민(위)과 사이언스파크에서 안내로봇 ‘마사원’을 만난 김영철. 방송화면 캡처.
트윈타워 로비에 놓인 구인회 회장의 흉상을 보고 있는 이상민(위)과 사이언스파크에서 안내로봇 ‘마사원’을 만난 김영철. 방송화면 캡처.

사이언스파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마사원’을 찾으란 미션을 받은 김영철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바로 안내 로봇. LG CNS의 로봇 통합관리 플랫폼 ‘오롯’을 탑재한 마사원은 정해진 멘트를 반복하며 스마트하지 못한 인상을 남겼다. 신임 구광모 회장을 내세워 로봇과 인공지능에 속도를 내려는 LG 이미지에 플러스 되는 장면은 아니다.

LG 휴대폰 판매실적 부진을 언급한 부분도 민감하다면 민감할 수 있다. 휴대폰 사업에서 12분기 연속 적자로 2조원이 넘는 적자액이 쌓였다는 말에 ‘그만둬야 하는 게 아닌가’란 성시경의 코멘트가 그대로 따라붙었다. ‘언제쯤 1위 할 수 있을까’란 질문을 받은 직원은 2020년이라는 희망사항만을 던질 뿐이었다.

회장님이 싫어할 기업 비밀까지 파헤친다는 ‘구내식당’ 예능 취지에 충실하려는 전략이었던 걸까?

LG는 이번 유랑기에서 자사의 많은 부분을 유쾌하게 이야기했지만, 그와 동시에 ‘만년 2등’과 ‘마알못’(마케팅을 알지 못하는)이라는 세간의 인식, 여성 임원을 찾기 힘든 유교적인 문화, 우승하지 못하는 야구단 등에 대한 이미지도 너무 고스란히 드러냈다.

물론 좋게 보면 이 자체도 ‘바보LG’란 별명답게 우직함으로 다가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PR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많은 소비자들이 안타깝게 생각하는 휴대폰 사업에 대해, 또 미래비전이 담긴 로봇에도 조금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마잘알(마케팅 잘 아는) LG’의 기회로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흥해라 엘지 2018-07-23 11:32:07
그래도 착하고 좋은기업! 삼성 같으면 이런거 미리 생선뼈 발라내듯 다 편집 했겠지...
엘지! 흥해라!

자막 영어해석 개선이 필요 2018-07-21 09:32:04
어익후?어이쿠
I am learning english ‘hearing’ korea?‘here in’
한국어를 들으며-이 곳 한국에서

방송 전 책임자가 시사,검수 안 하나요?